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디저트를 즐겨봐요
애프터눈 티 세트를 처음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신혼 때, 홍콩 마카오 여행을 갔다. 후기를 보는데, 호텔 디저트 체험을 꼭 해보라고 권유하는 글들이 많았다. 그중 애프터눈 티 세트를 먹어보라 했다. 애프터눈 티 세트는 이단이나 삼단 접시에 멋진 디저트가 올려져 있고, 커피나 홍차가 나오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눈에 보기에도 좋았고, 먹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우리는 홍콩에 있는 한 호텔을 찾았고, 2시에 시작되는 애프터눈 티 세트를 먹기 위해 1시부터 줄을 섰다. 그렇게 난 해외에서 처음으로 애프터눈 티 세트를 경험하게 되었다.
애프터눈 티는 영국의 전통적인 티타임의 한 형태이다. 가벼운 차와 다양한 디저트를 함께 즐기는 티타임을 말한다.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어 현재까지도 유럽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인기 있는 문화이다.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간단한 디저트와 함께 차나 커피를 마시는 것인데, 주로 호텔에 가면 먹을 수 있다. 특별한 이벤트나 모임을 위해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시 홍콩 어느 호텔에서 즐긴 애프터눈 티 세트로 돌아가면, 신랑과의 디저트는 시간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신랑은 배가 어느 정도 차는 순댓국 같은 음식을 좋아했고, 가격이 어느 정도 저렴한 순댓국 같은 음식을 좋아했다. 꽤나 비싼 값을 치르며 먹었던 디저트는 순댓국 같은 음식이 더욱 생각나게 했다. 그래서 순댓국 없는 홍콩에서 탄탄면으로 디저트로 달달 구리 해진 배를 달랬다. 하지만, 나는 신랑과 다르게 빙수나 디저트류를 즐기는 걸 좋아했고,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또한 좋아했다. 일단, 디저트류는 보기에 예쁘다. 아름다운 음식을 차려 먹으면 시각적 쾌감이 충족된다. 먹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둘째로는 디저트류는 먹으면 행복하게 해 준다. 달달한 빵이나 쿠키는 커피나 차와 먹기에 정말 제격이다. 셋째로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하다. 그래서 난 아직까지도 가끔 애프터눈 티 세트를 꿈꾼다.
2021년 2월 즈음이었을 것이다. 아마 나의 생일 근처 때, 나는 호텔 애프터눈 티 세트를 너무 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난번 홍콩에서의 신랑과 이 기억이 있어 선뜻 가자고 하지 못했다. 고민, 고민했다. 사실 가격적인 부담이 나에게도 있었고, 조금 저렴하면서 분위기 있게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았다. 그러다 생각한 게, 집에서 직접 애프터눈 티 세트를 차려 먹어 보는 것이었다. 비싼 호텔이 아닌 집에서 애프터눈 티 세트를 만들어 본다고 하니 신랑이 적극 협조해 주었다.
홈 애프터눈 티 세트를 준비하기 필요한 가장 우선되는 건 이단 트레이였다. 아무래도 접시가 애프터눈 티 세트의 꽃이라 생각했다. 때마침 굉장히 저렴한 가격(단돈 만 원대였던 것 같다)으로 이 단 접시를 파는 상점을 발견했고,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구매했다. 그리고, 매우 뿌듯했다. 그다음에 예쁜 과자와 쿠키들을 샀다. 작은 크루아상도 구매했다. 집에서 캡슐커피를 내렸고, 차도 탔다. 때마침 시부모님이 우리 집에 와 계셔서 함께, 나의 생일맞이 애프터눈 티타임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으로 차려본 디저트 상차림은 너무도 만족스러웠다. 눈에 보기에 즐거웠고, 입에 닿는 쿠키도 맛있었다. 차를 마시며 나눴던 대화 또한 즐거웠다. 뭐, 단점이 있다면, 신랑도 시댁 부모님께서도 길게 대화를 나누지 않고, 짧게 디저트 몇 조각 드시고 일어나셨다는 것. 그래도, 나는 사진도 찍고, 음식을 음미도 하며 충분히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그 뒤로 나의 친구들이 올 때면, 홈 애프터눈 시간을 가지곤 한다. 점심이나 저녁 등 음식을 차리는 것보다는 간단하고,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5성급 호텔에 가면 2인에 8만 원 정도 하는 티 세트를 우리 집에서는 인원 제한 없이 즐길 수 있다. 그릇은 다 준비가 되어 있으니, 이제 디저트류만 사면 된다. 또한, 실내에서 즐길 때도 있지만, 정원에 나가서 디저트 시간을 즐길 수 있어 볼거리가 조금 더 다양하다. 친구들과 이렇게 프라이빗 한 시간을 즐기고 나면 우정이 더 깊어진 느낌이 든다. 아파트에 살았을 때는 시도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주택으로 이사 오고 나서 하나씩 도전해 볼 수 있게 된다. 장소가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실제로 경험하면서 알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