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내가 오래도록 액션 플랫포머 장르에 약한 사람이다...
아케이드 역사에서 1985년은 닌텐도의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1편을, 캡콤의 [마계촌] 1편을 낳았다는 점에서 새삼 의미 있는 시기였다. 천재적인 레벨 디자인으로 훗날 장르 자체의 전범이 되었던 마리오의 영광에 비하면, 점프 외에 공격의 요소 하나가 추가되었던 마계촌은 주지하다시피 플레이어에게 단순한 동전 하나의 소비만으로 퇴장을 허락지 않았던 악랄한 난이도로 유명세를 탔다. 두 타이틀 공히 21세기가 된 지금에도 여러 인디 수작에 자신만의 플랫포머 장르 유전자를 계승한 것을 보면 그 위치를 새삼 상기시킨다.
[돌아온 마계촌]은 개인적으론 지금도 드문드문 그리는 '병동일기' 인스타그램 툰 시절과 연관된 타이틀이다. 코로나 정국으로 인해 간병인 가족 외엔 방문이나 면회가 신통 찮았던 당시 늦겨울. 동생이 간간히 알려주던 게임계 안부 소식으로 존재를 알게 되었다. 발매 초기엔 스위치 한정 기간 독점 타이틀이었는데, 스위치 특유의 휴대/거치형 플랫폼에 어울리기도 해서 내심 기억에 남겼다. 동생이 유년 시절 집에 있던 데스크톱으로 가전제품 수리 기사 아저씨가 설치해 둔 [고인돌](원제 Prehistorik) 1편을 클리어 했던터라 '내겐 취약하고 골치 아픈 플랫포머 장르'와 연결되어 생각해 둔 덕이었다.
재활로 돌아온 고향에서 유튜브로 본 [돌아온 마계촌]은 역시나 예상한 광경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흉흉한 공동묘지에서데이트를 즐기다 데몬에게 납치되는 프린프린 공주와 자연스럽게(?) 구출을 다짐하는 기사 아더의 낡아빠진 서사, 잦은 낙사로 사망을 유도하는 지형의 설계와 속임수들, 이 속임수와 더불어 플레이어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겠다는 일관된 목표 하나로 얼개를 만든 기획자의 노선까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들이 빚어낸 숙적 레드 아리마의 등장을 보면 이 점에 대해선 확신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한층 향상된 표현력과 아트워크는 퀘퀘하고 칙칙한 감마저 드는 개성 있는 동화책 속 화풍을 마계촌 시리즈에 걸맞게 표현하고 있어 호감이었다. 창백함과 웅장함이 교차하는 오르간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테마 음악을 어레인지한 분위기도 일품이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겠지만, 마게촌은 시리즈를 거듭하며 매번 당대의 플랫폼을 통해 자신만의 역사를 이어갔는데, 아케이드와 패미컴으로 등장했던 [마계촌], 아케이드와 메가드라이브로 나온 [대마계촌], 슈퍼패미컴을 걸친 [초마계촌], PSP을 통해 발매한 [극마계촌], 지난작에 이어 15편 만에 발매한 본 [돌아온 마계촌]까지 수려한 이력을 거친 셈이다. 특히나 커버 디자인이나 맵 구성, 등장 보스 라인업까지 보면 그중 [대마계촌]에 가장 많은 연계를 보여준다. 시리즈 최강의 무기가 '단검'이라는 요소를 비롯해 [극마게촌]의 최강 무기인 전기 채찍의 요소를 잇지 않은 것도 그렇고...
그런데 본작은 이 시리즈에 대한 오래된 악명에 대해 나름의 오해(?)를 풀려는지 의외로 난이도의 세분화로 차이를 두기는 한다.(오죽하면 [극마계촌]엔 날개를 달고 비행하는 아서가 존재하기도.) 나 역시 이런 요소 덕에 후기를 남길 수 있었고. 숙원의 엔딩 크레디트를 볼 수 있었다. 비록 1/3의 엔딩이긴 하지만, 일종의 파고들기 요소로 진정한 엔딩을 향한 노력을 멈추지 마란 것이리라. 다만 그러기 위한 동기부여 면에서 호소력 있는 기획이었는지 의문은 들긴 했지만.
어쨌거나 그해 겨울에 들었던 관심은 이번 초봄에 풀 수 있었다. 프린프린도, 마왕 아스타로트도, 대마왕 루시퍼도 안녕. 언제나 수고한 아서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