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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소정 May 02. 2023

인생 1막 시퀀스-글이 돈이 되다.

40대 여자의 인생 1막 회고록

내가 인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글로 금전적인 이득을 본 게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16년 전 라디오 방송에서 글을 써서 처음 경품을 받은 게 아니었다 싶다. 

사실 그때의 글을 읽어보면 부끄러운 감정이 먼저 드는 게 사실이지만 분명한 건 진심으로 썼다는 것이다. 16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다짐은 단 하나도 지켜진 게 없지만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시절이 떠올라 오히려 슬퍼진다.

지금은 이름 자체가 이상한 의미가 되어버린 “여성시대”란 라디오 프로에 사연을 보냈고 당첨이 되어 아직도 쓰고 계시는 드럼세탁기를 안겨드렸었다. 

아래는 그때의 나에게 첫 금전적 이득을 안겨줬었던 글이다.


국화를 닮은 들꽃... 국화 일지도



제목 – 엄마의 국화차

부산에 사는 서른 살의 대학생입니다. 지기 싫어하고 일욕심 많은 엄마를 쏙 빼닮은 저는 내 남은 인생 하고픈 걸 하고 실자는 욕심으로 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왔고,지금 대학4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참 불효녀인 것 같습니다. 다른 집 딸들은 일찍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하는데 저는 그 흔한 용돈 드려본 지도 참 오래되었네요.

그런데 사람이란 게 참 간사해서 처음엔 죄송한 마음에 항상 감사하며 살다가 시간이 흐르니 이 모든 게 당연한 듯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잠 느긋하게 있었습니다.


그저 학교만 다니고 학교에서 간간이 받는 장학금에 기뻐하고,그저 내 앞가림만 하자는 생각에 그저 나만 생각하고 그렇게 1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일이 터졌습니다.

어머니께서 15년을 일하던 직장을 잃으셨습니다. 며칠을 슬퍼하시더군요. 꼭 그 일을 해야 한다는 것보다는 매일 아침 갈 곳이 없다는 상실감이 더 크셨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일을 하고 오시던 날,미치 약속이나 한 듯이 저랑 동생은 

국화를 한 아름 사들고 엄마에게 안겨드렸습니다. 15년간 너무 수고 

하셨다는 말에 엄마 눈시울이 붉이시시더군요,그날 저희는 통닭을 시켜 먹었죠.


그 후 처음 며칠은 정말 혹독하게 집안일을 하시더군요. 식구들 이불빨래에 각종 반찬을 만드시고 온방을 쓸고 닦으셨습니다. 그리고 밤엔 쓰러져 주무시더군요 왜 그렇게 일하시냐고 물었더니 안 그러면 밤에 잠이 안 오신답니다. 전 그 심정을 잘 압니다. 예전에 저도 회사 다니다 그만두었을 때 그랬거든요. 

그나마 나 같은 젊은 애들은 인터넷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했는데 엄마는 할 일이 없으시답니다. 전 그게 더 가슴 아픕니다. 

15년을 일하느라 노는 법도 잃어버리셨고 놀 사람도 없습니다.

그냥 자신몸 혹사시키는 집안일을 하지 않으면 텔레비전만 보십니다. 

요즘은 모든 게 귀찮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먼 하늘 바라보며 한숨만 쉬십니다.

“난 참 쓸모없는 사람이야”

그리고 내가 없을 때는 점심도 안 드십니다. 한 번은 커피를 마시러 주방에 갔더니 엄마가 국화차를 마셨던 컵이 보였습니다.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국화차가 슬퍼 보였습니다.

1년 전에 혈압이 높은 엄마 드시라고 사온 국화차인데,일하느라 마실 시간이 없다고 안 드시고 냉동실에 보관했던 것입니다. 이젠 그 국화차를 꺼내 드십니다. 엄마 혼자 앉아 이리저리 뒤져보다 발견하고 혼자 국화차 타 드셨을 걸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얼마나 속상하셨을지…

예전엔 바빠서 마실 시간도 없었는데, 이젠 이거라도 안 마시면 시간이 안 갈 걸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다 못해 아려옵니다. 예전에는 몇 시에 올 거냐고 물어보시는 말이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젠 그 말도 가슴이 아픕니다. 항상 사람들 속에서 밝게 웃으셨던 엄마.

나라도 일찍 들어가지 않으면 하루종일 강아지랑 얘기했다고 하십니다. 그나마 강아지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던 엄마.  이렇게 그 밝던 엄마에게 웃음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다 저에게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부산에서 열린 패션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대상 강문정” 하고 내 이름이 불리던 순간 엄마얼굴이 생각났습니다. 

웃음 잃은 엄마 얼굴에 잠시라도 웃음을 드릴 수 있어 너무 좋더군요.

대상 받은 그날 “나 닮아서 옷을 참 잘 만들어” 하시던 엄마. 엄마께 드린 2개의 국화꽃다발 옆에 부상으로 받은 꽃다발을 걸어두시면서 “올해는 꽃풍년이네” 하며 아이처럼 좋아하시던 엄마.


다음날 엄마를 모시고 여권을 만들러 갔습니다. 엄마랑 약속했거든요. 

대상 받으면 함께 일본 온천여행 가기로. 여권 오는 날을 손꼽으시던 우리 엄마. 여권사진이 밉게 나왔다고 하십니다.

오랜만에 보는 엄마의 환하게 웃는 모습입니다. 그리곤 백화점,시장이며 죄다 엄마 모시고 다니면서 옷을 사드렸습니다. 좋아하는 닭이랑 맛난 것도 실컷 사드리고 정수기도 사드렸습니다. 좋아하시면서도 걱정돼 시나봅

니다.

“월급으로 이렇게 돈을 벌면 기쁘게 이런 것들 받을 텐데”  하십니다. 

다시 한번 엄마 얼굴에 미소가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살려고 합니다. 엄마가 살아오셨던 그 15년처럼 저도 열심히 살려합니다. 그리고 엄마의 15년을 보상해 드리려 합니다. 그게 금전적인 것이든 마음적인 것이든 엄마 마음 헤아려 드리려 노력할 것입니다.

더 이상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느끼시지 않으시게 성공한 디자이너 딸이 되려 합니다. 성공한 디자이너 딸을 둔 엄마로 만들어 드리려 합니다.



엄마 미안해. 그 약속 못 지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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