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서 즐거웠고, 속으론 의욕을 태우게 한 좋은 작품이었다.
어린 시절에 본 <미래소년 코난>의 활기와 역동을 고스란히 재현한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매료된 여고생들이 '영상연구회'의 이름으로 직접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나는 점에서 유사한 맥락의 작품 <시로바코> 등이 떠오르는데, 한결 준수한 작화와 셀 애니메이션의 역사에 대한 섬나라 본인들의 자긍심이 묻어있다. 자신이 성장한 환경에 대한 애착을 기반으로 공존과 자연에 대한 이야길 창작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게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같은 선배 애니메이터에 대한 리스펙트를 공공연히 보여준다.
여기에 3명의 등장인물들이 조성하는 조화가 좋다. 상상력과 의욕을 재산으로 의욕을 불태우는 콘티와 연출의 아사쿠사, 재능을 기반으로 아사쿠사의 비전을 뒷받침하는 애니메이터 미즈사키, 애니메이션과 그리기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천부적인 자본주의적 감각을 통해 프로듀싱 역할을 자처하며 여러 트러블들을 조율하는 카나모리의 배치를 보면 이들이 실제 애니메이션의 제작과 제반적인 환경을 충실히 재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극 중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가 애니메이션에 문외한인 카나모리인 것은 극을 향한 몰입에서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게임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아버지인 미야모토 시게루처럼 유년기부터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중심으로 한 모험의 세계관을 형성한 소녀의 야심엔 여러 인물들로 인해 살이 붙는데, 로봇 액션물에 대한 로망, 엄장힌 자본주의의 논리가 누르는 과정에서 들어오는 현실적인 학교의 압력과 입장 등은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유효한 비유로 보인다.
서프 뮤직을 기반으로 한 헐렁한 메인 테마와 율동에서 어떤 작품일지 어느정도 유추가 된다. 무겁고 진지한 톤으로 애초부터 누르지 않지만, 내공 있는 걸출한 연출에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오래된 애정을 적극 피력하기에 나 같은 경우엔 새삼 0에서부터라도 나의 것을 나의 생각을 기반으로 창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의 시작이 손그림이든 태블릿에서부터든 상관없다. 뭐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