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 드라마 시리즈 중 제일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김씨네 편의점> 같이 한인 사회를 묘사한 작품과 비교하자면 매운 속내를 가감 없이 동아시아 이민자 사회를 보여주었다. 한국계가 일본계에 가지고 있는 불편한 심정, 같은 한국계 안에서의 심적 갈등의 폭을 한인 교회의 묘사나 유대가 필요한 가족 관계에서도 불행의 원천인 핏줄의 문제를 말하고 있거니와 근본적으로 나와 상대를 가르는 명백한 소득과 계급 차이는 극 중의 여러 트러블을 설명하고 있다. 서로 다른 성별, 소득의 구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언제 터질지 모를 폭발의 뇌관은 가운데 손가락으로 대변되는데 결국 이들이 천형적으로 닮아 있거니와 끈끈한 인연으로 불가결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주는 후반주 에피소드는 기가 막히는 광경을 보여준다.
잘못 먹은 베리 열매가 야기한 부작용과 환각 증상으로 다른 두 사람이 혼미하게 겹치는 대사와 자아의 묘사는 거의 문화인류학적 전시의 수준이다. 그렇지 않아도 매 에피소드의 서두에 보여주는 모던 아트 회화나 그 종사자들에 대한 묘사부터 심술이 보였는데, 결국엔 패닉 품을 통해 그중 한명을 말 그대로 으깨버리는 연출은 극단의 수준.
[버닝], [미나리], [놉] 등 한국계나 아시아계의 캐릭터를 넘나들던 스티브 연에겐 의미있을 작품이지 않았을까. 여기에 넷플리스의 여러 스탠딩 코미디를 통해 뚜렷한 화술의 페미니즘, 섹스 테마를 펼치던 앨리 웡에게도 걸맞은 출연작이었다. 잘 생긴 남편과의 섹스를 그저 부드러운 로션 같은 수준이었다고 바로 품평한 대목에선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던 앨리 웡의 캐릭터들이 곧바로 겹쳐 보였다.
페이스북과 유튜브로 대표되는 우리 일상의 전시와 속임수, 비트 코인으로 설명되는 젊은 세대들의 자본에 대한 허상 등 여러 작품을 통해 묘사된 세대 의식이 여기에도 효과적으로 믹스되어 있다. 여기에 후바스탱크, 뷰욕, 림프 비즈킷 등의 당대의 음악이 넘실대는 선곡 역시 이 매운맛 시리즈에 양념을 보탠다. 파일럿 에피소드에 나왔다는 스매싱 펌킨스의 'today'에 이은 에피소드 10화의 'Mayonaise'는 기대만큼 아프고 아름다운 곡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