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관점연습]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수업 과제

빔 프로젝터 사진 찍기

이화여대에서 브랜드 전략과 브랜딩을 가르치고 있다. 감각이 살아있고, 경험주의적 접근에 익숙해 있는 이 작은 예술가/ 디자이너들에게 철학적 훈련과 전략적 논리 전개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있다. 지루할까 걱정이 들어 되도록 자세히 설명하려 하고, 어려울까 걱정하여 되도록 예시와 연습할 기회를 주고 있다. 이번에 관점 훈련과 자기다운 생각을 기술하는 연습을 위해 교실 천정에 매달린 빔 프로젝터를 사진 찍고, 왜 그렇게 찍었는지, 사진의 의미가 무엇인지 적어서 제출하라고 했다. 


사진의 퀄리티나 그 창의성을 차치하고, 빔 프로젝터 하나를 보더라도 관점이 저마다 다르다는 걸 보면서, 그 다양성 자체에 박수를 보내게 됐다. 각자의 관점을 테스트해보고, 최종적으로 택한 관점을 고도화해나간다면, 분명 자기다운 작품과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진과 글은 학생들의 동의하에 공유한다. 



김유림

창의성은 새로운 생각이나 개념을 발견하거나  기존에 있던 생각이나 개념들을 조합하여 새로이 생각해내는 특성이다. 창의성의 개념적 정의에서 크리에이티브한 사진을 찍기 위한 조작적 정의를 내려보았다. 크리에이티브한 사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최대다수의  개념과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사진이다. 이에 따른 매개표현 요소로 불확실성을 가져와 초점이 불명확한 사진을 찍었다. 초점이 불확실한 이 사진은 사진의 질감과 뭉개진 형태에서 사진의 이미지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미지의 표현 방식이 사진인지, 혹은 일러스트레이션인지 생각하게 할 뿐더러, 이미지의 대상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고민하게 한다.


유채린

빔 프로젝터의 본질과 표상은 인공위성의 그것과 동위에 있다. 그렇기에 빔 프로젝터를 인공위성과 유사한 이미지로 재현해보고자 위성 궤도 형상을 연상케 하는 구도로 연출했다. 빔 프로젝터의 동위소를 도출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빔 프로젝터란 무엇일까? 1-1. 빔 프로젝터는 지식과 정보를 소유한 자 - 그것을 전달받는 자 간의 일대다 커뮤니케이션을 보조하는 장치로,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적 확산을 돕는 매개체이다. 1-2. 빔 프로젝터는 한 개인의 스크린을 크게 투사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강의자와 수강생이 동시에 동일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통과 지식 공유에 시차나 장애가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2. 그렇기에 빔 프로젝터는 강의실 내 커뮤니케이션의 기반시설이자 보조도구이다. 즉, 지식과 정보의 전달, 공유, 연결이 이것의 본질이다. 3.  이러한 본질을 가진 빔 프로젝터는 ‘소통’ 과 ‘연결’을 표상한다. 4. 그렇다면 이것은 1) 우리의 머리 위에서 돌아가는 소통의 기계이고 / 2) 우리가 잘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사회(강의실)의 커뮤니케이션 체계 근간에 개입하고 있다. 5. 이는 인공위성의 기능, 형상과 유사하다. 6. 인공위성은 사람이 목적을 갖고 쏘아올린 우주비행물체로, 지구 주변을 돌며 목적에 따라 지상 인간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빔 프로젝터의 기능과 유사하다. 7. 인공위성이 부유하고 있는 지구 상공은 실제로는 매우 밀집도가 높지만 사람들은 그 존재감을 그렇게까지 인지하지 못한다. 이는 빔 프로젝터의 형상과 유사하다. 8. 따라서 지구 상공에서 많은 것을 선명하게 잇는 인공위성과 같이, 빔 프로젝터는 강의실이라는 지식 공유 공간의 인공위성이다.


김소윤

저의 인생 모토를 빔프로젝터 사진 속에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어떤 어려움을 겪거나, 혹은 욕심이 앞서는 일을 마주하게 될 때 항상 한걸음 뒤에서 그 일을 바라보려는 태도를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과몰입하는 태도는 무언가를 성취하는 데에 있어서 그다지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항상 나무보다는 숲을 보려는 태도를 우선시합니다. 이번 과제를 임하는 태도 또한 그러했기 때문에, 사진 자체에 제가 중요하시는 모토가 그대로 표현된 것 같습니다. 정방형 프레임 안에 빔프로젝터를 최대한 작게, 마치 하나의 점처럼 찍어보았습니다.


