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러시아 산 [반지의 제왕]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사적인 의미가 있다면, 퇴원 후 처음으로 시립도서관에서 대여한 첫 도서라는 점. 듀나의 책은 소설이든 영화 에세이 쪽이든 곧잘 읽었으니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제목에 대한 첫인상은 좀 별나다 싶었는데, 출판사(구픽)에서 발간하는 일련의 시리즈의 일환이니 그렇구나 했다. 콤팩트한 분량과 읽기 부담스럽지 않은 소재 덕에 이번에도 잘 읽었다.
제목에 관련하여할리우드 역사를 통해 인종과 성별을 넘어 이름을 새긴 존재들에 대 한 언급은 물론 경계를 넘어 지금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근에도 여러 화두를 남긴 마틴 스코세이지가 말한 '시네마'의 범주, 우리가 그간 드물게 인식했던 인도나 아프리카 영화계 등의 존재, 지금은 방법만 찾는다면 유튜브 등을 통해 접할 수 있을 커먼즈 라이선스의 고전이나 러시아의 작품들을 언급하고 있다. 영화 보기의 범주와 생각이 예절과 판이하게 달라진 지금에 걸맞은 깨달음을 선사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고착화된 한국 사회의 고루함은 여전히 작가가 그동안의 저서로 언급해오던 대목이다. 비단 여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인물로 대표되는 문제적 상황은 밤 고구마 같은 퍽퍽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당연히 여기에 잠시나마 탄산수의 식감을 선사하는 것은 저자의 화법이기도 하고. 이런 익숙함을 통해 또 한 번 적극적인 '보기기'를 제안한다. 끄덕이며 동행하게 되는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