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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인터뷰] 영화 '비밀의 언덕', 배우 문승아

[키노 인터뷰] ‘비밀의 언덕’ 배우 문승아, “또래보다 성숙한 명은이, 나와 닮은 캐릭터”     



‘벌새’ ‘남매의 여름밤’ 등 개인의 경험을 보편적인 감성으로 확대하는 다양성영화들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비밀을 간직한 감수성 많은 소녀, 명은이의 이야기를 담은 ‘비밀의 언덕’입니다.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다수의 영화제에서 초청과 수상을 하며 7월 한국 다양성영화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죠.

이 작품에서 가족과 갈등을 겪는 감수성 풍부한 소녀 명은 역을 맡은 배우 문승아를 키노라이츠가 만났습니다.     


영화 데뷔작 ‘소리도 없이’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더니 ‘흩어진 밤’으로 전주국제영화제 배우상을 수상하며 가장 핫한 아역배우로 올라선 문승아인데요.

작품에 출연한 계기부터 명은이와의 싱크로율, 처음 연기에 도전하게 된 계기와 차기작 소식 등 풍성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키노라이츠가 주목한 배우 문승아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보통 오디션을 보기 전에 대본이 오면 엄마가 한 번 보시고 작품을 추천해 주세요. (‘비밀의 언덕’ 대본을 받았을 때가) 5학년이다 보니 진중한 역할은 지양했는데 엄마가 마음에 드셨는지 추천하시더라고요. PD님이 연락을 주셨을 때 따뜻한 영화라고 그래서 하고 싶었어요. 촬영을 하면서 뭔가 감독님이랑 제가 케미가 잘 맞는다고 느껴졌어요.     


오디션을 보는데 4개월 정도 걸렸다고 들었어요.

오디션을 보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엄마도 저도 암묵적으로 안 되었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여기 있게 되었네요.(웃음)

오디션에서는 감독님께서 즉흥극만 3~4개 시켰어요. 기억나는 건 감독님이 저한테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걸 물어보셔서 연기라고 답하니 엄마가 못하게 하면 어쩔 거냐 그 감정을 표현해 달라고 주문하셨어요. 감독님께서 상대역을 해주셨는데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저도 모르게 엄청 울었어요.     


이지은 감독님을 연기 스승이라고 언급했는데요.

감독님 디렉팅이 정말 구체적이고 쉽게 설명해 주셨어요. 연기학원 선생님들만큼 잘 알려주셨어요. 감독님이 시범을 보여주시기도 하고 직접 우는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하셨어요. 그런 부분에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기억에 남는 디렉팅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명은이가 오빠한테 혼나는 장면이 기억나요. 이 장면에서 감독님이 처음으로 우셨어요. 그때 감독님이 너무 지치셔서 예민한 상태셨어요. 감독님이 저한테 승아야 들어봐 하면서 20분간 디렉팅을 이 컷 하나에 주셨어요. 네가 정말 창피하고 미안한 비밀을 들켰다고 생각하고 연기하라고 하시면서 감정이 복받치셨는지 눈물을 흘리셨어요.     


문승아 배우와 명은이 사이에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 인가요?

제가 명은이를 만들었다기 보다는 명은이가 절 만들었다? 그렇게 생각해요. 한 70% 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차이점이라면 가족을 숨기려고 하는 부분은 저와 정반대에요. 저는 반대로 친구들한테 엄마를 보여주려고 그래요. 엄마가 친구들 이야기하는데 은근슬쩍 끼어 드시는데 다들 아줌마 같다고 생각 안하고 또래라고 여겨서 인기가 되게 많으세요.      


명은이와 닮은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명은이와 닮았다고 느꼈던 부분이 환경보호? 지금은 아닌데 오디션 볼 즈음에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레타 툰베리를 보면서 저도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명은이에게 공감이 갔어요.

또래보다 성숙한 부분도 저랑 비슷하다고 봐요. 평소에는 또래 같이 보이는데 자기 주장에 대해 말할 때는 성숙해 보이는 그런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지 않나 싶어요.      


극중 명은이처럼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지 궁금해요.

관심 아예 없었는데 감독님을 만나서 한두 번 글을 써보면서 흥미가 생겼어요. 원고지에 쓰는 방법을 감독님한테 배웠는데 그러면서 흥미가 생긴 게 아닌가 싶어요. 요새는 학교에서 태블릿을 줘서 거기다가 필기하고 그래요. 연필도 오랜만에 쥐어보고 그래서 촬영하면서 신기했어요.      



