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필의 의미있는 데뷔작을 이제서야 아이고-.
알다시피 조던 필의 역량을 초반부터 일찍이 알린 데뷔작이고, 코미디 숏 영상을 통해 재기 발랄함과 인종차별 등의 이슈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던 그의 노선이 시나리오와 연출로 빛을 발한 작품이다. 이제야 넷플릭스로 볼 수 있었고, 최근 [놉]도 봤기에 이참에 넷플릭스가 조던 필의 [어스]도 마저 들여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겟아웃]이 조던 필의 뚜렷한 노선은 물론 영상 매체에 대한 매니악한 감식안을 대변함과 동시에, 심술궂은 방식으로 장르의 규칙과 화법을 발산한 첫 시작이었음을 이번에 확인한 덕이었다.
오바마에 대한 지지를 내세우며 표면적인 면죄부를 씌웠다 자처하는 기만적인 백인 중산층 가족, 그 위선의 그늘 아래에 신체의 교체라는 기이한 방식의 매매를 행하는 악인의 행각. 이를 결정적으로 징벌하는 주인공의 '감금 탈출'은 가히 이소룡 무비의 보스전 러쉬 수준이다.(주짓수 vs 유도) 이를 통한 역사적 속풀이는 가히 용인된 고어 무비 수준인데, 인종 차별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라는 가면만큼 자신들의 사회에 있는 이중성도 토로하고 있다.(마이블 베이 무비 등에 자주 등장하는 스테레오풍 떠벌이 흑인을 연기하는 친구 역의 로드가 특히 그러하다.)
아무튼 원래 구상했던 발상보다 한결 말끔한 해피 엔딩으로 매듭한 모양인데, 덕분에 후련하기도 하고 - 사슴의 뿔, 짓밟으며 두개골을 박살 내는 효과음, 백인 로맨스 무비 [더티 댄싱] OST의 타이틀 I've had time of my life 등 - 한편으론 결코 해소되지 않을 갈등의 골이라는 현실의 맥락이 엄연히 존재하기도 하다. 선명한 블랙 앤 화이트의 색감보다는 끈적한 혈흔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편하게 볼 수 있는' 호러였다는 점에서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