남윤아

우리는 우리의 눈이라는 매개를 1차적으로 거쳐 세상을 받아들인다. 곧, 우리의 모든 앎이 사물에 대한 간접적 경험이라는 개념을 빔프로젝터로 투영하여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빔프로젝터와 실제 그 빔프로젝터 그 자신을 동시에 보여 줌으로써 나타내고자 하였다.


강서윤

정면에서 본 빔프로젝터의 빛과 빛번짐이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달로 보이기도 하고 손전등으로 비출때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우주의 별로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개개인의 관점에 따라 다른 이미지가 연상되는 것을 의도 하고 촬영하였고 이미지에 집중될 수 있도록 정면에 맞추어 촬영하였다. 


김혜리

빔 프로젝터를 보면 가장 먼저 Panasonic의 브랜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브랜드와 빔 프로젝터가 가진 물체의 특성이 함께 보이는 사진을 찍고자 했다. 브랜드 Panasonic은 일본의 복합기업이며 처음에는 Pan(모든) / Sonic(소리)를 의미하는 오디오 장비 전문 브랜드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뭐든지 만드는 전자기기 회사이다. 브랜드 리서치 결과 1974년 미스 시타(현 Panasonic)과 아남산업이 합작해 국내 최초로 컬러 TV를 미국에 수출한 사실을 알아볼 수 있었고, 이를 사진에도 보이기 위해 브랜드 컬러인 파란 색감을 강조한 이미지를 촬영하였다. 또한 한 물체인 빔 프로젝터는 형태가 없는 빛을 내보내서 넓은 화면에 생생한 정보 전달을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스크린을 반만 내려 아랫부분에는 유리 칠판에 빛이 반사되는 생생하고 투명한 느낌을 공존하게 했다. 스크린으로 화면을 분할해 브랜드의 이미지와 물체의 특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크리에이티브 한 사진을 촬영하고자 했다.


한미리

저는 ‘창의적으로’ 빔프로젝터 사진을 찍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빔프로젝터를 아래에서 보게 되는데, 이와 반대로 빔프로젝터의 위에서 바라본 시선을 담으려 했습니다. 또한 요즘 유행하는 MZ샷이라고 하는 광각 카메라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저와 친구의 모임에 빔프로젝터도 같이 참여한 것처럼 연출하고자 했습니다. 


하윤선

beam의 어원은 ‘살아있는 나무(baum)’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쭉 곧게 뻗은 기둥에서 내려와 밝은 빛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빔 프로젝터가 살아있는 나무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특별한 관심을 주지 않고, 옆 나무와 떨어져 있어 외롭지만, 자연의 역할을 성실히 해내는 나무가 강의실에 매일 외롭게 매달려 있지만 묵묵히 할당된 임무를 수행하는 빔 프로젝터와 닮았다고 생각해 매일 지나가면서 보게 되는 자연스러운 빔의 모습을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김태은

빔프로젝터가 비추고 있는 전경을 플라톤의 동굴이론에 빗대어 찍고자 했습니다. 빔프로젝터를 불로 설정하고 흰색 스크린에 물체의 그림자가 비추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류다은

빔프로젝터의 주된 기능은 빛을 투사해 이미지를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제품을 팔기 위한 사진을 찍는다고 했을 때 어떻게 찍으면 제품의 기능을 담아내면서 미감이 좋게 보일지 고민했습니다.  측면에서 빔프로젝터가 빛을 쏘는 모습을 담아, 빛의 길을 찍고자 했습니다.  빛이 반사되는 먼지들이 빛의 길을 보여주고 먼지들은 렌즈 빔프로젝터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하기도 합니다. 


김채연

저는 어떻게 하면 창의적이면서 미학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빔 프로젝트를 남길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아름다운 영상물을 벽에 비추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빔 프로젝트 그 자체가 가장 예쁘게 보이는 부분을 촬영해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 빔 프로젝트의 ‘인생샷’을 남겨주자! 를 주제로 찍었습니다. 제 역할을 하는 도중 아무도 바라볼 수 없는 렌즈 부분을 가까이에서 촬영해 생소하지만 마치 비행접시, 블랙홀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김예진

빔프로젝트가 천장에 남긴 발자국을 발견했다. 오랜 시간동안 빔프로젝트만 빤히 바라보니 그 주변까지 시선이 확대된 결과이다. 빔프로젝트가 현재 자리에 설치되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대략 2번 정도의 시도가 있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정유정

