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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이 말하는 ‘여행의 자신감’

LMNT BX 전략/디자인 다이어리

롯데면세점(Lotte Duty Free, LDF)을 만난 건 지난 해 5월이었다. 국내 1위, 글로벌 2위의 기록을 쭉 유지하고 있는 명실상부 글로벌 최고의 트래블 리테일(Travel Retail) 브랜드. 사실 코로나 이후, 불경기 극복을 위해 중국이 면세 한도를 280만원에서 6배까지 올려 따이궁을 흡수하지 않았다면 롯데면세점이 전 세계 1위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Duty와 Free라는 상반된 단어가 선물상자처럼 보이는 박스에 함께 담겨 있다.


코로나로 해외 여행객들의 발길이 줄어들자, 자연스레 트래블 리테일 비즈니스 카테고리 전체에 빨간 불이 켜졌다. 보통 브랜드들은 외부 상황에 의해 재무적 적신호가 켜지면, 현재적 관점에서 보수적 경영을 선택하며 지출을 줄인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은 코로나 그 이후,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리더로서의 자신감이 있지 않다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전략적 판단이다.

IMF 시기 등 불황기를 겪고 있을 때,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만들어간 브랜드들이 새로운 카테고리 리더십을 창출했던 걸 우린 기억하고 있다. 웅진코웨이가 렌탈 서비스를 만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50-60%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해왔던 것이나, 삼성 지펠이 97년 론칭, 적극적인 마케팅과 기죽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으로 98년 56%, 03년 62%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것도 우린 알고 있다. 이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현재 어려움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에 시점을 둔 채 적극적 브랜드 커뮤니케이션과 비즈니스 상상력으로 난국을 타개해갔다는 데 있다. 내가 보기에 롯데면세점의 스탠스 역시 그러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단 한 번도, 매출 목표는 얼마다 라는 식의 재무적 계획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코로나 이후 여행객들에게 어떻게 새로운 트래블 리테일 경험을 선사할 것인가 하는 고객 가치와 고객 경험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다. 통상 브랜드 전략을 논의하면, 재무적 목표(사실 이런 목표는 허상일 때가 많다)를 전제로,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적 전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하지만, 우린 고객 경험 완성에 대해서만 논의하였는데, 만족스러운 고객 경험은 만족스러운 재무 경험으로 이어질 거란 확신 때문이었던 것 같다.


롯데면세점 X Betwin Space X LMNT


롯데면세점은 코로나 이후,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 면세점 공간을 새로 정비해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다. 국내 최고의 공간 디자인 전문가인 <비트윈스페이스(Betwin Space)>(비트윈은 더현대서울 지하 F&B층을 유니크하게 디자인해 많은 소비자들에게 참신하고 즐거운 공간 경험을 선사한 전문가 그룹이다)와 함께 작업했는데, 매우 즐겁고 인사이트가 넘치는 프로젝트였다.


엘레멘트컴퍼니(LMNT COMPANY)는 브랜드 전략과 브랜드 경험 디자인, 공간과 고객 동선에 적용할 시각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개발하는 업무를 맡았다. 비트윈과 함께, 공간에 적용할 방안이나, 실질적 어려움, 문제점 등을 헤아리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브랜드 전략을 수립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비즈니스 전략을 이해하고, 이를 반영하는 일이다. 언제나처럼, 각 부서별로 이해관계와 관점이 다르니 솔루션도 여러가지다. 마케팅 부서의 판단과 MD부서의 판단, 경영전략 파트의 생각과 영업 파트의 생각 등 각 부서들의 생각을 한데 모으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부서도 종종 보게 된다. 기존의 관성 때문에 새로운 시도가 달갑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변화를 극복하지 못했던 과거 전례로 인한 데자뷔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에는 언제나 미래를 향해 한 발씩 나아가려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힘에 무게가 실리면 조직은 그런 방향에 맞춰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게 마련이다. 느리더라도 조금씩. 롯데면세점도 예외가 아니었다.



먼저 내부 전략을 다운로드받고, 글로벌 면세점 환경을 분석했다. 그리고 내부 임직원 35명을 인터뷰했다. 여러 이해관계 부서가 얽혀 있어,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었다. 이후 외부의 마케팅, 브랜딩, 디자인 전문가들과 밀레니얼, Z세대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 여러 전문가들을 모시고 트래블 리테일의 브랜드 경험, 비즈니스 방향성에 대한 다채로운 의견을 청취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결론 보다는 그 결론이 도출되는 과정과 이유를 좀 더 주의깊게 살폈다.


시대가 원하는 면세점은 어떤 모습일까. 여러 스터디와 고민 끝에, 기업의 욕망 보다는, 고객의 욕망을 중심으로 기획해야겠다고 판단, 기존 ‘면세업’ 개념을 넘어 소비자들의 포괄적 ‘여행경험’을 완성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관점이 정립됐다. 이미 롯데면세점에서는 이에 부합하는 3대 전략을 기획하고 있었다.


1. 트래블 리테일 리더, 2. K컬처의 전파자, 3. 지속가능한 여행의 후원자(ESG).


이러한 지향점은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글로벌 위상 등을 고려할 때, 롯데면세점만이 가장 실천할 수 있는 목표라 생각했다.


