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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장장 Mar 15. 2022

가상인간(Virtual Influencer)

21세기는 멀티 페르소나 시대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를 지향하는 로지. 루이. 리아. 수아는 인격을 갖춘 말과 행동을 하도록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 공간에서 대중과 소셜 네트워킹을 한다.


호모(Homo) 종말의 시작

인간 존재는 역사 그 자체를 포함하고 있다. 그 진화과정과 역사의 모습들을 담고 있는 언어가 호모(Homo)라는 라틴어다. 호모는 뒤에 기술 또는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와 더불어 역사 속 독특한 인간의 모습들을 포착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어왔다. 이를테면, 호모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 호모이코노미쿠스는 경제활동을 하는 인간, 호모파베르는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말이다. 이렇듯 다양한 호모들은 인간이 만든 다양한 기술과 복잡한 사회 문화의 변천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인간을 포착하는데, 호모라는 개념은 한계에 직면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와 더불어, 우리가 가상(Virtual) 세계라고 부르는 새로운 메타(Meta) 세계를 구현하는 기술이 기존의 인간(Homo) 기준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 메타 세상에는 인간이 아닌, 가상인간(Virtual Human)이 산다. 여기서 사람 사이의 신용은 블록체인으로 변환되고, 삶의 공간은 메타버스로 바뀌고, 상품가치는 NFT로 변환되고, 교환가치는 코인으로 대체된다. 현실 세계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술 방식은 기존의 인간의 삶을 넘어선(Meta) 것이다.


2021년, 우리는 새롭게 구축된 가상 환경에서 가상인간과 공존을 시작했다. 이 환경에서 태어난 가상인간 로지. 루이. 리아. 수아는 광고모델, 가수 등 특별한 재능을 필요로 하는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등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가상인간들은 아나운서. 상담사. 해설사 등의 업무 중에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 영역에서 그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특히 가상인간 로지가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녀가 가상인간인지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달한 것이다. 이들의 ‘삶’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녀를 가상인간으로 구분하지 못했던 것처럼 또 다른 인간의 삶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발달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이처럼 우리의 삶을 가상의 삶과 융합시켜 인간적인 무언가를 넘어서고 있다.


가상인간이 사는 세계 ‘메타(Meta)’

인간이 사는 현실 세계는 자연에서 얻은 것을 가공해서 만든 공간이다. 이에 반해 메타 세계는 온전히 인간 스스로의 능력으로 만든 가상의 공간이다. 가상인간이 사는데 필요한 기능이 갖춰 놓은 공간을 일컫는다. 이곳에서는 가상인간이 나를 대신해서 활동한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메타 환경을 보여주는 다음의 두 편의 영화는 이러한 메타 세계의 성격을 아주 잘 보여준다.


영화 써로게이트(2009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의 몸을 고정하고 머리는 컴퓨터에 연결한 상태로 있다. 몸은 휴식하는 상태에서 자신과 연결된 아바타 로봇에게 명령을 내리고, 그 로봇이 움직이며 모든 생활을 대신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는 내가 노래를 못해도, 나이 들어도, 예쁘지 않아도 상관없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을 써로게이트 한(대체한) 로봇만 보여줄 뿐, 어느 누구도 진짜 인간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아바타 로봇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영화 제목처럼 인간의 삶이 로봇으로 써로게이트 된(대체된) 메타 세계의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행복할까?


영화 트랜센던스(2014년)는 인공지능 과학자의 뇌를 살아있는 상태에서 컴퓨터에 다운로드하고, 그 뇌가 지닌 정보와 컴퓨터가 결합하여 인간을 트랜센던스 하는(초월하는) 초능력을 가진 가상인간이 탄생하고, 그 초능력이 인간이 사는 현실세계에서 가상인간의 목적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가 2022년에 개봉됐다면, 아마도 트랜센던스가 아닌, 메타라고 결정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편의 영화의 공통점은 더 이상 인간의 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간의 몸은 로봇과 메타 기술로 대체되고, 인간의 의식 세계만 남게 된다는 점이다. 학자들은 포스트 인간을 말할 때, 죽을 운명의 네오 휴먼과 기계장치로 신체를 강화하는 트랜스 휴먼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포스트 인간은 영원히 살고 싶은 욕망으로 인간의 장기와 신체 구조를 메타 세계에 맞게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몸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그리움을 담고 있다.


