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의 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은 Nov 25. 2021

그래서, 어떻게 살고 싶은데.

2021년 새해, 지난해보다 더 분주한 시간들을 보냈다. 난생 처음 작업실을 계약했다. 처음 생긴 나만의 공간에 황홀했다. 작업실 월세를 감당하고, 고정적인 수입을 위해 학원 강사 일도 시작했다. 낮에 작업실에 가고, 저녁에 강의를 하러 약 한 시간 거리의 학원으로 움직였다. 작업실 공간이 생기니 하고 싶은 게 늘었다. 캘리그래피 모임도 주최하고, 독립출판 강의도 기획해서 진행했다. 도서관에서 강의 요청을 받아, 강의계획서를 작성하고 틈틈이 학원 업무도 병행했다.


그런 삶을 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자꾸만 물음이 들었다. 그래, 나 지금 바쁜 거 알아. 바쁜데, 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자꾸 그런 삶의 근본적인 질문이 들어왔다. 직업이 아니라, 나는 어떤 인생을 원하는지 내 안에서 나에게 물어 왔다.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은 지도 모호해서, 어느새 삶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는 책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당신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지금 당신의 모습은 과거의 당신이 바랐던 모습인가요?"


이런 질문들에 답을 하며, 다이어리의 빈 종이가 빼곡한 글씨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자꾸만 갈증이 났다. 내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은지도 모른 채.


그러다가 결국 발견했다. 내가 나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은 바로 '삶의 지향점'이었다. 다른 말로 묻는다면 '어떻게 살고 싶은가'이다.


부자로 떵떵거리며 살고 싶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다, 사회변화에 일조하고 싶다,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학문 변화에 기여하고 싶다, 새로운 디자인을 창출하고 싶다, 사람들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이끌고 싶다, 타인을 빛내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깊이 있고 유쾌한 사람이 되겠다, 자유로운 영혼, 이타심과 박애정신, 느리지만 꾸준히 등 그 방향은 무수히 다양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자기 삶의 지향점이다.

/ 퍼스널 리셋, 이라야 p42


나에게 물어봤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그렇게 물어보니, 답할 수 있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다.

사회의 틀에서 벗어난 빛나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겠다.

내 능력을 한껏 발휘하는 사람이 되겠다.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

자연과 가까운 사람이 되겠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겠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겠다.


7가지의 답이 다이어리 한편에 단숨에 적혔다. 적고 나니, 보였다.

아, 그래. 내가 이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구나.


사회가 추구하는 성공 기준에 나를 맞추지 않겠다. 남이 주는 월급에 만족하지 않고, 내 이름을 건 일을 하겠다. 그러면서도 빛나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겠다.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에 대해서 능력을 한껏 발휘하겠다. 자연을 항상 벗 삼고, 동물을 사랑하고, 이왕이면 비건을 지향해 보아야지. 타인의 고통에 무감하지 않고, 지구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다. 그럼에도 햇살, 공기, 꽃과 나무의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 이런 나의 지향점들이 떠올랐다.


내가 고민하는 책 출간이나 전시회, 어떤 글을 쓸 것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래서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였다. 나의 능력을 한정 두지 않고, 잠재력을 맘껏 펼치는 것. 능력을 한껏 발휘해 남을 돕고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

스페인 순례길을 걸으며 보았던 소들의 눈망울, 고양이, 말과 닭들을 떠올리며, 그때 마음먹었던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다짐을 이어 나가는 것.

플라스틱과 비닐로 아파하는 지구와 바다 생물들을 떠올리며 밀폐 용기를 가지고 다니고, 비닐을 소비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실천할 것. 

돈을 절약할 줄 알면서도, 느긋하게 공원을 걷고, 눈부신 햇살을 느끼는 사치를 감히 자주 부릴 줄 아는 사람이 될 것. 남이 뭐라 하든, 나의 길을 걷고 다른 이의 인정과 칭찬을 갈구하지 않을 것. 나를 믿고, 건강한 습관을 이어나갈 것.


'투 두 리스트'보다, 오늘 어떤 업무를 해내고, 이번 주에 어떤 일을 진행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나는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살 것인가였다. 이 글을 쓰고 나서도, 내일의 나는 다시 할 일에 치이는 현생을 살아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에 나의 지향들을 떠올리며, 감히 더 아름답고 우아하며 건강하게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2021년 1월 적음.



 

매거진의 이전글 주말의 도서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