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직업도 숨겨야하고,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견제에도 예민한 입장.
전체 러닝 타임의 초반까지 보고,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을 볼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윤성현 감독은 잘 넘겨지는 만화책 같이 재미난 템포를 조성하는 연출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황정민을 특별 출연으로 등장시켜 재일교포 3세 야쿠자라는 설정을 넣은 발상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홍원찬 연출)에 대한 코멘트 같아 보였고, 본작 자체가 [킹스맨], [킬 빌] 같은 장르 레퍼런스에 대한 인용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독의 유희가 느껴졌다. {유감스럽게도 이번에도 이런 부분에서 고운 소리는 못 들을 듯...) 경우의 수를 가정해 삶과 죽음의 한 끗 차이를 시뮬레이션하는 피바람의 비주얼 등엔 어쨌거나 야심이 서려 보이긴 했다.
(킬 빌)의 빌이 베아트릭스 키도가 아닌 버니타 그린에게 애착을 가졌다면? 같은 발상 같은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 배경엔 [존 윅] 같은 킬러 그룹의 설정이 한국에서의 애 키우고 먹고사는 문제로 레이어를 겹치게 한다. 여기에 LGBT의 문제를 덧씌우는데, 유감스럽게도 [여고괴담] 시리즈가 있던 시대에서 크게 업데이트되진 않은 듯하다. '벽'으로 표현하는 가족 구성원 상호 소통의 일은 시대초월 난제구나...라는 공감대 정도 줄 뿐. 비유하자면 마트에서 구매한 흉기 정도로는 현실엔 흐릿한 흠집만 낼 정도랄까. 어느새 감독과 꾸준하게 호흡을 맞추는 설경구의 존재와 매 작품마다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를 대번에 묘사하는데 능란한 전도연의 기량에 역시를 느낀다.(여기에 반해 이솜과 구교환 등의 젊은 연기자들이 가진 한계치에 대해선 '역시나'의 '벽'을 실감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