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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Aug 12. 2023

브런치, 잔류?? 잠시 가출했다가 덕분에 컴백!

잔류:뒤에 쳐져 남아 있음


잔류

사전에서 잔류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이렇게 서글픈 단어였던가?


오늘의 브런치 온도를 단어로 표해보자면


연두뱃지. 크리에이터. 후원하기. 연재 >>>
잔류. 패잔병??


이 정도쯤이 아닐까?



사실 난 최근 몇 달 동안 브런치에서 가출을 감행했었다.

가출, 즉 브런치에 접속을 안 했던 이유는


1. 일이 바빴다.

하지만

일이 바빴다고 하기엔, 그 이전에 미친 듯이 본업이 바쁠 때에도 새벽잠을 쪼개가며, 시간을 조각내어 글을 써왔던 나였다. 그러니 이건 진짜 가출의 이유가 아니다.



2. 이혼 글로부터 심적 피로감을 분리하고 싶었다.

그래. 이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나도 이혼 글을 보며 울기도, 공감하기도 했다. 클릭수 증가에 한 몫했다. 더불어 왜 브런치 초창기, 이혼 글로 브런치 입단 테스트를 한 내 글은 통과하지 못했을까.. 를 분석해 보며 나도 한 번쯤 품어봤던 부부갈등의 에피소드를 쥐어짜 내어 이혼 글이라도 써야 하나... 웃어넘긴 적도 있었다.


그런데 우울도 전염된다고.


어느 순간 매우 피로해졌다. 이혼이 아니면 읽을만한 글이 없나? 싶었고 이 사회가 온통 이혼을 조장하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이혼이 비난받을 일은 전혀 아니지만 다양한 신규 작가의, 폭넓은 범위 영역에서의 다양한 글을 접할 수 있던 이전 브런치와 너무 비교되는 변화였기에 그 심리적 아쉬움이 매우 컸다.


그래서 어느 순간 브런치 인기글_이혼도배글을 보기 싫어졌다. 그 주제가 하도 많다 보니 피할 길이 없어 슬슬 브런치에 접속하지 않게 되었다.



3. 브런치가 좋아할 글을 쓸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내 글이 몇 번씩 다음 메인에 글이 노출되며, 조회수 폭증의 즐거움을 누려봤었다.


내가 글을 쓰고 출간 활동을 해온 지는 10년이 넘었다.

매년 꾸준히 1년에 최소 1권씩은 서점에 내 이름이 들어간 책을 출간해 오면서도 '독자'를 직접적으로 만날 기회는 별로 없었다.


그에 비해 브런치에서는 내 글을 하루에 **명이 읽었다는 피드백을 수시로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에 내 글이 노출되기라도 한 날은 핸드폰이 터지도록,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님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감사하고 짜릿한 일이 있을까.


조회수의 롤러코스터 운행이 잠잠해지면 아무런 보상도 없을지라도, 그저 그뿐인걸 알아도. 그냥 그러려니. 글쓰기란 고독한 것-이라는 조금은 우아하고 쿨내 진동하는 한 마디를 남기며, 묵묵히 또 다음의 글을 쓰곤 했다.


인기글 선정의 기준은 모르겠지만 우연히라도, 혹은 브런치팀이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았던 김밥 글이라도 써서, 혹은 요즘 독자들이 '진짜' 읽고 싶어 할 만한 본질적인 글감을 찾아내어 묵묵히 글을 써 왔다.


그 과정에서 내 글에 대한 성찰, 잘 나가는 글, 잘 팔리는 책에 대한 분석을 곁들였다. 분명 글을 쓰는 작가로서는 꼭 필요한 성장의 시간들이었고, 기꺼이 즐거운 창작의 고통을 즐겼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예측 가능성'이라는 것을 마음속에 전제로 깔아 두었던 시기였다. 내 글의 조회수가 안 나오는 이유, 조회수가 잘 나오는 이유를 쓰면서도 스스로 잘 알았다.


이번 변화로, 예측 불가능의 안갯속에서 브런치에서 느꼈던 글쓰기의 소소하지만 제일 큰 매력이었던 재미를 더는 못 느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디로?

요즘 주변에서 들려오는 브런치의 변화 소식이 좀 어수선해 보이길래 긴, 가출을 끝내고 브런치에 접속하여 여러 글들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처음에는 '변화 초기에는 다 그렇지 뭐.'라고 생각했다.


몇 번의 브런치의 변화를 함께 지나온 우정이랄까, 애증이랄까, 마음 한쪽에는 의리감도 생겨서 브런치가 그럼에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구나, 잘 발전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이겠지-라는 생각으로 몇몇 불만의 글들을 읽었다.


그러다..

가출하고 돌아온 '나', '그저 쓰는 일이 좋아서 브런치 죽순이로 살던 나'를 걱정하게 되었다.


그 간 3개월 간 가출상태였으니 크리에이터, 연두배지는 이미 나에겐 논외였고, 문제는 정작


나는 어쩌지...??
여기 잔류.. 해? 말아? 또 가출해???

(아니.. 저기요. 그게 문제가 아니라요.
여기 성벽이 더 높아졌대요. 정신 차리세요)

아 맞다. 아차차.

이젠 우연히라도 다음 인기글에 올라갈 일이 많이 좀 희박해진 것 같아. 연재하는 분들이 일단 계시잖아? 넌 배지도 없잖아?


라고 현실자각을 하게 되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창작 놀이터'라고 생각되던 브런치가 이번 변화로 인해

 

보이지 않는 성벽 안쪽의 유명 크리에이터

 vs

연두배지를 가지지 못한 패잔병? 들이 성벽 밖에 잔류하며 쩜쩜쩜... 만 하고 있는 상태


이런 모양새가 되진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런 걱정을 하시는 분들의 글이 여러 개 올라오는 걸 보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꽤 있나 보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나도, 여기 계신 글쟁이 분들도 모두 쓰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디에서건, 어떻게라도 쓰실 거 아닌가요?(그렇죠??)


우린 '쓰도록' 설계된, 쓰는 일을 좋아하는 종족들이다. 그러니 여기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이 글을 읽고, 쓰고 계시겠지.


나도 브런치에서 가출한 잠시동안 여전히 쓰고는 있었다. 출간을 위한 원고들을 쓰고 있었고, 혼자서도 쓰고 있었고, 강의 준비도 하며 여전히 쓰고 있었고, 앞으로도 쭉 쓸 것이다.


문제는 브런치의 바뀐 시스템 안에서 브런치스러운, 브런치로운 글을 지속적으로 쓰겠다는 내적인 동기유발이 유발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그게 아니라고! 여기 주도권을 쥔 자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고...)


정신 차리고 쓰기나 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뭘 위해서 써?

꼭 그걸 생각해야 해? / 생각하라잖아!


마음이 조금 복잡해진 밤.


브런치의 변화가 좋은 이유. 딱 하나를 꼽으라면

긴 가출을 끝내고 이렇게라도 글을 쓰게 해 주어서

고맙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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