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아프리카 여행하다 얼어죽을 뻔했다
제6화. 트럭킹 2일차 (Written by 백수부부 아내 망샘)
(여행국가 남아프리카공화국 / 이동거리 500km)
나는 참 잘 잔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많은 이런 사회에서 한 번 잠에 빠지면 거의 한 번도 깨지않고 잘 수 있는 축복받은 사람이다. 하지만 트럭킹 첫 날, 거짓말 조금 보태어 스무 번은 깼다.
너무 추워서
추운 공기가 침낭을 뚫고 들어와서 도통 내 특기인 통잠을 잘 수 없었다. 결국 다음 날 기상 시간인 새벽 다섯 시가 되기 전에 눈이 떠졌다. 알람 소리가 울려도 끄고나서 두 번은 더 울려야 겨우 몸을 일으키는 나인데, 이 추위에서는 차라리 일찍 일어나는 편이 훨씬 나았다.
8년 전 에티오피아도 7월에 왔기에, 심한 일교차와 밤이 춥다는 건 알고있었다. 게다가 유럽에서 캠핑을 하며, 텐트안에서 맞는 밤이 춥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도 4월의 프랑스에서는 5도에서도 잤는데, 10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남아공이 추워봤자 얼마나 추울까 싶었다.
케이프타운에서 200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캠핑장에는 트럭킹 멤버 23명과 가이드인 맨슬리, 운저사인 토마스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아무것도 없었다. 주위에 건물조차 없는 허허벌판에서 맞이한 밤은 길었고, 무지 추웠다.
차라리 아침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거의 처음이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텐트 밖을 나왔다. 가이드 맨슬리가 끓여준 물에 티백하나를 얹어 호호 불며 루이보스 차를 마셨다. 저마다 추워서 뒤척였다는 트럭킹 친구들과 비몽사몽 아침을 먹었다. 그중 스페인 친구가 스페인 특유의 너스레에 폭풍 공감하며 웃었다.
“너무 추워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 말이 딱이었다.
몸을 뒤척이면 애써 덮은 조각만한 무릎담요가 흐트러져 찬 공기가 침투했고, 발이 너무 시려워 중간에 양말을 신을까 했지만, 양말을 꺼내려면 침낭밖을 나가야하기에 포기했다. 다함께 한밤의 고생담을 공유하며 잠시 간밤에 한국에서 온 메세지를 확인했다. 그 중 ‘여기 한국은 아프리카보다 더 더워!’라는 메세지에 웃음이 피식 나왔다.
누가 아프리카가 춥다 했는가. 아프리카의 밤은 진짜 춥다!
동이 트기 전 텐트까지 접고, 7시가 되기도 전에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이튿날부터 무려 500킬로나 달려야하는 일정이라 좀 걱정을 했던 날이다. 하지만 밤새 뒤척인 덕분에 차에서 거의 정오까지 푹 잤다. 차 안에서 읽기위해 열악한 와이파이로 힘들게 전자책을 다운받아오면 뭐하는가, 내 특기인 ‘통잠’을 버스안에서 시전했다. 잠시 스프링복에 있는 쇼핑몰에서 가이드가 식사거리 장을 볼 동안, 우리는 햄버거를 사먹고 버스로 돌아와 긴 여정을 이어갔다.
나트륨을 섭취하니 또 졸렸다. 낮잠을 자다가 갑자기 운전수 토마스가 길 한복판에서 차를 세웠다.
‘벌써 타이어가 퍼진건가?!’ 걱정을 할 때쯤, 포토존이라며 사진을 한 번씩 찍고 오란다. 비몽사몽으로 바라본 창밖의 풍경과는 달리 내려서 본 아프리카의 허허벌판은 정말 멋있었다. 이제서야 아프리카에 온 게 실감이 났다. 그렇게 오늘의 목적이 ‘오렌지 강’까지 무사히 도착해 두 번째 캠핑장에 텐트를 쳤다. 오늘 밤은 제발 덜 춥길 기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