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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Sep 11. 2022

그땐 그랬지.

영화 같은 사랑을 해보자던 사람. 


"내가 쟤를 평생 책임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어. 사실 걱정이 되지는 않는 건 아닌데 
... 
너가 그렇게 멋있어지고 싶어하는 순간은 너가 과감히 하고싶은 걸 할때 찾아오는 것 같아. 
...
참 불공평하지.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너인데 나는 너를 제일 잘 알지는 못하니까. 
...
평생 같이 있을거라면서 내가 널 이렇게 모르면 어떡해. 
...
영화같은 사랑 한번 해보자고 


아마 내가 이 편지를 다 읽고 나서 웃을 수 있었던 건 너에 대한 감정이 이제 하나도 남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나도 나름대로 "아 그래도 이런 사랑 해봤었네" 이런 생각도 들고. 


그렇지만 현실은 둘 다 각자 다른 사람과 만나서 아마 이전보다 행복하고 조금은 덜 힘든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결혼을 했을 수도 있고. 그럴 나이니까. 


내가 동경했던 건 그 시절의 나인 건지, 그냥 그 계절인지 모르겠다. 


다만, 내가 웃긴 건 저 말을 하자마자 너와 헤어졌던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정확하진 않다) 

그렇게 네가 좋아했던 내가, 네 말마따나 너에게 나를 얼마나 보여줬을까 싶긴 하다. 


지금의 연애에서도 나를 드러내는 게 이렇게 어려운데, 몇 년 전의 나는 얼마나 더 어렸을지. 

이전에는 조금 더 과감하고 실수를 많이 저질렀던 것 같은데 

지금은 가진 게 조금 더 많아서 그런가, 지킬게 많아서 그런가 사람이 좀 소심해진 것 같다. 


그건 다들 그렇겠지만. 


변치 않는 순간들이 어디 있겠냐만 서도, 그 당시의 기억들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나쁘지도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아마 그런 순간들이 쌓여서 내가 만들어진 걸 테니. 


이전에는, 그 순간들을 잊을 수 있다면 잊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지금은 그저 그 영화 같은 사랑, 결국엔 각자의 인연과 하고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겠습니까. 이미 끊어진 인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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