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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놀부며느리 May 27. 2024

노랑머리 오빠, 우리 선생님 아들...

선생님 아들과 저. 사귀기로 했습니다

남편과 나는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이였다

(지금도 ing라 일단 해두고^^)

밤새 통화를 하고도 모자라 아침이 되면 또다시

핸드폰을 충전해 통화로 하루를 시작했다


열일곱에 남편을 만나 

대학에간 오빠를 기다리며

나는 일주일 내내 공부하다가 

금요일 야간 자율 학습을 마치는 시간이 

너무 설레었다.


노랑머리 오빠가 학교 앞에 와있을 생각을 하니 

너무 설레서 공부가 안될 것 같지만

나는 그 마음때문에 학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나는 꽤나 모범적인 학생이었는데 

오빠를 만나면서 선생님들 사이에서 유명해 졌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딱 그 상황이구나! ' 


남편은 선생님 아들이었기에 더더욱 관심의 중심이었다


우리 시어머니는 친구들 사이에 조금 유명했다

너무 인자하고, 사랑스럽고, 온화한 선생님이었기에

그 선생님의 아들과 사귄다는건

친구들 사이에선 난리가 날 일이었다.

선생님들도 마찬가지 였다.


사실 학원 교실에서 만난 우리 남편은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의 비쥬얼이었고

어느날 고 3, 수시 전형 합격 후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을때 

조금 낯설었지만, 그 사람이 더 궁금해졌다.


대학생인줄 알았는데 아직은 고등학생이라 좋았고 

고 1, 나는 이제 수능을 준비해야 할 고2인데

대학생이면 자주 안만나도 되니 좋았다.

(이 생각을 한건 사귀기도 전이었다)


여차저차해서 우리는 사귀기로 했고 

연인관계가 되었는데

남편은 대학에 가자마자 노랑머리로 염색을 했다

아마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이면 다 알만한 노랑 폭탄머리

연예인은 그 당시 다들 그 머리를 하고 있었다


거기다 혹시 알려나.... 엔진 트레이닝 복 ㅎㅎㅎㅎ

그거까지 입고 나타난 오빠한테

반하지 않을 여자가 없었다. 


어쨋든 남들의 부러움을 살 만큼 멋졌던 오빠와

나는 사귀는 사이가 되었고


불금이 되면 대학생이 된 오빠가 나를 데리러

학교 앞에 까지 와있다는 사실에 설레어

교문밖을 나서는 순간을 기대했다.


때때로 아빠가 나를 데리러 온다고 할까봐

절대로 나를 데리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아빠의 도움을 거부할때

우리 아빠는 눈치 챘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007작전처럼 오빠를 만났다


나는 노랑머리 오빠랑 만난 다는 사실이

때때로 신기하기도 했고 

그 오빠가 우리 선생님 아들이라는 것도 

웃기기도 했다


어릴때 부터 나는 가정환경을 중요시 했던 것 같다

우리 집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었던 그 온화함


지금 생각해보면 고향도 다르고

경상도와는 전혀 다른 말투에

포근한 어머니의 모습이

남편보다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나는 그 당시 유행하는 

모든 아이템을 다 걸치고 나타난 오빠와

사귀기로 하면서

고2 1년을 정말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발랑까져가지고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

남자친구때문에 공부 못한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아서

더더더더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으로 

엄마의 의심을 1도 받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순간이 007작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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