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비뱅커 May 27. 2024

목화솜 피는 날

멈춰있는 세월을 넘어 다시 피어나자. 우리.

벌써 10년이다. 세상을 온통 슬픔의 노랑으로 수놓았던.

대한민국 최고 앵커를 생방송 중 눈물 흘리게 했던. 세상을 더 넓고 가치 있게 바라보게 했던.

공감과 위로,  희생의 의미를 온 마음으로 깨닫던. 그날의  사고 말이다.


사람들은 진실을 좋아하지만 정작 바라보고 귀 기울일 대상은 보지 못한다. 다 아는 것처럼. 이해하는 것처럼. 재단하고 이야기하지만, 여기 우리가 감히 알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잊지 않기 위해 기꺼이 고통받는 아버지는 기억을 잃고도 그 그리움과 고통은 잊지 못한다.

아파서 외면하던 엄마는 아물지 않을 그 상처를 오늘도 무기력으로 소독한다.

차마 아픈 티 하나 내지 못한 큰 딸은 아빠마저 잃을까 두렵다.

아침, 저녁 아이들을 태우던 버스 기사는 하루아침에 사라진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그렇게 영화는 각자의 방식으로 견디며, 아파하는 그들의 기억과 인양된 세월호 선체 연결을 통해 유가족에 대한 존중과 애도를 잔잔하게 담아낸다.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은 그날처럼, 엔딩 크래딧의 순간에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리본에 리본의 노랑물결로 물들인 팽목항처럼, 사람과 사람의 간극을 그 통한의 세월호로 연결하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10년 전 그 노란 리본의 빛이 바래지지 않도록 말이다.


멈춰있는 세월을 넘어 다시 피어나자. 우리.


작가의 이전글 영화 <울산의 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