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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라면 누구나 ‘좋아요’를 누를 영화

영화 [좋.댓.구]

  


영화 <좋.댓.구>의 제목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먼저 유튜브로 대표되는 개인채널 운영자들이 외치는 ‘좋아요, 댓글, 구독’의 줄임말이다. 이 세 가지는 수익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 또는 욕망의 의미를 지닌다. 다음은 제목을 있는 그대로 발음했을 때 나오는 X댓구 이다. 인생에서 큰일을 겪으며 망했다고 여기는 순간에 나오는 말이다. 영화는 이 상반된 의미를 한 배우 유투버의 흥망성쇠를 통해 코믹한 풍자로 담아냈다.     


라이브 무비를 내세운 이 작품은 영화 <인질>, <차인표>처럼 배우가 자신을 연기한다. 그 주인공은 한때 아역배우로 얼굴을 알렸던 오태경이다. 드라마 <육남매>에서 창희 역으로 알려졌던 그는 성인이 된 후 집안사정이 나빠지면서 아르바이트를 뛰었다고 한다. 현재도 배우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나마 대중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대표작은 20년 전 작품인 영화 <올드보이> 어린 오대수가 전부다.     


연예계에서 성공과 거리가 멀어진 오태경은 유튜브에 도전한다. ‘리오’, 리틀 오대수라는 닉네임으로 개인채널을 시작한 그이지만 유명배우도 힘든 개인방송계에서 예상대로 부진을 겪는다. 구독자들의 궁금증을 직접 발로 뛰어 해소해 주는 실천형 유튜브가 된 후 나름의 인기를 얻은 그는 라이브 방송 중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게 된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 중인 남자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아봐 달라는 것이다.     



기승전결로 따지자면 영화의 ‘기’는 성공을 위한 오태경의 분투가 주를 이룬다. 오대수 분장을 하고 먹방, 브이로그 등 요즘 유행하는 방송을 해도 인기가 없는 그의 모습은 짠함을 유발한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이지만 문화예술계의 경우 노력과 성공이 비례하지 않는 공식이 강하다. 꾸준한 업로드와 성실하게 인기콘텐츠를 따라가는 것만으로 성공할 수 없는 유튜브 시장에서 오태경은 배우 때와 같은 좌절을 맛본다.   

  

‘승’에서는 시위 중인 피켓남을 통해 성공의 달콤함을 맛본다. 배우에게 인생작, 가수에게 인생곡이 있듯 개인채널 운영자에게는 크리에이터의 가치를 올려주는 히트영상이 있기 마련이다. 피켓남의 시위 이유를 알아낸 오태경은 이 영상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전’은 풍자의 색깔을 짙게 담아내며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알고 보니 오태경이 밝혀낸 피켓남의 정체가 그의 조작이라는 것이다.     


예능, 오디션 등 리얼리티를 내세웠던 방송들이 조작논란으로 무너진 모습을 우리는 여러번 봐왔다. 그 조작의 이유는 인기를 끌기 위해서다. 대중적으로 콘텐츠 파워가 더 약한 개인채널의 경우도 이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튜브 채널의 경우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대놓고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조작방송을 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에 더해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사이버 렉카까지 등장시키며 오태경의 몰락을 그린다.     



짠함과 씁쓸함을 유발해냈던 오태경의 모습은 ‘결’에서 기발한 반전을 통해 좁게는 개인채널, 넓게는 사회 전반에 걸친 풍자를 보여준다. 개인채널은 누구나 유명인이 되고 자신의 뜻을 피력할 수 있다는 순기능을 지니고 있지만, 작품이 보여준 조작논란과 가짜뉴스는 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등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자본주의 체계 속 가장 나쁜 역기능을 보여주기도 한다.     


작품의 반전은 역기능이 줄 수 있는 배덕감 가득한 순간을 익살맞게 담아내며 쾌감을 자아낸다. 이런 기승전결의 구성은 내세울 스타배우가 없고 자금력에서 한계를 지닌 다양성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모범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현 시대에 관객들이 호기심과 신선함을 느낄만한 소재를 택했고 한 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스토리라인을 통해 상업영화 못지않은 오락성을 자랑한다.     


여기에 영화 <서치>처럼 디지털화면 내에서만 이뤄지는 상황으로 재미를 준다. 유튜브 영상인 만큼 중간광고 역시 담아냈다는 점은 극중 리틀 오대수처럼 컨셉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와썹맨 박준형을 비롯해 영국남자, 쏘영, 말왕 등 개인채널 크리에이터들의 출연과 혹시나 하는 대박을 꿈꾸며 영상 하나쯤 유튜브에 올려봤을 MZ세대에게 더 많은 ‘좋아요’를 받을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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