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맵찔이가 용기있게(?) 관람을 시도한 작품...
호러물을 잘 못 본다. 눈살 찌푸리면서도 [스크림] 같은 슬래셔 장르는 잘 보는 편이었는데. [미드소마], [유전] 등으로 대표되는 아리 애스터 작품 같은 목록은 넷플릭스로 안정되게 제공되고 있음에도 마음 편하게 재생하지 못할 정도로 호러에 대해선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를 생각하면 청소년 등급에 가까운 조던 필의 근작 [놉]은 상대적으로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작품 자체가 [죠스], [ET] 같은 스필버그의 초기 걸작의 코드를 가져오는 것과 더불어 영화 산업의 초기 역사에 대한 인용 등 매니악한 화법과 믹스를 통해 조던 필만의 영상 문화 퉁시적 강의를 하는 셈이다.
이런 기조에 걸맞게 작품은 실제로 현대 영상을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 전반의 이슈를 다루기도 하다. CCTV를 통한 감시와 통제의 문제, 인종차별과 젠더의 문제, 우월함을 전제로 다른 생명체 위에 군림했다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역사, 자극에 탐닉하는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조소로 가득하다. 그 위에 블럭버스터 못지않은 CG로 수놓으니 처음 보는 진풍경의 작품이 되었다, 웨스턴 장르의 분위기를 표방한듯한 요소(낡고 오래된 서부 시대 분위기의 테마파크, 사만다 잉글렌더의 스코어 연출 등)와 더불어 [아키라]에 대한 오마쥬까지 함유한 액션까지 기이한 취향의 집합체로서 [놉]은 과잉과 해석의 여지로 가득한 작품이다. 실로 흥미로운 결과물.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