담임교사 애란 역의 임선우 배우와 호흡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애란 쌤과는 주로 아침 일찍 촬영했어요. 방과 후에 남아서 선생님과 비밀우체통 열어보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애란 쌤과 촬영할 때는 항상 썰이 하나씩 생겼는데 이날은 아침에 너무 졸렸어요. 선생님은 얼굴을 따고 저는 어깨만 나오는 장면이었는데요. 대사는 몸이 외웠는지 말은 나오는데 제가 조는 모습을 보고 쌤이 웃어서 NG가 난 적이 있어요.(웃음)     


영화 속 비밀우체통 장면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요즘도 유행인 거 같아요. 전교회장 나왔다 하면 다들 공약으로 내세우는 게 비밀우체통이더라고요. 저도 한때 명은이한테 과몰입을 해서 반장선거에 나가 비밀우체통을 공약으로 내세웠어요. 그때 촬영이 끝났을 때라 소품팀 분들에게 부탁드려서 비밀우체통을 가져와 교실에 두었어요. 요즘 영화 보고 친구들이 그때 우체통이 저거였냐고 DM을 보내요.(웃음)     


다음으로 엄마 경희 역의 정선 배우와 호흡 맞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것도 엄청 졸릴 때 촬영한 건데요. 새벽에 1~2시에 찍었어요. 엄마가 기름을 쓰레기봉투에 버리는 장면에서 약간 고생을 했어요. 졸리기도 졸리고 제가 생각한대로 톤이 안 나와서요. 그때 정선 배우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승아가 좀 힘든 거 같다고 쉬었다 하자 그러셔서 고마웠어요.     


아빠 성호 역의 강길우 배우와 호흡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강길우 배우님 때문에 NG를 많이 냈어요.(웃음) 조곤조곤 하게 표정으로 말씀 하시는데 엄청 웃기는 말이 많았어요. 배우님은 이게 왜 웃겨? 하는데 정말 웃겼어요. 대사로 보았을 때는 별로 안 웃겼는데 아빠 목소리로 들으니 웃겨서. NG를 많이 내서 한 장면을 10몇 번 간 적도 있었어요. 이제는 아빠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와요.(웃음)     


명은이가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빠한테는 섭섭 창피? 엄마는 너무 밉고 싫고 짜증나고. 둘 다 창피하긴 하지만 아빠는 밉기 보다는 섭섭한 감정이 앞서지 않나 싶어요. 엄마는 잘 되라는 마음에서 명은이한테 하는 이야기이지만 (명은이가) 이해가 안갈 거예요. 아빠는 그런 부분에서 무관심 하다고 봐요. 엄마는 관심은 있는데 명은이가 원하는 관심이 아니라 쓴소리 하는 거처럼 느껴지지 않았나 싶어요.     


동갑내기 친구 혜진이, 장재희 배우와의 호흡도 어땠는지 궁금해요.

재희가 되게 프로라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같이 떠들고 호흡도 많이 맞췄는데 촬영만 들어가면 눈빛이 달라져요. 컷 끝나면 스스로 잘했다고 하는 게 재밌었어요. 제가 또래 친구들과 연기한 적이 없었어요. 이번에 ‘비밀의 언덕’ 촬영을 하면서 같이 한 분들이 동갑이라 서로 전번 교환도 하고 그랬어요. 같은 일을 하는 친구가 하나쯤 있으면 말이 잘 통해서 정말 좋더라고요.      



연기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많은 아역 분들이 그러겠지만 처음에는 아이돌이 하고 싶었어요. 간절했기 보다는 했으면 좋겠다? 아이돌이 예쁘니까요. 엄마가 평소에 제가 예쁘다고 자주 그러세요.(웃음) 저 어렸을 때 모델 시킨다고 알아보시다가 우연히 어떤 회사에 속아서 프로필 사진을 찍게 되었어요. 이왕 사진 찍은 거 엄마가 여기저기 많이 돌리다가 모델 선발대회 합격했어요. 

분명 모델 선발대회였는데 10만원 문상이랑 함께 연기학원 무료 수강권을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연기학원을 다니게 됐는데 거기 선생님께서 엄마한테 재능이 있다 그러셨어요. 그 뒤에 엄마가 배우 쪽으로 알아봐 주셔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 촬영장에서 연기를 했을 때 어땠는지 궁금해요.

