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사냥개들]
그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그 성과와 상관없이 공개 전 상당한 화제성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 화제성은 내 최애 장르가 아니더라도 구독자들의 클릭을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더해서 한국 시장에 실험적인 장르물이 정착하는데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 ‘사냥개들’은 아쉽게도 이 도입부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키노라이츠 기준 앞서 공개된 2023년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와 ‘택배기사’ 보다 현저하게 낮은 검색량에서 대중적인 관심도가 적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인기 웹툰 원작에 출연배우 김새론의 분량문제로 한 차례 논란이 있었음에도 아쉬운 수치를 보이는 이유는 장르에서 찾을 수 있다. 그간 넷플릭스의 장르적 시도가 트렌드를 주도했다면, ‘사냥개들’은 이전 트렌드의 시도에 머무른다.
이 작품은 사채업에 휘말리게 된 두 청년이 거대한 악에 주먹으로 목숨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를 배경으로 경제적인 빈곤함에 내몰린 이들이 피해자로 등장한다. 소위 말하는 밑바닥 인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액션물로 그 질감이 일본 청년만화와 비슷하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자극적인 사건으로 풀어내며 폭력을 통해 분노와 쾌감을 이끌어 낸다. 아마 이 작품의 포스터만 보고 많은 이들이 한 시대를 떠올렸을지 모른다.
바로 2000년대 유행했던 조폭물이다. 이 시기처럼 낭만의 주먹이 담긴 건 아니지만 장르적인 쾌감을 뽑아내는 방식은 비슷하다. 다만 넷플릭스 제작에서 기대할 수 있었던 점은 퀄리티였다. 넷플릭스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액션 장면을 세련되게 뽑아내거나 스토리나 연출에 있어 장르적인 매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이 기대를 품고 재생버튼을 클릭한 이들은 바로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최근 성과가 좋지 않았던 김주환 감독의 첫 드라마 도전은 본인의 단점만 부각시켰다. 먼저 극을 이끄는 주인공들의 매력이 떨어진다. 남성 주인공을 투톱으로 내세운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그는 ‘청년경찰’ 이후 인상적인 조합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전작인 영화 ‘멍뭉이’ 때처럼 건우에게는 착하고 건실하지만 아픔을 지닌 청년을, 우진에게는 껄렁해 보이지만 속정이 깊은 감초 캐릭터 역할을 부여했다.
이 조합이 나쁜 이유는 액션과 함께 한 축을 이루는 유머에서 건우가 우진을 받쳐주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김주환 감독의 ‘청년경찰’이 히트를 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주인공의 에너지와 개성이 같은 결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강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힘을 내포하고 있었던 반면 ‘사냥개들’에서는 서로 다른 불같은 에너지를 두 사람이 서로의 미지근한 부분과 만나 오히려 동력을 잃는다.
여기에 분량 때우기에 급급한 유머와 대사가 아쉬움을 남긴다. 건우와 우진의 인연을 만들기 위해 중점을 둔 해병대 이야기는 유머와 유대감 두 가지를 모두 놓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해서 메인빌런인 사채업자 명길의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플롯도 부족함을 느끼게 만든다. 재벌3세 민범과 엮이는 모습을 통해 절대 악과 상대적인 악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여지를 열었음에도 부족한 대사의 깊이로 부족한 몰입을 이끌어낸다.
반전이 될 것이라 여겼던 액션은 세련되거나 스피디한 맛이 떨어진다. 오직 파워만 지닐 뿐 개성은 소유하지 못했다. 전설적인 액션영화 ‘존 윅’ 시리즈를 보면 규모와 파워 뿐만 아니라 장면에 있어 신선함 또는 몰입을 느낄 수 있는 센스를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복서 출신의 두 주인공을 내세운 ‘사냥개들’이 지닌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 액션이었음에도 불구 이 부분 역시 준비의 안일함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창고형 비디오 가게의 면모를 고려하면 다양한 장르라는 점에서 한 번쯤은 볼만한 시리즈다. 허나 6월 시리즈 기대작으로 맞이하기에는 이빨과 발톱이 빠지고 살이 쪄서 날렵함도 잃어버린 사냥개의 시청자 몰이를 바라보고 있는 건 고역에 가깝다. 다만 해당 장르가 취향인 이들이라면 오락적인 측면에서 나름의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