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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Sep 08. 2020

다녀왔습니다_국내 독립서점

1인출판사 제작자의 독립 책방 유랑기


안유정 작가의 『다녀왔습니다_뉴욕 독립서점』을 읽고 있다. 1인 출판사 왓어북 대표인 그녀는 뉴욕의 잡지사 '퍼블리셔스 위클리'에서 한 달간 근무를 하게 된다. 멋진 뉴요커 생활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고, 조용히 일을 하다가 마치면 퇴근을 하는 일상이었다. 어느 날 가게 된 뉴욕의 한 독립서점에서 감동을 받고, 퇴근 후 다양한 독립서점들을 방문하게 된다. 다양한 큐레이션의 책방 소개를 읽다 보니 나도 어느덧 뉴욕의 독립서점들을 방문하는 달콤한 상상과 함께 나와 얽힌 한국의 다양한 독립서점들이 떠올랐다.


'독립서점'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 건 2년 반 전 한 대학 후배로부터였다. 책 출간을 준비하는 나에게 '홍대에 있는 독립 책방을 한 번 가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대형 서점밖에 몰랐던 나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처음에는 책을 내기 위해 100군데의 출판사에 투고하고, 고군분투했지만, 어쩌다 보니 나 또한 1인 출판사를 등록해 독립 책방에 책을 유통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독립 책방과의 연결고리는 더욱 강해졌다.


전국 곳곳에, 특히 서울에 수많은 독립 책방이 존재한다. 그들만의 콘셉트와 큐레이션으로 무장한 독립 책방들이 많다. 독립 책방에 책을 유통하고, 그들의 인스타를 팔로우하면서 나도 독립 책방의 문화에 스며들어갔다. 재미있는 모임이 있으면 참여하고, 흥미로운 수업이 있으면 신청한다. 홍대의 '책방 연희'에서 처음 인디자인 편집을 배웠고, '책방 여행마을'의 책 만들기 수업에도 참여했다. 도봉구 독립서점 '도도봉봉'에는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듯 종종 책을 구입하러 가 사장님께 맛있는 차를 대접받으며 수다를 떨기도 했고, 충무로 '스페인책방'에는 근처 인쇄소를 들를 때마다 방문해 남산타워가 보이는 뷰에 매번 감탄하며 새로운 책을 기웃거리고 구입해 온다.


독립 책방들은 각각 콘셉트가 확실하다. 기성 출판사의 책들이 판치는 대형 서점과 견주어 경쟁을 하려면, 또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면 그 공간만의 강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방촌의 문학 서점 '고요서사'는 소설책과 시집만을 다루고, 충무로 '스페인책방'은 스페인 덕후 사장님의 영향으로 스페인, 중남미 쪽 책만 취급한다. 자연과학 서적을 다루는 '책방 동주', 전 세계 여행지에 따라 책을 구분해 놓은 여행 전문 책방 '여행마을', 부산에 책 읽는 문화를 널리 퍼뜨리겠다며 부산 국제 도서전을 꿈꾸는 사장님이 계시는 '주책공사', 커피와 직접 만든 저렴한 식사를 내놓는 홍대의 고급스러운 책방 '가가77페이지'까지. 다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책방들이 존재하고, 그곳에 방문하면서 나는 새로운 감동을 얻기도 하고, 언제나 힘을 얻고 돌아온다.


저자 강연회, 출간기념회, 북 토크 등 저자와 독자가 만날 수 있는 행사뿐 아니라, 독서 모임, 드로잉 클래스, 책 만들기 수업 등 책방을 매개로 펼쳐지는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동네를 지키는 지역서점들의 강점이기도 하다. 모르는 사람은 모르지만, 아는 사람은 자꾸만 그 매력에 끌려 또 찾게 되는 그런 책방들.  물론 독립 책방이 책을 구입하지도 않고 SNS용 감성 사진을 찍으러 방문하는 식으로 소비되거나 독립 책방에서 재미있는 책을 보고 온라인 서점으로 주문하는 식의 안타까움도 있지만. 그래도 독립 책방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기에, 이 공간을 지키고 싶어 자꾸 방문하고 일부러라도 독립 책방에서 책을 사려고 한다. 내 책을 입고하러 가면, 꼭 1~2권씩 재미있는 책을 지나치지 못하고 가방을 채워오는데, 그렇게 사온 책들에서 다음 책의 영감을 얻기도 하고, 독립출판물만의 신선한 편집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으며 독특한 감각을 배우기도 한다.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지만 책의 가치가 분명 줄지만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직접 책을 만들 수도 있는 지금의 환경 속에서 더 많은 작가들이 본인의 실험적인 작품을 공개하고, 상업성이 우선인 기성 출판사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다양한 시도와 이야기들을 선보인다. 모든 책의 퀄리티가 좋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분명 읽을만한 좋은 책 또한 늘었으리라. 가끔 독립출판물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마주할 때면 그런 이야기를 어려운 '독립출판'이라는 과정을 통해 성심을 다해 만들어준 제작자에게 고맙기까지 하다. 이러한 자유로운 출판 환경 속에서 나도 제작자로서, 독자들이 좋아하고 작가뿐 아니라 독자들도 아낄 수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 또 좋은 책을 만들어 독립서점과 공생하기 위해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카카오 프로젝트 100 <매일 나를 기록하기>의 Day2 글입니다.

*제 새로운 독립출판물 <멜버른 드로잉>을 이번 달 텀블벅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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