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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Sep 10. 2024

남의 다이어트 일기를 보고도 거울 치료가 되나요?

단순하게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


나폴레옹 사전에 불가능이란 단어가 없다면, 내 사전에는 ‘군살’이라는 단어가 없는 줄 알았다. 인생의 대부분을 저체중으로 살았으니 나는 살이 찌지 않는 ’축복받은 체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체질이 아니라는 걸  중년이 되고서야 알았다. 노화의 여러 증상이 있지만 그중 내가 가장 절실하게 체감하는 건 방심하면 불어나는 군살이다. 방심하면 하루가 다르게 구석구석 살이 붙는다. 한창 먹성 좋던 시절처럼 먹었다가는 내 몸이 걷잡을 수 없이 사이즈 업 된다는 걸 마흔 가까이 되고서야 알았다. 식사량을 줄이고, 밀가루나 기름진 음식을 멀리하는데도 살이 사채이자처럼 무섭게 불어난다. 하염없이 붙은 살이 키로 가면 좋겠지만 난 아쉽게도 성장기가 아니라 갱년기에 가깝다. 몸 곳곳에 쌓인 군살은 좀처럼 빠지지도 않고, 빼기도 어렵다. 하루하루 낡아가며 몸의 효율이 떨어졌다.      


관심사가 이러니 SNS 알고리즘은 자연스럽게 다이어트 관련 영상으로 도배됐다. 다이어트 도전 영상을 수없이 봤다. 식이 조절, 근력 운동, 다이어트 댄스, 체중 감량 보조제, 특정 부위를 조져(!)주는 기적의 운동기구 사용기 등 모두가 각자의 방법으로 열심히 살을 빼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좋아하는 장르는 다이어트 일기다. 매일매일 꾸준히 살을 빼기 위해 뭔가를 하는 사람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은 군살 따위는 없는 매끈한 사람도 시간을 거슬러 가보면 전혀 다른 푸짐한 모습이었다. 꾸준히 뭔가를 하는 게 그 어떤 일보다 어렵다는 걸 알기에, 다이어트 동지의 마음으로 조회수와 좋아요 숫자를 올려주며 응원한다.      


시도가 모두 성공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슬프게도 가혹한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번만큼은 꼭 성공하겠다며 독하게 마음먹었지만 의지를 꺾는 뜻밖의 일이 불시에 생긴다. 요요라는 최악의 결과를 받아 들고 시작할 때보다 더 불어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면 다행, 몇몇은 ‘먹텐션’을 올려 다이어트에서 먹방으로 전공 분야를 바꾸기도 한다. 그도 아니면 이렇다 저렇다 인사도 없이 업로드를 중단하고 사라지는 게 대부분이다.      


다이어트 일기를 꾸준히 보니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의 차이가 보였다. 성공하는 사람은 ‘그냥‘ 꾸준히 했다. 폭염이 오건, 태풍이 불건, 교통사고가 났건, 함께 사는 강아지가 아프건 그냥 하던 대로 식단을 하고, 운동을 했다. 팔이 부러졌으면 멀쩡한 다리로 천국의 계단이라도 올랐다. 연인과 헤어졌다면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빗속을 달리며 눈물의 러닝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패하는 사람은 어땠을까? 운동이든 식단이든 이어가지 못할 이유를 끊임없이 찾았다. 부상, 생리, 스트레스, 우울, 실연, 퇴사, 술 약속, 여행, 가정 문제, 폭우, 사고, 손가락이 미끄러지는 바람(우스개 소리라는 걸 안다)에 배달 음식을 시키는 등등 피치 못 할 사정이 많았다. 상황 탓, 날씨 탓, 기분 탓, 남 탓하기 바빴다.      


성공하는 사람은 살 빼기라는 다이어트의 목적에 충실했다. 이유가 단순하면 성공하고 이유가 많고 복잡하면 실패하기 쉽다. 뭔가 하기 싫을 때마다 하지 않아도 될 이유부터 찾았던 자기 합리화의 달인은 뜨끔했다. 이게 바로 거울 치료의 효과인 건가?     


목표가 선명할수록 사람은 단순해진다. 다른 곳에 에너지를 분산시킬 여유가 없다. 간절하면 덜 간절한 것들을 차례로 포기하게 된다. 그 말은 즉 포기한다는 건 덜 간절하다는 뜻이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당장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이든 목표한 바를 이루고 싶다면 특별한 비결이나 쉽게 가는 꼼수란 없다. 단순하게 노력하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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