빔프로젝터를 우선 용도에 따라 분류해 보고 사진의 컨셉을 잡고자 했다. 디자인과 교실 안의 빔프로젝터는 수업 도중 교수님의 수업 자료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작업물과 발표 자료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치이다. 학생과 교수님을 연결하는 차원을 넘어서 교실안의 학생들과 학생들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연결다리 역할을 한다고 해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교실 안 사람들을 동등하게 연결하는 빔프로젝터에서 ‘동등함’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했다.  연결다리 역할인 빔프로젝터가 없었더라면 교실안의 동등한 알권리는 보장되어 있지 않았을 것이다. '동등함'을 선사해 주는 빔프로젝터의 일관된 시각을 시력에 대입하여 한 대상에만 초점이 잡혀 선명한 것이 아니라 모두 같은 시각과 시야로 본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따라서 다음과같이 명확한 초점이 안 잡힌 상황을 '동등함'과 연결시켜 대상을 표현해 보았다. 


오민아

C101 강의실에서는 다양한 강의들이 제공되고 이 강의들의 데이터는 빔프로젝터를 통해 송출된다. 우리는 하나의 빔프로젝터를 공유하지만 이 모든 강의를 들을 수는 없다.  그리고 사진 속 구멍은 빔프로젝터의 열기를 빠져나가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모든 강의를 흡수한 빔프로젝터는 흐르는 열기는 그냥 흘려보낸다. 미련으로 인해 이 열기를 가둬두었다면 고장 났을 것이다.  대학 생활을 하며 못 들어본 수업들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라는 노래 가사처럼 모든 일에는 뜻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은 흐름을 나타내기 위해 과장된 왜곡을 사용하여 구멍이 계속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촬영했다.


김현정

‘창의적으로’ 빔 프로젝터를 찍어라. 어떻게 하면 빔프로젝터를 창의적으로 찍을 수 있을까?  빔프로젝터의 사진에서 창의성을 찾으려면 저는 빔프로젝터가 빔프로젝터가 아닌 것처럼,  즉 대상을 낯설게 변화시킨다면 그 의외성이 창의성과 맞닿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사진 속에서 최대한 낯섦을 느끼도록 의도했습니다.  강의실의 빔 프로젝터는 천장에 매달려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빔 프로젝터의 바닥을 보거나 빔 프로젝터가 비추어주는 화면만을 보곤 합니다.  이러한 시점을 틀어 평소에는 유심히 관심 갖지 않는 빔 프로젝터의 정면을 찍어 위아래가 바뀌도록 회전시켰습니다. 


최서영

저는 현실적으로 접근을 했습니다. 빔프로젝터의 주요 특징이 큰 렌즈라고 생각해서 렌즈를 중심에 두었고, 이 강의실의 프로젝터는 위에 매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로우앵글로 촬영했습니다. 밑면에 파나소닉이라는 브랜드 로고와 버튼들을 사진 한장에 담아서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도 한눈에 파악이 가능합니다.


고서연

빔프로젝터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 본질적인 기능을 생각했을 때 렌즈라고 생각했습니다. 빔프로젝터의 본체나 연결선이 없을 수 있지만 빔을 쏘는 렌즈가 없다면 빔프로젝터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항상 빔프로젝터를 올려다보거나 측면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렌즈를 자세히 관찰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창의적인 사진‘이라는 주제에 새롭게 관찰하는 렌즈의 모습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책상에 올라가 렌즈를 자세히 관찰해보고 멀리서, 가까이서 사진을 다양하게 찍어봤는데 생각보다 환상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반복되는 구의 형태 사이로 보이는 초록색 형태들이 미래적이면서 어떠한 다른 차원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이야기를 상상하게 했습니다. 빔프로젝터라는 사물은 지극히 일상적인 상황으로 느껴지는데 그 본질에서 비일상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허석민

평소 저는 키가 작아서 남들보다 낮은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무언가를 내려다보기보단 늘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것이 익숙했던 저는 천장에 붙어있는 빔프로젝터 또한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습니다. 빔프로젝터의 기능을 잊은 채 형태만을 쫓던 저는 문득, 올려다본 빔프로젝터가 건물의 옥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의 익숙한 시점으로 바라본 빔프로젝터를 사진 속에서 커다란 건물의 옥상처럼 담아보고자 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롯데면세점이 말하는 ‘여행의 자신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