처음부터 주인공을 했어요.(웃음) 제일 처음 한건 단편영화 주인공이었는데 현장에서 굉장히 잘 챙겨주셨어요. 솔직히 주인공이다 보니 다들 잘 보살펴 주셨다고 봐요. 다니던 연기학원에서 드라마 엑스트라로 많이 불려갔는데 그때는 좀 서러운 점이 많았어요.

엑스트라로 처음 촬영 갔을 때는 유명한 배우 분들이 온다고 해서 예쁘게 하고 갔는데 대기만 2시간을 했어요. 카메라가 저를 비추는 거 같지도 않더라고요. 그때 당돌하게 감독님 찾아가서 저한테 대사 하나만 달라고 했어요.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셔서 상처를 좀 받았어요.

이때 경험 때문에 단역 친구 분들이 촬영장에서 얼마나 서러울지 잘 알아요. 이지은 감독님도 이런 점을 알고 계셔서 일부러 비중이 크지 않은 배우들도 학생1이 아니라 배역 하나하나 이름을 다 붙여주셨어요.      


배우가 내 길이다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였나요.

11살 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GV를 했을 때, 제가 준비도 안 했는데 말을 너무 잘하는 거예요. 연기를 잘하는 건 관객 분들이 판단할 문제지만 말은 (제 스스로) 판단이 왔어요. 그때부터 흥미를 느꼈던 거 같아요.

그때 전주에서 배우상도 받았어요. 지금은 내가 잘해서 받았겠구나 하는데 그때는 어리다 보니까. 어려서 준 거겠죠 그러고 말았어요. 그 상이 당시 영화제에서 처음 신설된 거였는데 제가 받아서 당황했어요. 근데 그렇게 안 보이게 프로처럼 말해서 주변 분들이 놀랐어요.(웃음) 부산도 좋지만 처음 갔던 영화제가 전주이다 보니까 더 정이 가는 게 있어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요즘은 다들 부캐가 있잖아요. 가배우(가수+배우) 비슷하게 예전에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가능성은 없다고 봐요.(웃음) 노래는 엄마가 오래 가르쳤어요. 영화 하면서 뮤지컬 준비도 했었거든요. 뮤지컬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 잘 안 됐어요.(웃음) 보컬학원도 다니고 했어서 노래는 자신이 있어요. 춤은 친구들과 코인노래방에서 추는 정도?(웃음)      


맡고 싶은 배역이나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가 있나요?

예전에는 액션영화를 찍고 싶었는데 요즘은 판타지물? ‘해리 포터’ 비슷한 작품에서 신비로운 주인공을 연기해 보고 싶어요. 

팬심이긴 한데 제 나이에는 아무래도 잘생긴 외모를 지닌 아이돌 같은 배우 분과 함께하고 싶기 마련이잖아요. 제 최애가 황인엽 배우라 그분이랑 찍어보고 싶어요. 나이가 나이니까 잘생긴 배우 분들이 먼저 떠올라요. 송강, 안효섭 같은 분들.(웃음)      


차기작으로 셀린 송 감독의 영화 ‘전생’에 출연하는데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이 영화가 이빨이 썩을 정도로 달달하지는 않은데 딱 봐도 로맨스물이구나 싶은 작품이에요. 유태오 배우님과 같이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에피소드라면 당시 ‘비밀의 언덕’ 촬영 때문에 머리카락을 귀 아래로 잘랐어요. 셀린 송 감독님께서 땋은 머리스타일을 하면 좋겠다고 하셔서 엄마가 고민이 많으셨어요.

엄마는 머리카락 때문에 다음 작품 포기하게 되면 아쉽지 않냐고 하셨는데, ‘비밀의 언덕’을 먼저 약속했으니까. 그런데 감독님께서 보시고 훨씬 발랄해 보인다고 해주셔서 좋았어요. 출연제의는 DM으로 받았어요. 셀린 송 감독님께서 직접 본인 계정으로 연락을 주셨어요. 

스카이프로 연락하면서 액팅하고 그랬어요. 남자 아역배우가 저랑 케미가 잘 맞아야 한다고 하셔서 오디션에 동참했어요. 감독님께서 오디션 하시면서 저한테 저 친구 어떠냐고 의견을 물어보시고 그러셨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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