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봉성창 기자의 기사 공유합니다.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25468
고려대 언어학과에서 응용기호학(Applied Semiotics)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3주 전 GPT 등 인공지능 툴을 활용해서 '기호란 무엇인가'에 답할 수 있는 질의과정과 답, 본인의 생각을 제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취재해주신 봉성창 기자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역시 글을 잘 쓰시는 봉 기자님의 기사. 꼭 읽어보세요. 강추입니다.
(이하 기사 발췌)
지난 3월 21일 고려대학교 언어학과 전공 수업인 ‘응용기호학’ 강의에서는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다. 수업을 맡고 있는 최장순 겸임교수가 학생들에게 ‘기호란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로 창작물을 만들어오라는 과제를 내준 것. 단, 모든 과정에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반드시 활용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금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100% 활용을 주문했을 때 과연 학생들은 어떤 결과물을 제출했을까. 직접 수업을 참관해 그 결과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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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건 도구의 숙달이 아니다. 오히려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폭넓은 배경지식과 창의적인 질문이 결과물의 차이를 낳았다.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가 정해진 미래라면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이를 결코 간과해선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주입식 교육에 길든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가장 부족한 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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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대목은 또 있다. 만약 이날 과제가 인공지능을 빼고 “기호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시, 소설, 그림과 같은 창작물을 제출하라”였다면 학생들의 반응은 과연 어땠을까. 미대생이 아닌 다음에야 다른 수업도 들어야 하는 바쁜 대학생들이 그림까지 그릴 수 있었을까. 결국 대부분 학생은 죄다 짧은 시만 제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인공지능을 통한 학습은 짧은 시간 매우 효율적이고, 놀라울 정도로 창의적인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날 강의를 한 최장순 고려대학교 겸임교수는 “‘기호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는 대가들이나 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개념에 얽힌 학문사적 지식과 이를 현실에 대입해 해석할 수 있는 명료한 세계관이 있을 때 답할 수 있는 질문”이라며 “만약 챗GPT에 의존하지 않았다면 학부생의 수준에선 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GPT를 활용해 획득한 정보를 어떤 식으로 취합, 정리했는지 그 역량을 보고 싶었다. 앞으로는 ‘질문하는 힘’, ‘주체적으로 명령하는 힘’이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철학적으로는 소크라테스와 니체의 시대가 새롭게 펼쳐질 거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