사람이 그리워하는 느낌 ‘감성’

나는 지금 드라마 <지금 우리는>을 보고 있다. 우리의 삶을 기록해서 시간이 지난 후에 꺼내보고, 부족했던 우리를 회상하고, 이를 통해서 서로가 행복해지는 미래를 디자인하자.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드라마다. 그러나 내가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되는 이유는 메시지보다는 인간 본연의 감성이 나에게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아들이 엄마의 무릎에 기대어 잠드는 한 장면의 대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이 짧은 영상 속, 대화를 듣는 나는 왜 계속 눈물이 나는 걸까.


엄마 : 언제 다 컸을까, 우리 아들 이렇게~

아들 : 갑자기!, 엄마 이렇게 큰지 꽤 됐어~

엄마 : 왜 혼자 컸어,.... 우리 아들,.... 어떤 시간을 보낸 거야,.... 너무 혼자 짊어 지려 고만하지 마,.... 안 그래도 돼,.... 아들이 기대기에 아직 엄마 아빠가 부족하지…


가상인간을 구현하는 핵심기술은 크게 두 개다. 첫 번째는 얼굴을 진짜처럼 구현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고, 두 번째는 인간과 가상인간이 실제로 대화가 가능한 수준을 구현하는 대화기술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가상인간은 대부분 얼굴 모양을 인간에 가깝게 만든 기술을 적용했다. 그래서 가상인간은 그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는 영역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 고유의 감성 표현이다. 얼굴표정기술 개발과정에서 가상인간은 이러한 인간 고유의 감성표현을 놓치지 않도록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우리 고유의 감성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범 패러다임에 기초한 다중적 자아 개념에 대한 사유이다.


범 패러다임의 변화 ‘다중적 자아(Multi-persona)’

가상 세계에서 다중적 자아(Multi-Persona)라는 범 패러다임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패러다임이 검증된 과학 중심인데 반해, 범 패러다임은 고유한 문화의 원형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유럽 사람은 일본. 한국. 중국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지만, 아시아 사람은 세 나라 사람의 국적을 구별하는데 어렵지 않다. 이들만의 범 패러다임의 원형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동안 다중적 자아는 지킬박사와 하이드, 헐크 그리고 정신질환 등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되어 왔다. 내 안에 또 다른 정체성을 가진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괴물로 변해서 주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두려운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상 세계의에서 다중적 자아는 긍정적인 범주로 여긴다.

게임, SNS 상에서 부캐(부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 공간에서 대중과 소셜 네트워킹을 통해 인플루언서/셀럽으로 성장하는데 필수 기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감성과 인격을 갖춘 멀티 페르소나 기능이 요구된다.


메타(Meta) 시대를 사는 지혜

인공지능. 블록체인. 가상화폐. NFT 등 다양한 메타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가상 환경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큰 변화다. 변화는 크게 점진적인 변화와 급진적인 변화로 구분된다. 점진적인 변화는 예상 가능한 변화를 말하지만, 급진적인 변화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 변화의 폭과 높이가 크다. 그래서 혁신의 시대와 혁명의 시대는 대처하는 방식도 다르다. 혁신을 한자로는 革(가죽 혁) 新(새로울 신)이라고 쓴다. 피부에서 털이 빠지는 고통을 감내하면 새로운 용도의 가죽이 된다는 뜻이다. 혁신적 새로움은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가진 것을 변화시켜서 만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도 가능하고 변화도 점진적이다.


혁명은 다르다. 혁명은 한자로 革(가죽 혁) 命(목숨 명)이라고 쓴다. 새로움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목숨까지도 걸어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있다. ‘혁’에 담긴 고통 의미는 오히려 작다. 목숨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도기도 없다. 지금은 큰 도전을 요구하는 디지털 혁명 시대다. 급진적 디지털 기술 혁명으로 탄생한 가상인간 로지처럼 “나도 노래하고 춤추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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