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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안나 Sep 26. 2022

장애인도 동정한다는 장애가 있다한다.

 기독교 NGO를 다닐 때 맹학교를 방문 했습니다. 

  기독교 NGO에서 입사 후 2년 동안 주말에 설명회를 100회 이상 나갔다. 1년이 52주인 점을 계산 해 보면 거의 2년 주말을 헌신한 것이다. 


 평일 기아설명회는 아주 꿀이었다. 답답한 회사에서 나와 밥도 먹고 동료들과 수다도 떨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기 싫어 한빛 맹학교 기아설명회를 자원했다. 후원자 중 필드 트립으로 가까워진 특수교사 윤나 언니에게 연락해서 물어보았다. 맹학교에서 비디오를 틀어도 될까요? 원래 애들은 뽀로로 인형극이면 되는데 못 봐서 안 될 것 같아요. 


 '간사님, 맹학교 가요? 하고 윤나 언니는 되 물었다. 제가 맹아때문에 특수 교사가 됐거든요. 특수교육과는 여름에 실습이 필수에요. 장애아동 캠프에 갔는데 맹아 학생이 신발을 찾는 모습을 봤어요. 아이들이 신발을 구분 할 때 한켤레 한켤레 냄새를 맡아서 자기 신발을 찾아 신더라고요. 그걸 보고 특수교사가 돼야 겠다 했어요. 맹인은 장애인도 동정하는 가장 어려운 장애거든요."


 언니의 말을 들으며 감동은 조금, 부담은 많이 들었다. 괜히 신청한 건가 싶었지만 내가 안 가면 다른 사람을 구해서 보내야 하는데 어떻게든 해봐야겠다며 평일 오전 수업 시간에 맞추어 학교를 찾아갔다. 


 비디오를 틀었다. 화면을 봐야 하는 데 그나마 볼 수 있는 아이들이 앞에 앉고 아예 시력이 없는 아이들이 뒤에 앉았다. 아이들은 자신의 자리를 익숙하게 찾았다. 습관처럼 스위치를 내려달라고 말씀드리자 선생님께서 시청각실의 불은 끄든 안 끄든 상관이 없단다. 아차 싶었다. 


 비디오가 제법 시간이 돼서 맨 뒷자리에 앉았다. 내 앞 자리에는 복합 장애로 맹인이면서 자폐인 여자아이가 선생님의 품에 안겨있었다. 북한의 기아를 설명하는 데 아이가 들리는 지 안 듣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한빛 맹아학교에서 기아설명회를 진행했다. 

 방송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려는 데 목소리가 잘 안나왔다. 수십 번째 설명회라 여기선 이 농담을 하는 것과 숨 한 번 들이쉬는 부분까지 다 아는 데 횡설수설하는 내 모습에 내가 제일 당황했다. 그런데 희한했다. 보통 학교에서는 모금이 잘 안 돼서 모금보다는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데 맹학교는 아이들이 돈을 모아서 나한테 주었다. 북한의 아이들과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자기들 급식을 같이 먹을 수 있는 지 묻고 싶다고 하였다. 


 설명회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맹인이 가장 힘들다고... 볼 수 없다고 했는데 


 그래서 비디오를 보는 것도 괜찮은 지 많이 생각했는데, 내 생각보단 아이들의 마음 한 켠에 남을 위한 자리가 있었다. 근래에 전장연 시위로 갑론을박을 보았다. 커뮤니티, 댓글, 가리지 않고 혐오의 홍수 속에서 나는 그 아이를 떠올렸다. 누군가의 귀한 딸인 안 보여도 곱게 땋은 머리가 기억에 남던 그 아이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 아이가 그랬듯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내어줄 자리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닌지. 적어도 내가 오늘 어떤 모습으로든 걸을 수 있고 건강한 몸으로 잠자리에 누웠다면, 그 누군가가 나에게 기대었을 때 무겁다며 치우라는 행동 대신 조금 더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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