롯데면세점은 1980년 이래로 40년간, 공간 디자인, 테넌트, 유통, 패킹 등 언제나 '최초'의 액션으로 면세업계를 이끌어온 '개척자'로 분석된다.


40년 역사를 바탕으로, 가장 신뢰받는 여행 파트너가 되기 위해, 새로운 쇼핑 문화를 개척하고자 하는 롯데면세점.



'새로운 쇼핑 문화'는 이제 와서 만들겠다는 공허한 약속이 아니라, 40년 동안 롯데면세점이 실천해온 역사다. 한류마케팅, 최초의 부티크 공간 디자인, 명품 브랜드 입점, 패밀리 콘서트, K컬처 등은 새로운 쇼핑 문화를 개척해온 몇 가지 증거일 뿐이다.


(전략 분석, 도출 과정 생략)


—  

MZ세대의 지향점, 욕망, 롯데면세점의 레거시와 업의 본질, 지속가능성을 위한 트래블 산업 내 장기 트렌드 등을 검토해 롯데면세점만의 브랜드 에센스, ‘여행의 자신감(Confidence in Travel)’이라는 개념을 도출했다.


(여행의 자신감을 전개할 비즈니스 전략과 방향, 아이디어는 대외비로 생략)


도출된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따라 롯데면세점의 Visual Identity와 Space Identity 개발 기준을 설정했다.

(원칙, 무드보드는 생략 --+)


로고를 변경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별도의 시각적 정체성을 기획하는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다. 비즈니스의 방향과, 고객의 욕망, 시각적 확장 전개 가능성, 브랜드의 DNA 등을 동시에 만족시켜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실무진과의 수차례 논의 끝에 우리는 'Air Balloon'을 메인 오브제로 설정했다. 열기구가 자유롭게 떠다니는 모습은 자유로운 여행을 암시하는 듯 했다. 열기구가 위로 올라가는(Lift off) 모습은 자신있게 시장을 리드하는 롯데면세점의 리더십을 보는 듯했다.


Discover your story —   여행의 모든 길, 즐겁고 자신있게, 다양한 여행솔루션을 선사합니다.


열기구 모티브는 '확장'과 '상승'을 기본 코드로 삼는다. 여행을 통한 세계의 확장, 새로운 여행 솔루션을 통한 즐거움과 행복감의 고취를 표현하고자 했다.


롯데면세점 로고와 열기구의 연관성 설정을 위해, 로고 하단의 스퀘어를 즐거운 여행을 선사하는 선물박스로 재해석했다.



화장품, 럭셔리/향수, 패션/액세서리/선물, 주류/음식, 전자, 보석/시계/안경 등 리테일 카테고리별로 열기구의 패턴을 달리하여 디자인을 확장했다.



또한 다채로운 열기구에 개성을 결합해, 다양한 접점에서의 사용 목적을 부여했다.


메인 시각 정체성의 기조가 잡히자, 고객 경험 접점별 확장 디자인들은 술술 풀렸다(디자이너들이 편하게 일했다는 건 결코 아니다).


면세점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쇼핑백'이다. 쇼핑백은 리테일 공간에서 브랜드를 가장 경제적인 방식으로 실어나르는 매개다. 브랜드 경험의 관점에서 쇼핑백의 본질은 '담는 것'이 아니라, '실어나르는 것'이다. 이 쇼핑백에 롯데면세점만의 활기와 고객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기존 쇼핑백의 단조로운 모습을 보다 다채롭고 즐거운 톤으로 바꾸고 'Discover your story'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어지는 디자인들을 통해 여행자들의 즐거운 쇼핑 경험을 돕고자 했다.


VVIP를 위한 카드 디자인
SNS Look&Feel
DID
OOH
Furniture Design
BTS
여행의 시작과 끝을 롯데면세점이 함께 한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영상


후기

feasibility를 떠나, 면세점이 해주면 좋겠다는 비즈니스와 이벤트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쳐봤던 프로젝트다. 단지 상품만 판매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토탈 여행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진화하기를 바란다. 전략 컨설턴트들과는 그런 비즈니스 상상력과 현실의 문제를 조율하며 아이디어의 수위를 조정하느라 고생했다.


디자이너들은 열기구로 모티브를 정했을 때,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지 상당히 난감해했다. 하지만, 오랜 고민과 토론 끝에 일정한 시각적 원리를 만들어, 상당히 많은 그래픽 패턴을 풀었다. 어떤 프로젝트보다 많은 패턴과 컬러를 개발했던 프로젝트.


늘 익숙한 프로젝트는 수주하지 않고, 새롭고 도전적인 일만 선택하는 내 취향과 판단 때문에 동료들은 늘 어려움을 겪지만, 그럴수록 스스로 극복하고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언제나처럼, 해보지 않은 성격의 프로젝트를 늘 대하며 분명 성장했을 엘레멘트 동료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또한 이러한 디자인을 공간 아이덴티티로 이어 적용할 비트윈스페이스의 디자인과 관점을 통해 많은 걸 배웠고, 함께 고민하고 응원해준 롯데면세점 실무진께 감사 말씀을 전한다.


Lotte Duty Free

CEO 이갑

CMO 이상진

Project Directing 김혜림, 김유미


LMNT

Strategy & Creative Director 최장순

BX Director 한형민

BX Strategy 김조은, 박지혜, 권영균

BX Design 박진하, 황의성, 나현주, 유문선, 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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