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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Dec 19. 2024

몸을 던진 데미 무어의 영화, <서브스턴스>

<서브스턴스> 스틸컷

<서브스턴스>는 무엇보다 '데미 무어'의 영화다. <이브의 모든 것>부터 시작해, 젊은 여성과 나이 든 여성이 왕좌를 두고 싸우는 영화의 계보는 유구하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데미 무어는 기꺼이 나이 든 쪽을 맡아 자신의 주름진 얼굴과 열등감 어린 표정을 선보인다. 


<서브스턴스> 측은 데미 무어의 출연을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한때 할리우드에서 가장 아름다웠지만, 이후 전신 성형의 이미지를 얻어 버린 그녀니까. 그녀의 삶은 영화 속 엘리자베스 스파클과 겹쳐진다. 하지만 데미 무어의 입장에서 작품 출연을 통해 얻을 것이 크진 않아 보인다. 배우의 과감한 결단으로 찍은 작품이 몇 분짜리 영상으로 조각난 채 흥밋거리로 소비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그녀는 배역을 끌어안고 자신의 이미지를 정면돌파한다. 그리고 기꺼이 아름다운 얼굴을 내려놓은 채 영화를 완성하다. '수'로 등장하는 배우 마거릿 퀼리는 아름답지만 대체가능한 반면,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데미 무어 외에 다른 배우를 상상하기 어렵다. 배우의 이런 결단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며 약간 위화감이 들기도 했다. 열등감에 시달리는 데미 무어가 여전히 무척 아름답기 때문이다. 아니 솔직히 쫄쫄이 입고 에어로빅하는 것까지는 무리지만 환갑이라는 나이에 비해 압도적으로 아름답고(데미무어는 1962년생) 수천억 대 자산가에(애쉬튼 커처랑 이혼하던 2011년 무렵에 재산이 2억 달러였다고 함) 할리우드를 휘어잡던 가닥이 있는데? 지금도 나보다 훨씬 핫하고 즐겁게 지내실 것 같다.


<서브스턴스> 스틸컷

그와 별개로 <서브스턴스>의 흥행은 좀 놀랍다.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대도 그렇지. 청불에다 이토록 잔인한 영화가 벌써 8만이라니. 도파민 뿜뿜하는 장면의 힘인가? 


<서브스턴스>는 몸에 관한 영화다. 많은 이들이 언급했듯이 현대 사회가 물질처럼 소비하는 '몸'의 이미지를 탐구한다. 다만 전반부에 꽤나 날카롭던 풍자가 후반부에 혐오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이 우려스럽다. 자세한 평가와 해석은 곧이어 올릴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만약 볼까 말까 고민하는 중이라면, 일단 잔인/징그러운 장면에 대한 항마력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끝으로 치달을 수록 그 수치가 강해진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잔상이 남아 혼자 때때로 정색했다. 관객에게 트라우마를 남겨서 메시지를 새기려는 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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