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를 보고, 나의 시청 경로는 <퀸메이커>로 이어졌다. 라이온킹이 있다면 라이온퀸 하나쯤 있어도 되지 않는 나의 사소한 투정에 걸맞은 제목이긴 한데, 재야 정치인을 '킹'으로 만들려던 참모의 현실적인 노정을 다뤘던 영화판과는 다른 톤의 본작은 노동계 변호사를 시장의 자리에 올리겠다는 여성들의 연대를 다루고 있다. 이미 이명박 시대가 서울시장의 자리를 실질적으로 '소통령'으로 만든 선례임은 익히 익숙한 것이기에 등장인물들 상당수는 극 중에서 이런 논리로 사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자리를 기반으로 한국이라는 장터를 먹어 치우겠다는 야심을 품은 재벌 총수, 그의 야심을 실현하겠다는 충성심을 표출하는 침모, 총수의 야심과 별개로 통제되지 않는 충돌되는 욕망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자녀들, 그리고 그들의 취약함을 타깃으로 복수와 심판을 실행하겠다는 주인공이 배치되었다. 여기엔 당연히 피아가 매번 달라지는 정치판의 모략이 있고, SNS과 달라진 매체 환경을 통해 매번 들썩이는 표심이 기저에 꿈틀거린다. 그 표면엔 페미니즘의 태도가 표면이나마 흐르고 있고...
내게 걸리는 대목은 황도희가 자기가 품부고 있는 패와 스킬을 모두 활용하는 퀸메이커로서 활약할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노동계 인권 변호사 오경숙이라는 인물에 대한 감화? 자본주의 속 재벌의 충견으로서의 행보에 대한 자기반성? 부친의 사망에 대한 복수심? 잇따라 사망하는 동시대 여성들의 존재와 시대적인 안정을 위하여? 등 여러 발단이 있겠으나 작성하는 입장에도 자신 있게 확신하진 못했다.
어쨌거나 총 11편의 스토리로 구성된 본 시리즈엔 촉법소년 이슈, 갑질 스캔들, 권력형 성범죄, 한구 정치계의 이합집산 등 여러 서사를 담고 있다. 그 덕에 <재벌집 막내아들>, <보좌관> 같은 유사 시리즈들의 표면을 한데 담은 듯도 하다. 특히나 이경영 같은 장르물 단골 빌런의 배치는 구태의연하게 보일 지경. 시즌 2에 대한 야심을 품은 대목은 어찌 되었던 과욕으로 보이나 귀여웠다고 적으면 그만일 터. 어쨌거나 김새벽, 윤지혜 배우들은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