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얼룩진 색채감을 발휘하는 아티스트가 되자-.
머리에 핑크빛으로 묘사된 소시지 모양의 남근 모자를 쓰거나 썰린 베이글로 남근 모형을 전시하는 멀티 아티스트 이반지하. 황송하게도 그의 라이브 무대를 볼 기회도 있었다. 헤테로들이 수북한 일반 사회 속 LGBT 구성원으로서의 숨 가쁜 자립을 자조적인 유머로 묘사한 가사와 음악이 퍼포먼스의 형태로 플레이되는데, 그것은 누드 코스츔(?)과 심플한 전자음악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되었다. 이반지하의 이런 노선은 이런 음악적인 형식뿐만 아니라 그동안 팟캐스트 <퀴어방송>의 게스트 출연, <영혼의 노숙자> 속 '월간 이반지하' 시리즈 진행 등 뉴미디어의 형식으로도 확장되었다.
이번엔 책이다-.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함유한 그의 이번 에세이는 기대만큼 재밌었다. 그 재미만큼의 솔직함과 토로 역시 한번 감당해 보시길 추천한다. 산업과 예술의 틈바구니 안에서 위치한 한 자립 아티스트의 일상과 부동산의 문제, 먹고사는 과제의 난처함들이 더덕더덕 묻어있다. 그것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일상 속 군상들의 앙상블은 그 자체로 '웃프'다. 이 일상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티스트로서의 자존을 만드는 인지도의 확대와 영상 작가로의 활동인 듯하다. '지하'라는 자기 규명은 자연히 언더그라운드의 이미지를 인정하는 듯도 보이지만, 권말에 첨부된 동시대 아티스트 이자람의 글처럼 이반지하의 또렷한 행보와 컬러는 분명 독자적으로 보인다.
폭력과 우울증으로 점철된 이 누더기 같은 행보와 욕지거리 섞인 고백의 글쓰기는 자신도 인정하겠지만, 이 자체로 우리 같은 이들에게 창작과 발산의 형태를 꾸준히 자극한다, 우리가 누구든 네 녀석이 뭔들 자판으로, 태블릿으로 다채로운 얼룩진 컬러를 통해 세상을 수놓길 촉진한다. 좃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