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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물의집 Sep 13. 2018

당연한 것은 언제부터 당연한 것일까?

feat. 당돌했던 신입시절의 쓰레기통 사연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지도

내년이면 10년!

어느덧 세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다.


오늘은 세 회사에서

기존의 틀을 깨고 무언가

‘첫’ 사례를 만든 기억을 되짚어 보려고 한다.


/ 첫번째 회사에서 /

IT회사는 참 편리하다. (라고 말하기에 다른 장르의 회사는 다녀온 적이 없지만ㅋㅋ) 복장도 편하게 입고, 출퇴근 시간도 꽤 자유롭고,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위계나 허례허식이 없는 편이니. 얽매이기 싫어하는 나같은 타입에겐 아주 탁월한 환경임에 틀림없다. 2011년. 신입으로 나름 긴장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는데, 휴게실의 쓰레기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막 요상하게 꼬였다.


아...


당시 우리회사 쓰레기통은 크게 하나의 통만 있었는데, 여기에 일반쓰레기/종이/캔/플라스틱/유리 등등 모든 쓰레기를 한꺼번에 버릴 수 있었다. 정말 편리하기 그지없었다. 미국도 분리수거 같은 거 하지 않아서 큼지막한 쓰레기통에 툭~ 툭~ 버리더만, 우리회사 쓰레기통도 아주 시원시원한 녀석이었다. 그치만 우리나라는 분리수거를 하는 나라이고, 결국 이 쓰레기들은 분리수거를 해야만하는데 그건 누가 한단 말인가?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마다 내 마음은 불편해졌다.


으악! 으으으아아악!!!!

 

처음엔 큰 용기가 필요했다. ㅇ ㅏ 이런 거 말하는 거 너무 짜친가? 괜히 까다롭게 구는 애 취급받지 않을까? 신입인데 내 말이 먹힐까? 많은 생각이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주저주저하기에 쓰레기통을 너무너무 자주 만나는 것! 볼때마다 미치겠는 것! 불편함이 쌓이고 쌓여 용기를 무럭무럭 자라게 해주었다. 결국 총무팀장님께 조심스레 회사 쓰레기의 처분 프로세스를 여쭤봤고, 우리들의 쓰레기는 건물의 청소하시는 분들이 분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하! 당장 든 생각은 ‘비효율’이었다. 버릴 때 구분해서 버리면 될 것을.. 굳이 버린 걸 다시 모아서 풀러서 분리한다고? oh no... 청소하는 분들이 안해도 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고된 일이긴 하지만 청소가 그분이 담당하시는 일이었으니까. 흠...... 그치만 ‘버리는 일’에 있어 과연 이것이 최선일까? 며칠 동안 이 주제를 가지고 계속 생각을 곱씹었다. 분리수거를 맡고 계신 분들이 계시고, 누구도 불편하다거나 의문을 품고 있지 않은데.. 나는 왜 여전히 마음이 베베베베 꼬였을까?


흠..


아무래도 쓰레기는 버릴 때 버리는 사람이 본인의 쓰레기의 누울자리를 생각하며 버리는 것이 더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살포시 용기내어 버리는 사람들이 바로 분리수거해서 버릴 수 있도록 쓰레기통을 구분해서 여러개 구비할 수 있을지를 문의드렸고, 총무팀에서는 (굳이... 왜... 의 늬앙스가 없지 않았으나) 오케이 해주셔서 마침내! 우리 휴게공간에 여러개의 쓰레기통(= 분리수거통들)이 입장하게 되었다. 아무런 고민없이 한군데에 버리는 것보다야 약간 불편해졌지만 버리는 사람들 대부분 분리수거를 귀찮아하거나 어려워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분리수거는 분리되는 결과보다 내가 쓴 것들이 이렇게 각각 최후를 맞이하는구나... 이것은 일반으로 썩어지고.. 이것은 병과 캔으로 다시 태어나고... 이것은 플라스틱으로... 드럽게 안썩겠구나... 깨달을 여지를 주는 과정이 아주 중요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 휴게실에서 분리수거통을 볼때마다 ‘너도 참 별나다 별나’ 라는 자책도 들었지만 그보다 1000배쯤은 기분이 좋아서 자주 히죽거렸다.


첫 용기를 크게 내고 나니 다시 한번 용기내는 것은 조금 덜 어려웠다. >.< 용기의 사이즈는 갈수록 작아지고 대신 더 풍성하게 맛있는 것들을 담아내는 귀한 경험을 하게 된 순간이었다.


쓰레기통 용기 덕분에

조금 더

당연한 걸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는 눈이 생겼던 것 같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고맙다.

쓰레기통ㅇ 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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