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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운 Apr 28. 2023

이경분 [망명 음악, 나치 음악]

오랜만에 책세상문고를 대여해서-

입원과 퇴원 과정에서 적지 않은 도서들을 처분했는데, 그 목록 중 한 가지가 책세상문고 시리즈였다. 문고본 도서가 그러하듯 상대적으로 덜한 분량과 무게, 인문학과 역사 등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테마를 다룬 방향성이 좋았다. 박정희라는 이름이 남긴 독재의 잔영, 생명공학과 페미니즘으로 대변되는 현재의 논쟁적 이슈 등 세밀하지는 않되 나름 간명하게 독서 욕구를 채워줬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 시립도서관에서 대여한 본저도 이런 관심사의 연장선에서 자연스레 읽을 수 있었다.


과거의 청산, 향후를 위한 비판적 입장의 견지 등은 비단 1,2차 세계 대전의 당사자였던 독일만의 과제가 아니라 제국주의의  영향권 언저리에서 역시나 현대사의 후유증을 직간접적으로 치르고 있는 우리에게도 남의 과제만은 아니라고 보인다. '한국환상곡'의 익숙한 선율이 대변되는 음악인 안익태의 삶을 비롯 당장에 카라얀, 푸르트벵글러 등의 지휘자들이 지휘한 베토벤의  곡 목록 등은 청음자인 내 입장에서도 CD를 통해 낯설지 않은 것이었다.


웅장하고 인류의 비전에까지 뻗는 베토벤의 교향악이 나치즘과 그 복무자들의 결속을 만들고, 그들의 통치 철학을 대변했다는 점에서 영상 매체의 역사를 논할 때 비슷한 위치에 있는 [의지의 승리](레니 리펜슈탈) 같은 예시를 자연히 떠올리게 한다. 여러 역량있는 음악인들은 세게 도처에 분산시킨 망명으로의 역사도 그렇고, 집시 문화와 더불어 기속적으로 공격받아온 재즈 장르 역사의 뒤안길도 짚어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도 꾸준히 현악과 오페라로의 천착을 간직한 채 고집스러운 노정을 이어간 이들도 있고, 정치적 탄압은 물론 신체적 린치 등으로 말년을 불행하게 매듭한 이름 역시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본저를 이를 통한 지금까지의 반성으로의 청산, 동시에 여전히 미진하지 않은 상태로 세계에 공존하고 있는 전체주의의 여진을 되짚고 있다. 여전히 성탄과 연말의 심야 채널을 수놓는 '환희의 송가'의 감동적인 합창을 생각하면, 자발적인 반성과 비판의 주먹쥐기는 여전히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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