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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운 Apr 05. 2023

[올빼미]

궁중 스릴러 같은 경우 [혈의 누] 등 아예 없었던 것은 또 아니라서.

영화 [택시운전사]에선 아예 배우 유해진과 류준열의 마스크를 두고 싱거운 우스개를 넣을 정도였는데, 이번엔 결코 이길 수 없는 절대왕정과 정의감을 태운 민초의 대립 관계를 형성한다. 결말엔 실상 판타지에 준하는 매듭을 보여주는데, 이런 아득한 거리감은 계급의 면에서도 시각장애라는 한계 면에서도 설정으로 깔려있다. '올빼미'라는 제명처럼 눈 떠있는 자가 눈부신 날엔 볼 수 없는 것을 홀로 주맹증 환자인 주인공만이 볼 수 있는 진실에 대한 비유가 나름 재밌었다. 덕분에 작품의 개봉 시기에 다소 어긋난 전 정권 보다 현 정권에 어울리는 작품으로 보인 것도 사실이다.


선조와 더불어 조선왕조의 대표적 쪼잔왕으로 불리는 인조와 소현세자 사이의 비화를 픽션을 빌어 악인과 선인의 과계가 선명한 작품을 만들었다. 유해진의 필모 중 악역은 상대적으로 드물기에 이채롭게 보일수도 있는데, [그놈이다]를 관람한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낯설진 않았다. 선조 못지 않게 부글대는 컴플렉스를 감추지 못하는 인조의 악행을 궁중 스릴러의 서사 안에서 나름 잘 연기했더라.([그놈이다] 같은 함량미달의 작품에 비한다면 더더욱) 판타지에 준하는 매듭이나 실록 안과 비사라는 풍부한 소재를 한데 품기엔 분명 선택과 집중이 문제였으리라 보고, 자칫하다간 궁중 옐로 저널리즘으로 끝날 수도 있었기에 이 정도의 톤과 몸집에 일단은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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