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멘탈] 물불 안 가리는 디즈니·픽사의 완벽한 케미

영화 [엘리멘탈]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4원소설을 모티브로 환상적인 세계관, 매력적인 캐릭터, 흔히 말하는 케미가 터지는 우정과 로맨스를 선보이는 작품이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중 로맨스를 정면으로 내세운 희귀한 영화이자 영상미의 측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를 뽑아냈다. 여기에 디즈니가 꾸준히 추구하고 있는 PC의 가치를 소재 자체를 통해 부드럽게 담아냈다.     

애니메이션의 배경인 엘리멘트 시티는 물, 불, 흙, 공기 네 원소가 함께 모여서 살아가는 도시다. 학창시절 과학시간 우리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던 원소 주기율표가 연상되는 아파트부터 눈길을 끈다. 여기에 세련된 미래도시 형태에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통해 꿈의 낙원을 표현한다. 이곳의 환상적인 영상미는 원소의 표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인 애니메이터 이채연이 참여해 화제를 모은 이 원소들의 생김새는 말 그대로 4원소다.     

불 자체를 표현하기 위해 직접 가스불을 슬로우 영상으로 찍어 참고하는 등 캐릭터 제작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불, 물, 흙, 공기는 CG로 표현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불같은 것이 아닌 불 자체를 캐릭터에 담아내야 했다는 점에서 그 질감을 살리기 위한 노력과 성과를 엿볼 수 있다. 이렇게 완성된 각 원소 캐릭터들은 외형부터 그 개성에 어울리는 모양을 지닌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굿 다이노’의 연출을 맡았던 피터 손은 ‘엘리멘탈’을 통해 이민자들을 위한 감사와 위로의 편지를 전한다. 4원소를 통해 다양성의 가치를 말하면서 이민세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 이민자를 상징하는 원소가 불이다. 불은 엘리멘트 시티에서 이민자 집단이다. 그들은 강한 속성 때문에 다른 원소들과 섞이지 못하며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살아간다. 앰버의 아버지 버니는 이민 1세대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민(불 원소) 커뮤니티 내에서만 소통하며 고지식한 면모가 있다. 앰버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가업을 물려받기로 하지만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일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물 웨이드를 만나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 이 변화는 물과 불의 흥미로운 화학작용을 통해 소위 말하는 케미를 발산한다. 이 케미는 로맨스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이들의 로맨스가 독특한 이유는 장르적으로 반감을 살 만한 캐릭터성으로 반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 있다. 앰버는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다. 스스로의 성질을 이기지 못해 폭발하는 장면은 다혈질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만든다. 쿨하고 당당한 여주인공이 요즘 로맨스의 대세라고 하지만 이보다 더 나아간 정말 불같은 성격을 지닌 앰버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반면 웨이드는 울보다. 물 원소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유한 성격을 지닌 그는 풍부한 감수성으로 툭하면 울음을 터뜨린다. 다소 멋이 없게 느껴질 수 있는 캐릭터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특유의 활력과 섬세한 측면을 통해 앰버의 마음에 다가온다. 엠버는 웨이드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그곳에 섞일 수 있는 물과 같은 속성을, 웨이드는 엠버를 통해 불과 같은 용기를 얻게 되며 변화를 그린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는 로맨스 라인은 인상적이나 캐릭터 활용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불과 물 두 캐릭터에만 중점을 두다보니 4원소라는 소재 자체를 살리는 힘이 부족하다. 로맨스에 가족 드라마를 더한 구성이다 보니 어드벤처가 주는 매력 역시 이전 디즈니·픽사 작품들과 비교하면 빈약하다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흥미를 느낄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