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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Nov 25. 2022

붙잡을 수 없는 기억들

Stay Still - 번외 

때론 지워낼 수 없는 슬픔이 있단 걸 알아 

기다릴게 애써 걸음 옮겨본들
그게 다 무슨 소용 있겠어
어차피 내 마음은 꼼짝도 않고
늘 같은 자리일 텐데


어찌 보면 우리는 빙빙 돈걸 수도 있고, 어찌 보면 이미 지워진 그런 관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과 아픔들이 유리잔에서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남아있는 건 기분 탓일 거다. 


널 동경했고,  널 존경했고, 널 부러워했고, 네 주위 사람들을 부러워했던 것 같다.

내가 여전히 담배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몸에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네가 계속 내 입안에 돈다. 


네 말들이, 네가 잠결에 닿은 순간들이, 네가 나를 보며 웃었던 순간들이 계속해서 희미하게. 

나는 너에게 시원한 여름 바다 같은 사람이었으면 했다. 드넓고, 약간은 벅차오르는 그런 감정을 지닌 채로 

내가 모르는 너의 시간들마저 내 안에 들어오기를.  


그렇지만, 이미 여러 번 말했듯.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바뀌는 관계들이 있고. 

우리도 그걸 피해 갔다 생각했지만 다시 보면 넌 그걸 원치 않았었던 것 같다. 


서로의 인생에 매 순간 영향을 주는 게 뭐 어때서. 픽 하고 토라진 그 웃음을 나는 기억한다. 


내가 아마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가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을 때. 

서로 대화하는 것이 지루해진다고 느껴질 때. 그 적적한 침묵이. 이전의 우리는 이미 지나간 과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서로 의미 없는 말들만 지나가는 건 아닌가 싶어서. 


내 마음이 그대로라고 생각해도 그게 사실은 다 빛바랜 추억/환상일까 봐. 

그런 순간이 오면 참 마음이 시릴 것 같다. 


오지 않았으면 하면서도, 현재를 보면 올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괜찮은 관계인듯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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