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으로 이사 오고 나서, 집이 넓어졌다. 지하에 창고가 있고,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져있다. 상대적으로 아파트보다 넉넉한 공간이 확보되었다. 여기에 반려견 복댕이를 키우게 되어서 집을 오랫동안 비우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단독주택으로 이사 온 후부터는, 명절 때 시부모님이 우리 집으로 오시기 시작했다.
원래 아파트에 살 때는 명절이면, 우리가 시부모님댁에 찾아갔다. 신랑이 쓰던 침대에서 우리 둘이 잠을 자고 아침을 먹고 왔던 것 같다. 씻는 건 집 앞 대중목욕탕에서 씻었다. 그리고 친정으로 이동해서 친정 부모님을 뵈었다. 처음에는 나의 친정이 아닌 시댁에 있는게 조금 서럽기도 했지만, 이내 적응이되었다. 시댁을 찾아 뵙는 것에는 나의 노고도 들어가지만 시부모님의 노고도 많이 필요하다는 걸 우리집이 큰집이 된 이후에 알게되었다. 단독주택으로 이사 오게 되자 시댁으로 가는 게 아닌 우리집으로 시부모님이 오시게 되었다. 상황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우리 집에는 1층에 게스트룸이 따로 있다. 거기에 싱글 침대 2개가 있고 이부자리도 마련되어 있으니, 손님이 오시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 않고 맞이할 수 있다. 2층에도 퀸 사이즈의 침대가 있고, 여분의 매트릭스도 준비되어 있다. 그래서 명절이면 우리 집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뭐, 고정적으로 주무시고 가시는 분들은 시부모님이시다. 아마 아이가 없을 예정이어서, 명절이면 이렇게 4명의 사람이 모인다. 친정은 우리 집 근처에서 명절을 지내셔서, 우리가 그곳으로 가서 음식을 도와드릴 때도 있고, 근처 카페를 모시고 갈 때도 있다.
신박한 정리에 나오셨던 이지영 정리 크리에이터 분이 추석 때 이것을 가지고 가면 큰집에서 좋아한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이불이었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 방문했던 친정의 큰집에 가면 이불이 진짜 많았다. 손님들이 일 년에 2 번 오는 것을 예상하고 마련한 이불들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뭐, 우리 집은 아직 손님이 그렇게까진 많지 않으니 괜찮지만, 큰엄마의 노고를 생각하면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부모님은 오시면 2~3주 계시다 가신다. 함께 음식을 해먹기도 하고 사 먹기도 한다. 며느리로써 조금 더 신경 써서 집안일도 요리도 해야 하는데, 그게 아직은 쉽지가 않다. 예전에 친동생과 공부를 같이 할 때는 우리 집에 5사람이 살았다. 집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듯해 보였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이런 분위기도 좋다. 물론 처음에 너무 오래 계셨을 때는 불편하긴 했지만...
같이 일하는 친동생이 나에게 말했다. "누나 집이 큰집이네, 사람들이 누나 집으로 모이니까 말이야." 생각해 보니 진짜 그랬다. 전혀 큰 집의 안주인 같지 않은 내가 큰 집이 되었다니. 집이 자리를 만들기도 한다는 걸 깨달았다. 큰 집다운 큰 집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