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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소정 Sep 23. 2023

인생 2막 버킷리스트-네 번째 친구 만들기

40대 여자의 인생 2막 성장 스토리

한적한 토요일. 조용하다 못해 무료하다. 요 몇 년간 주말에 이런 고요함이 있었나 싶게 고요하고 심지어 무료하기까지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 친구와 함께 살면서부터 주말엔 항상 같이 있었고 아닐 때는 집안일을 했다. 지금 다시 쉬고 있는 요즘 집안을은 평일에 다 끝내놓고 나니 할 일도 없고 이제 끝을 맞이하기로 한 사이가 돼버린지라 주말에 거의 외출을 하는 남자 친구덕에 난 평일도 주말도 혼자 지낸다.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남자 친구와 헤어지게 되면 내 주말은 이런 모습이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니 한없이 슬퍼졌다. 어린 시절엔 이런 적막함이 싫어서 수면제를 먹고 내리 2일을 자버린 적이 있을 정도로 조용한 주말은 내게 고통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외로워하고 혼자 있는 걸 싫어하면서도 왜 나는 친구와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힘을 쓰지 않는 걸까?


사실 나도 20대 때는 친구가 많았다. 주말마다 친구들을 돌아가며 만났고 안부전화며 술자리며 친구의 친구를 소개받는 등 나름 활동적인 생활을 했었다. 사실 그때는 친구들이나 나나 환경이나 형편이 그렇게 엄청난 격차가 나진 않았었다. 그저 나는 돈을 적게 버는 패션디자이너였고 이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로 돈에 쪼들리고 살았고 박봉인 점만 빼면 다를 바 없는 삶이었다.


그러다가 나에게 아주 큰 사건이 생기면서 친구들과 난 정말 다. 른. 사. 람 이 되어버렸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나 역시 성격이 변해갔고 집에만 웅크리고 살게 되었고 정신적인 지주였던 아버지까지 돌아가시면서 난 삶을 놔버렸다.


정말 난 내 삶의 손을 놓아버렸다

먹지 않거나 자지 않거나 했다. 그저 숨만 쉬고 살았다. 그러다 보다 못한 동생이 강아지 한 마리를 분양받아주었고 그게 옆에서 자고 있는 내 아들 단비다.

그러면서 조금씩 정신을 차려갔지만 그런 나의 모습을 어떤 친구가 이해해 줄 수 있었을까? 우울하지 않을 때는 연락이 되었다가 내가 우울할 땐 잠수를 타버리는 나 따위 친구를 어느 누가 이해해 주며 어느 누가 기다려주었을까…


그렇게 몇 년간에 처절한 삶과의 싸움이 끝나고 뒤를 돌아보니 정말 그 누구도 아무도 없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든 대학교 때 친구든 직장 때 친구든 그 누구도 연락하는 사람도 없었고 하고 싶은 사람도 없었다. 

사실 그들은 너무 잘 살고 있었다. 다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번듯한 아파트에 다들 너무도 자신들의 삶과 친하게 지내며 잘살고 있는데 우울한 내가 그들의 삶에 끼어들기가 싫었다. 가끔 그들의 삶을 염탐해 보면 한숨만 나왔다. 너무 부러운 삶. 사랑받는 모습. 사랑을 주는 모습..

나도 그들처럼 살고 싶었는데 내겐 그 어떤 것도 허락되지 않는 삶이었다.


그래서 나는 친구가 없다. 연락하는 사람도 없다. 안부를 물어보는 사람도 없다. 안부를 물어볼 사람도 없다. 그러다 좋은 남자 친구를 만났고 그는 내게 친구이자 애인이자 아빠 같은 존재였지만 그 역시 이제 나를 떠나려고 한다.


“그래서 이젠 진짜 친구가 없다”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된 사연하나에 난 목놓아 울었다. 이철환이라는 작가의 이야기였다. 자신의 결혼식에 오지 못한 친구의 이야기였는데 과일장사를 하던 친구는 오늘이 이철환작가의 결혼식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장사를 하지 못하면 아이 분유를 살 수 없기에 눈물을 머금고 자신의 아내에게 본인대신 과일과 편지를 들려 보냈다고 한다. 편지에는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는 글과 함께 자신의 가난으로 함께하지 못하지만 마음만은 친구와 함께 있다는 내용이었다. 친구는 줄 수 있는 게 없지만 자신이 가진 과일을 하나하나 골라 가장 이쁘고 맛있는 걸로 골라 작가에게 선물을 주었다고 한다. 


그 글을 보고 한없이 울었다. 사실 내가 우울해서 친구들을 멀리한 것도 있었지만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나도 가난했기 때문이었다. 우울하고 가난한 나는 사실 친구들을 만나는 게 부담스러웠다. 다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시기였기에 한번 만나면 몇 만 원 하는 밥이며 디저트를 먹기를 원했고 난 돈이 없었기에 그렇게 하루 먹고 나면 그게 또 빚이 되니 항상 부담스러웠다. 그러다 보니 점점 주눅 들게 되고 친구들이 만나자고 해도 밥을 사준다고 해도 만나고 싶지가 않았다. 사실 돈이 없다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몇십 년을 돈이 없어서 허덕이는 내가 너무도 싫었다. 하나둘씩 명품을 사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자  더욱더 친구들을 만나기 싫어졌다. 그러다가 나에게 안 좋은 일들이 터졌고 결국 난 친구들을 손절했다. 아니 손절당한 건가?


오늘 작가의 글을 보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 기쁨을 내 슬픔을 먼저 기뻐해주고 아파해줄 수 있는 친구.. 그런데 그런 생각도 들었다. 

“과연 나는 누군가를 그렇게 대한 적이 있었나?”


너무 삶이 힘들었던 난 내가 가장 힘든 사람이니 나를 이해해 주기만 바랬던 것 같다. 난 어쩌면 친구를 위해 단 한번도 내가가진 사과를 형광등 아래에서 하나하나 제일 이쁜걸로 골라 선물해본적은 없었던것 같다.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내가 힘듦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픔에도 불구하고 먼저 다가가 손잡아 준 적이 없던 것 같다. 

나와 멀어진 내 친구들도 어쩌면 그런 이기적인 내가 싫었던 게 아닐까 싶다. 

정신이 번쩍 든다. 다시금 늙어 죽을 때까지 깨닫고 깨쳐야 하는 게 인생임을 느낀다. 



정말 이제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게 소망해 본다. 


남은 인생 내가 한없이 베풀 수 있는 친구를 갖는 게 40대 인생 2막의
네 번째 버킷리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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