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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Oct 25. 2018

교토의 100년 된 고택과 고양이들을 볼 수 있는 카페

교토의 <캣 아파트먼트 커피>에 가다

일본 칸사이 교토엔 다이쇼(1912년~1926년) 시대에 만들어진 고택을 개조하여 고양이카페로 운영하고 있는 <캣 아파트먼트 커피>(Cat Apartment Coffee, キャットアパートメントコーヒ)라는 곳이 있다. 1층은 카페와 굿즈 판매를 하는 샵으로 구성되어 있고 2층은 고양이들이 지내고 있는 공간으로 몇 가지 유의사항을 지키면 고양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2층의 공간은 중학생 이상이어야 입장이 가능하고 맨발로 입장이 불가하다. 젖은 양말로도 입장할 수 없는데 여분의 양말이 없는 경우 1층에서 파는 귀여운 고양이 양말을 구매해서 신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캣카페에 갔다 온 사람들의 입장이 거부되는데 이는 전염병 등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1층 안내 데스크에서 음료와 디저트 혹은 음료만 주문할 수 있고 얼마나 머물 것인지 60분, 90분, 120분 시간을 정할 수 있다. 시간을 정하고 나면 가게 점원 분이 손목에 종료 시간을 적은 종이 밴드를 채워준다. 음료 주문을 하고 나면 점원의 안내를 받아 1층에서 2층으로 움직이면 된다. (계단이 좁고 좀 가파르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조심해야 함)


2층에 올라가면 먼저 가방 등의 짐을 내려두고 손을 씻고 손과 발에 소독약을 뿌린다. 짐은 별도로 보관하는 장소에 보관되며 나갈 때 다시 받을 수 있다. 


올라가서 보니 이미 사람들이 4~5명 정도 여유롭게 각각의 장소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거나 고양이와 놀고 있었다. 주택을 개조한 공간이다 보니 보통 카페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누군가의 집에 방문해서 그 집 고양이들에게 인사를 하는 느낌이었달까. 


2층엔 항상 자리를 지키는 점원 분이 상주하고 있었고 마침 내가 들어가고 얼마 있지 않아 간식 타임이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고양이가 별로 없네?’ 라고 생각했던 나의 착각을 무심히 깨부수듯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고양이 떼가 간식을 먹으러 나타나 깜짝 놀랐다.


나도 간식을 하나 배분 받았다. ‘조그맣게 잘라서 애들한테 주면 된다’는 말을 듣고 간식을 든 손을 고양이에게 뻗자 귀여운 고양이들이 몰려왔다. 다른 손님들도 간식을 나눠주고 있었기 때문에 누가 간식을 먹었고 누가 아직 안 먹었는지 확실하진 않았지만 안 먹은 듯 보이는 고양이에게 간식을 줬다. 그리고 고양이들은 간식을 먹자마자 각자 갈 길을 떠났다. 역시 고양이들이란 올 때와 갈 때를 아는 동물이다. 


주문했던 음료가 마침 올라왔고 쇼파와 탁자가 있는 공간에 앉아 고양이들의 이름과 나이, 성격 등이 적힌 명부를 보며 누가누군지 매칭하기를 시작했다. 사진과 조금 달라보이는 고양이도 있었지만(사진빨인가?!) 왠만해선 알아맞출 수 있었다. 이름을 알고 나니 고양이들에게 좀 더 다가가기 편했다. 물론 이름을 부른다고 해서 나를 더 친근하게 대할 것이라는 건 순전히 나의 착각이긴 하지만 말이다. 


할로윈이 다가오는 기간이어서 몇몇 고양이들이 코스튬을 입고 있기도 했는데 점원 분이 특별 서비스로 다른 고양이에게 마녀 모자를 씌우자 카페에 있던 손님들이 모두 내적 비명을 지르며 카메라와 폰을 들고 몰려드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그 중엔 나도 있었다)


여기 점원 분도 매우 친절하셔서 손님들에게 자연스럽게 어떤 고양이는 어떤 특징이 있다, 어떻게 놀아주면 된다고 말을 건네기도 하고 직접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어부바 좋아하는 고양이가 있다며, 원하는 손님에 한해서 어부바 체험을 할 수 있게도 해줬다. 나의 반려묘로는 꿈도 못 꾸는 일이라 도전해 봤는데 꽤나 귀여운 경험이었다. 


태평한 고양이들과 함께 오래된 저택에서 커피를 마시며 처음 보는 사람들과 ‘고양이가 참 귀엽죠?’라며 ‘집에 고양이 있으세요?’라는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시간은 역시 금방 흘러갔다. 


이용 시간이 끝나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갔을 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조금 놀랐는데 윗층 공간이 그리 부족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들어오는 인원도 적절히 관리되고 있었다. (참고로 예약은 안 된다고 한다. 와서 기다려야 하는 시스템)


2층에서 나갈 때 점원 분이 외국인이라는 걸 눈치챘는지 어디서 정보를 보고 왔냐고 묻길래 인스타그램에서 봤다고 했다. 그랬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곤, 귀여운 우니의 엽서를 선물로 주시는 게 아닌가! 득템.


<캣 아파트먼트 커피>는 상업적 용도로 운영되는 고양이카페 중 하나다. 다만 운영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 눈에 보였다. 고양이의 상태도 다들 좋아보였고 집도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집’이라는 특성 탓인지 정말 누군가의 집에 잠시 들러서 고양이와 노는 것 같았고 그래서 손님인 나도 조금 더 조심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고양이카페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걸 보며 마음이 복잡해지곤 한다. 카페의 목적에 이용 당하다가 버려지는 동물들이나 전염병으로 죽거나 병에 걸린 소식을 들어서만은 아니다. 이런 카페가 생기는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캣 아파트먼트 커피>에 온 한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긴 사실 고양이 알러지가 있어서 주로 SNS로 고양이들을 보는데 가끔 이렇게 와서 고양이들과 논다’고 했다. 그 분이 수줍게 고양이들을 맞이하면서도 굉장히 즐거워 하는 표정을 보니 분명 이런 이유로 고양이카페를 찾는 사람도 있겠다 싶었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그들에겐 둘도 없는 행복이나 힐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늘 그게 인간중심적 사고에 기반한 것이라는 걸 잊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매일 매일 새롭고 낯선 사람들을 맞이하는 고양이들이 어떤 생각일지, 이 환경이 과연 그들에게 편안할지, 고양이에게 물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함께 공존하는 대상, 생명을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걸 꼭 기억하기를

이런저런 사정으로 고양이카페를 방문하거나 운영한다고 한다면 고양이를 단지 전시대상이나 놀이대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함께 공존하는 대상, 생명을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걸 꼭 기억하기를. 카페에 있는 고양이도, 집에 있는 고양이도, 길에 있는 고양이도 말이다. 우린 모두 잠시 이 지구를 빌려쓰는 생명체들이니까. 


*고양이없는고양이카페 <냥토피아>와 함께 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nn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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