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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안나 Nov 23. 2022

필리핀이 위험하냐 묻는 그에게

보라카이는 너무 예뻤지만 세관 때문에 다시 가고 싶진 않은가요? 

 아시아 17 유럽 2 북미 2 호주 


 22개국 여행을 했다. 글을 쓰려고 작정하고 처음 세어보니 생각보다 적었다. 간 곳을 자꾸 가는 습관 때문인가 싶다. 시간이 되면 도시로 한 번 세어봐야 겠다. 


 필리핀은 내가 가장 오래 산 나라였다. 만 3년을 살았고 여행으로는 안 헤아려 보았으나 한 열 두어번 가지 않았을까. 지금도 마닐라공항 1터미널의 출구를 나서는 순간의 습기와 열기가 눈에 그려진다. 


 사람은 자신의 위치에서 본다. 사람을 대하거나 사물을 볼 때, 특히나 여행과 같이 낯선 문화(환경) 사람 그리고 자신을 볼 수 있다. 나도 여행자일 때와 인턴일 때, 그리고 관용여권을 받아 쓰던 주재원 일 때 만나는 모든 것은 서로 달랐다. 여행의 시작인 마닐라, 세부, 보홀, 팔라완, 보라카이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열어재끼는 면세점 백을 손도 대지 못 하고 지나가도록 돕기 위해 항공기 게이트 앞까지도 들어갈 수 있다. 외교부, 대관 업무, 카지노 VIP들이 받는 서비스가 혼재 돼 있다. 


 필리핀은 매우 독특한 나라이다. 어느 나라나 가지고 있는 고유성들이 있다. 미국의 52번째 주가 되겠다고 투표한 적이 있을 정도로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NBA 관람 도 열정적이고 축구는 인기가 없다.) 가장 긴 시간을 지배한 스페인 (333년) 보다 48년을 지배한 미국의 헌법을 차용했다. 사유 재산권이 공안보다 우선하여 보장받는다. 개인의 총기 소지 및 발포가 가능하다. 이 부분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날씨가 더우니 길에서 사는 부모와 아이들이 직관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SM 몰이 싸다길래 말린망고 두 봉지를 양손 가득 들고 오다 그 어린 애가 와서 주머니의 핸드폰을 쏙 빼갔는데, 따라갈 수 가 없어서 눈 앞에서 가는 아이를 바라보셨단다. 치안이 나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정가가 적혀있는 마트는 많지 않다. (물론 거주지역은 안 그렇지만 관광지의 경우 정가를 보기 힘들어서) 내가 돈을 내면서도 이게 맞는 값인지 잘 모르겠다. 여행자들의 혼란은 가중된다. 


 한국인의 기준은 매우 높다. 필리핀의 수준은 그에 비해 낮다. KOICA 단원들이 필리핀에 부임하면 현지적응 훈련을 시작한다. 나의 첫 당부는 기준과 수준이 멀수록 본인이 힘들다.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나를 바꾸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이제 편하게 다시 필리핀을 보아야 한다. 

 " 왜 국가가 나서지 않는 가." 정부가 더 부패 했다. 정부가 더 가난하다. 정부의 재원이 되어야 할 국가 기간 산업이 재벌의 소유다. 필리핀의 재벌은 물도, 전기도, 심지어 고속도로도 가지고 있다. 내가 운전하다 실수로 자동차 바퀴가 조금 움직였다. 경찰이 스낵 값 좀 주고 가란다. 그래 외국인인 내가 문제다 하며 100페소 (2,500원) 주고 출발한다. 


 배경을 참 길게 쓰게 되었다. 그래서 필리핀은 안전한가? 답은 그럴 수 도 그렇지 않을 수도 하지만 51% 위험하다고 할 수 밖에 없겠다. SM 같은 몰에서 치정사건에 휘말린 10대가 실총을 발사하고 (헤어진 연인에게) 억울하게 지나가다 맞는 기사도 보았다. 가해자, 피해자, 행인 셋 모두 10대 남자였다. 이처럼 LGBT 또한 한국보다 다수인 필리핀에서 치정 사건 또한 배로 늘어날 수 있고 행여나 클럽에 가서 만난 여인이 호텔에 들어가니 남자였다더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건만 싼미구엘과 럼주 탄두아이 마시면서 춤추는 여행의 안전은 대사관 직원이 같이 가도 못 막지 않을까. 

