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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덕 Nov 04. 202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4권을 시작하며

프루스트 예찬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낭독 모임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책이다.

사실 이전에 나는 책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고, 알았다 하더라도 그 방대함에 지레 겁을 먹었을 테니까. 



그동안 여행을 하고 돌아오니, 모임에서는 어느새 4권에 돌입해 있었다. 토요일 오전 8시. 세 번을 빠진 여파가 컸다. 혼자 3권의 후반부를 마무리하고 4권의 도입부까지 빠진 부분의 진도를 맞추느라 애를 먹었다. 



민음사 리뉴얼 버전은 아직도 번역 중이다. 총 14권 중 이제 12권의 번역이 마무리되었다. 본래는 7권의 구성이지만, 민음사에서 각 권을 2권으로 나누어 총 14권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렇게 나누었음에도 한 권의 분량은 거의 500페이지에 이르니 녹록지 않다.







숏폼이 트렌드인 시대. 14권의 대작을 읽는다니! 

하하. 


혼자서 읽는다면 책을 웬만큼 좋아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낭독 모임에서는 그 시간에만 "함께" 읽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도 읽어나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의식의 흐름 기법>은 20세기를 열었다지만, 그의 미세한 관찰력과 바스러질 듯 섬세한 표현은 가끔씩 우리를 질리게 하거나 지루하게 만든다. 알지 못하는 수많은 문학과 예술, 건축 등이 예시되며 서술되는 부분을 이해하기란 도무지 우리의 능력 밖이다. 



그럼에도 프루스트에게 감동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다. 물론 나의 경험의 총량이 충분한 분야에 한정되지만, 그런 페이지를 운 좋게 만다는 날이면 표현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한 번쯤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을 법한 찰나, 그 실낱같은 생각과 감정들은 안개처럼 흩어지기 일쑤인데, 프루스트의 카메라 렌즈에 포착되면 마치 미켈란젤로의 손끝에서 섬세하게 조각되듯, 눈에 보이는 유려한 형태를 드러내며 탄성을 자아낸다. 



결국 어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의 경험과 생각이 그것과 공명할 수 있어야 한다.







프루스트의 감정의 스펙트럼은 가시광선의 경계를 종종 넘어선다. 그럼에도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경험들과 레퍼런스를 뒤지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어가는 지금의 여정이 언젠가는 그리워질 테니까. 가끔씩 손을 놓고 싶어도 나는 여전히 동아줄을 잡고 끝까지 가게 될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음... 찾아서 

keeping 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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