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이라니
작년 3월 머리가 꽤나 어지러웠고 마음이 힘든 때가 있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마음이 많이 어두웠던 시기였다.
처음에는 한밤 중애 발작하듯 잠에서 깨어났고
어느 한때는 가슴이 조여오듯 숨 쉬는 게 힘들어지더니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 3시에 거실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런 내가 무서워져 동네 정신과 병원을 찾았는데, 조울증이라고 했다.
울증은 쉽게 인정 됐는데, 조증은.... 납득이 쉽게 되지 않았다. 이런 내게 의사는 조울증의 증상을 설명해 주기를 한번 말을 시작하면 쉽게 멈추지 않고, 소비가 잦아지며, 뭐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것이 조울증의 증상이라고 했고, 나 쉽게 인정해 버렸다.
그즈음 나는 올리브영에서 화장품을 기본 10만 원 이상씩 구입했고,
별 시답지 않은 농담에 목젖이 보일 듯 크게 웃어 보였으며,
뭐든 다 해낼 수 있다고 주변에 떠벌리고 다녔다. 이것 만으로도 조울증은 충분했기에 쉽게 인정하게 됐다.
그렇게 조울증약을 8개월 가까이 복용하다가 약의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자의적으로 약을 중단했는데, 조증이 일어나는 것을 약으로 누르다 보니 우울감이 더 심해졌고, 식욕을 잃었고, 수전증이 생겨 글씨를 쓸 수가 없었다.
지금은 더 이상 약을 복용하지 않고 잘 견디며 지내고 있다.
조증이 올라오는 걸 스스로 인지하게 되면서 스스로 조절하게 됐고
요즘은 작년처럼 오르락내리락할 일들은 없어졌다.
아래 글은 작년에 썼던 글인데 어떤 감정으로 어떤 생각으로 썼는지 기억이 까마득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이 불안감을 어떻게 표현하고 견뎌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어느 정신과 의사는 모든 사람은 다 불안하다고, 다만 그 불안을 어떤 방법으로 어떤 방식으로 마주하고 견디는지의 차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불안한 감정이 생길 때 음악을 듣는다던지 티브이를 보면서 불안한 감정을 견뎌내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리를 달달 떨거나 손끝을 물어뜯거나 하는 행동들을 자신도 모르게 하는가 보다. 나는 불안한 감정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대화하는 방법도 까먹고 혼자 있는 시간이 좋으면서도 외롭다.
그래서 생뚱맞지만 얼마 전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책을 구입했다. 나도 안다 시험일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말 것을 하지만 누군가 그랬다. 일이 아닌 내가 정말 하는 싶은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가지라고, 그런 작은 성취감들이 스스로를 자신감 있게 만든다고.
결국은 나만의 성을 차근히 만들어서 내 자리를 만들고 주변과 소통하며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건데 그러기엔 내 삶이 너무 퍽퍽하다. 이 남루하고 초라한 내 인생에 누굴 초대하랴마는 쓸쓸하게 독거 중년으로 사는 내 삶도 너무 싫다.
요즘 무기력증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대체 이런 감정들은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를 난 배운 적이 없다. 왜 내가 알아야 할 것들에 이런 건 왜 없었을까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라고 했지만 이유는 있다. 다만 표현하기도 인정하기도 싫을 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