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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들은 왜 그리 콜라보에 열광을 할까.

콜라보제너레이션. 2년전 이노션 사보 요청 기고


밀리네얼을 이야기하는 게 이미 식상해진 듯하다. 이젠 Z세대. 시장 사이즈가 작으니, Z세대는 밀레니얼에 붙여 부를 수밖에 없는 작지만 강한 존재로 인식된다. 문서를 폐기하고 정리하다 예전 기고글이 나와 없애기 전에 공유한다. 2019년 8월 16일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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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제너레이션(Collabo-Generation)

: 밀레니얼들은 왜 그리 콜라보에 열광을 할까.


최장순 Choe, Jangsoon

<엘레멘트컴퍼니> 대표 | Creative Director



GOT와 콜라보하여 갓 위스키가 된 조니워커


“House Lannister & Lagavulin 9 Year Old(46%)”

“House Greyjoy & Talisker Select Reserve(45.8%)”

“Night's Watch & Oban Bay Reserve(43%)”


‘왕좌의 게임(GOT, Game of Throne)’을 빠짐없이 본 내게 디아지오의 몰트 콜렉션(2018년 겨울)은 매우 흥미로운 콜라보였다. ‘라가불린’, ‘탈리스커’는 각각 ‘라니스터 가문’과 ‘그레이조이 가문’을 맡았다. ‘오반’은 스코틀랜드 서부 하일랜드의 위스키 생산자를 7왕국 수호를 위해 야인과 백귀(百鬼, White Walker)와 싸우는 북벽 야경대(Night’s Watch)에 대입했다. 드라마 속 가문의 특징과 위스키의 특징을 연관지어 그럴듯한 협업을 선보인 것. 연관성(Relevance)을 적당히 확보한 이 콜라보는 “White Walker by Johnnie Walker”라는 브랜딩으로 정점을 찍었다. 스타크 가문의 가언인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는 문장을 패러디하여 위스키가 적정 온도에 이를 때 병 옆면에 “겨울이 여기 있다(Winter is here)”는 문장이 나타나게끔 했다. 글씨가 사라지기 전에 마시라는 위트 있는 장치였다. 순전히 이 미드 때문에 위스키에 1도 관심이 없던 내게 “White Walker by Johnnie Walker”는 ‘갓(GOT)’ 위스키가 되었다.


미래 콜라보의 성지, 모빌리티 비즈니스


모빌리티(Mobility)는 단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그 가운데 버스, 지하철, 택시, 자전거, 킥보드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하나의 앱으로 연결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멀티모달(Multi-modal) 서비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아우르는 콜라보노믹스(Collabonomics)를 필요로 한다. 

 2025년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운전자는 굳이 앞을 볼 필요가 없게 된다. 앞 좌석은 뒷 사람을 볼 수 있게 180도 회전 옵션을 갖출 것이다. 자동차는 서로가 마주앉는 공간 구성을 포함해 사이즈와 외형에 따라 다양한 레이아웃을 허용해야 한다. 운전 외에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차 안으로 스며들어 자동차는 움직이는 거실이자, 오피스가 되고, 영화관, 카페, 은행, 쇼핑몰 등으로 진화할 것이다.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로 자동차의 기능과 디자인이 진화한다면, 자동차는 머지않아 모든 비즈니스의 콜라보 각축장이 될 것이다(자율주행으로 인해 유리창은 용도가 더욱 많아질 것. 가령 창문은 스크린이 될 것이다. 스크린으로서의 창문만 생각하더라도 자동차는 자연스레 모든 브랜드가 달려드는 광고 매체가 될 것이다). 


콜라보레이션에 성역은 없다


#게스활명수(Guess X 활명수), ‘루이비통X슈프림’, ‘펜디X필라’, ‘펜디X젠틀몬스터’, #나이키X애플, #애플워치X에르메스, #버질 알볼로의 무수한 콜라보 디자인... 이러한 패션, 리테일 영역 뿐 아니라 채널, 정당, 조직 역시 콜라보노믹스의 명백한 주체다. 최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공개토론을 했다. 각자가 진행하는 홍카콜라와 알릴레오 채널이 콜라보하여 ‘홍카레오’가 기획됐고 ‘노무현재단’과 ‘TV홍카콜라’에 동시 공개됐다. 취합 조회수는 100만건을 달성했다고 한다.  

 지난 해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 역시 정책 공조를 위한 콜라보였다. 수년 전 일이지만,  삼성전자 직원과 서울시 공무원의 교환 근무 역시 많은 이야기를 남겼던 콜라보 사례였다. 현대차가 스위스 수소에너지기업 ‘H2에너지’와 합작법인 설립을 계약한 것이나, SK텔레콤이 한화테크윈과 함께 차세대 보안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한 것 역시 기업에서 흔히 일어나는 콜라보레이션이다. 

 이처럼 콜라보레이션에 성역은 없다. 정치, 패션, 자동차, 디자인, 드라마, 아트, 식품 등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법이 되었다. 콜라보는 매우 일상적 소재가 되었다. 우리가 술집에서 흔히 즐기는 ‘폭탄주’라는 장르도 이미 콜라보의 산물이다. 올해 초부터 금융권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한 폭탄주 레시피가 있다. 소주잔으로 #진로이즈백 2잔, #테라 1잔, #사이다 1잔을 섞어 마시는 술. 서서히 취기가 올라오면서 누구나 7분이면 친해진다는 #칠친주다. 소주와 맥주는 둘다 하이트진로의 브랜드인데 사이다 브랜드는 특정짓지 않은 걸 보면, 주류 회사가 아이디어의 발원지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Minimal, but Maximal 


밀레니얼 세대들은 유독 콜라보에 열광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언가 새로운 조합이 나오면 과거 세대들보다도 반응이 즉각적이고 바이럴도 빠르다. 사상 유례없이 초국가적으로 연결된 미디어의 힘으로 지금까지 그 어떤 세대보다도 글로벌 감각이 균질화되어 있다. 몇 분만 지나도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일과 그에 대한 또래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좁은 집에 살고, 밥은 굶어도 유튜브 프리미엄이나 넷플릭스 월정액은 내는 편이다. 상품의 퀄리티가 다소 떨어지는 건 참아도 미학적 수준이 떨어지는 건 참기 어려울 때가 많다. 

 기성세대들보다 즐거운 것들을 많이 알고 있으나 경제적 여력은 별로 없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2019)은 2025년 밀레니얼이 국내 핵심생산가능인구 중 83.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2017년 기준 그/녀들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54.7%라고 발표했다. 자산 절반이 빚이란 이야기다. 그 결과 미니멀리즘은 단지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의 경제학적 현상이 된다. 당장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는 않지만 소비해야할 경험재가 많으니 단위 시간, 단위 비용 당 최대 가치, 최대 편익을 추구할 수밖에. 콜라보는 매우 적합한 선택이다. 마케팅 소스가 고갈되고 있는 기업의 이해에도 부합하면서 밀레니얼에게도 구매 명분을 제공한다. 경제적 결핍으로 미니멀(Minimal)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으나, 취향은 매우 맥시멀(Maximal)한 세대. 하나의 상품을 사더라도 다양한 감각과 취향이 믹스돼 있는 콜라보 상품에 보다 열광하는 그/녀들을 보면, 단순한 것 속에 더 많은 가치를 담으려는(less is more) 복잡한 속내가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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