 반면에 내가 살던 동네 아파트는 임대료 2,500불에 방3 화장실3 에 관리비 10만원이 넘었다. (출장이 많아서 보름 정도 씩만 살았음) 이 동네에는 구걸하는 사람들도 못 들어오고 사우디 대사관이 있어서 부르카 쓴 아줌마가 밤에도 아기 그네를 태워줄 수 있었다. 이걸 정확히 기억하는 게 아줌마가 그 시커먼 부르카 (눈만 나오는 거) 쓰고 아기가 넘어지니까 미친듯이 달려와서 일으켜 줘서... 이정도 치안인 데서 낮에 피자 먹으러 가다 눈 뜨고 강도 당할 일이... 서울이랑 비슷하다. 


 결론은 내 여행 스타일이 안전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보다 위험하다. 보니파시오 같이 월 렌트비가 3,000불에 방 2 화 1 이런 동네 (관리비 별도, 주차 불가) 가서 걷다보면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걷다가 소매치기도 당하고 맥주 한 잔 하러 갔는데 주머니를 털릴 수 도 있긴 하다. 그래서 몇 가지 임상 경험을 소개한다. 


 1. 간만의 여행, 면세에서 샤넬 립스틱이랑 파운데이션 사고 SK2도 좀 샀다면? 

인천공항에서 뜯자. 롯데랑 신라가 예전에 주던 쇼핑백이 너무 좋아서 잠보앙가 시골 애들이 책가방으로 3년을 들고 다니더라 튼튼해서 찢어지지도 않는다. 다 버리고 알맹이만 가지고 비행기에 타자. 술은 뜯으면 안 된다고 하는 경우가 많으니 적당한 선에서 처리하는 게 좋겠다. 


 2. 필리핀에서 시비가 붙어도 절대 소리지르거나 신체적 접촉은 하지 않는다. 

하숙집 집사님이 운전을 하는데 악어 (필리핀 교통경찰)가 잡았다. 혼자 사냐 물어서 뚜껑 열린 옆자리 남편 분이 당장 내려 본네트를 쳤다. 니가 뭔데 내 와이프 혼자 사는 걸 묻냐. 경찰이 고소해서 재판을 9개월 하셨다. 이런 경우 상당히 많다. 한국인의 울컥 조심해야 한다. 화가 날 수록 목소리를 낮게 하면 상대가 더 쫀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3. 허용 가능한 팁을 준다. 

나도 정말 싫다. 팁 가지고 얼마나 화를 냈는지 모르겠다. 근데 결국 내가 가진 것과 그가 원하는 것이 같다. 돈이다. 세상 살다보니 돈으로 해결 되는 게 제일 쉬운 일이었다. 아직도 너무너무너무 싫다. 


 4. 기타 : 기내 멀티탭 박스테이프 반입 안 된다. 기증하기 싫으면 부치자. 아직도 국내 터미널 중에 터미널 피 받는 데 있다. 돈 너무 탈탈 털지 말고 필리핀 땅 떠날 때 까지 현금 1천페소 정도는 가지고 있자. 부티는 얼굴에서 드러나니 너무 비싼 시계, 금붙이 집에 두고 가자. 한국이 아니니 스벅에서 테이블 위에 핸드폰 두지 말자. 클럽도 마약도 정신 잘 붙잡고 있는 편이 좋다. 나머진 굳이 필리핀 아니여도 다 조심 해야 되는 (밤에 혼자 길 걷기 등) 것이라 안 써도 될 것 같다. 


 안전하고 싶다면 안전하게 행동하자. 기준과 수준을 맞춰서 좋은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Von voy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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