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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포크 Oct 21. 2019

출산 후 바로, 육아서의 배반이 시작됐다

<닥치고 군대 육아>, <배려 깊은 사랑이 아이를 영재로 만든다>

<프랑스 아이처럼>, <엄마학교>

<천일의 눈 맞춤>

.

.

.




저는 임신을 하고부터 육아서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할 일이 없어졌거든요.



임신 전 영어학원에서 새벽부터 가서 저녁까지 공부했어요.

영어 공부를 해서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었거든요.

프*뵐 영유아 영어 선생님이 목표였어요.

진로를 바꾸고 싶었어요.

출산 전에 영어 선생님이라는 경력이 있으면 출산 후 편할 것 같아

임신은 미루기로 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아이는 이때부터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요..

갑자기 덜컥 임신이 됐어요. 결혼 후 1년 3개월 만이었죠.




입덧은 너무 심하고... 안방에서 현관문까지 걸어도 울렁거리고 토하고..

모든 걸 올 스톱하고 집에 누워만 있어야 했어요.

그때부터 육아서를 읽게 됐어요.

아이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임신을 해버려서 지식도 필요했고요.

육아서의 세계는 굉장했어요.

프랑스 아이처럼 키우는 방법도 있고요, 전통 육아처럼 키우는 방식도 있고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즐비했지만 무엇이든 이대로만 키운다면

아이 키우기 성공할 것만 같았어요.

그리고 아이에 대한 찬양(?)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서

저도 모르게 아이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됐어요.





하루는 ***의사 선생님의 "임신을 디자인하라"는 강의를 들었어요.

자연주의 출산의 위대함과 숭고함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죠.

무통주사를 맞으며 입원 침대에 누워 아이를 낳는 건

제대로 된 출산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자연주의 출산을 통해 아이를 낳은 엄마들의

황홀함에 대해 얘기해주셨죠.


저는 그 이야기에 푹 빠집니다.

이게 아이를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는 걸 믿고

관련 책도 읽고, 영상도 보며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했어요.

또  <모유수유> 강의를 들었어요.

저는 모유수유는 가슴이 못생겨진다고 해서

그냥 분유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모유가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들으니 또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때부터는 모유수유에 관련된 책을 엄청 읽었지요.

저는 책으로 강의로 출산을 준비했어요.

아이를 키워본 적은 없고,

주변에서 아이 키우는 모습을 본 적도 없었지만

자신감이 자꾸 상승했어요.


저는 자연주의 출산을 성공합니다.

죽을 만큼 아팠지만 1시간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아이를 낳아서 만족했어요.

'그래, 육아서대로 하니 이렇게 좋네.'라고 생각했죠.

미션을 하나 달성했다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자연주의 출산에서 권하는 '모자동실'을 병원에서부터 시작해서

'조리원'에서까지 계속했어요.



그. 런. 데

아이에게 젖을 1시간 가까이 물려도

아이는 울어대고... 잠도 30분도 안 자고 또 일어나고...

제 가슴은 함몰유두라 모유수유가 어려운 가슴이긴 했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물렸어요

(육아서에서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피가 나고 상처투성이 가슴이 됐지만요..


제 조리리 원 동기들은 다 둘째 엄마여서

평화롭게 수유를 하는데..

나만 못하는 것 같아 무척 속상했어요.

루저가 된 것 같았죠.

엄마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왜 그랬나 모르겠어요...

그때의 멘탈은 너무나 약했어요.


젖몸살이 와서 온 몸이 아팠고,

가슴은 상처로 옷깃에 데기만 해도 아프고...

그럼에도 아이에게 젖을 물리겠다는 욕. 심

육아서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모유수유를 계속하다 보면

'젖'이 뚫린다는 말에 노력하고 또 노력했어요.

결국 저는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육아서에서는

수유할 때 아이의 눈을 보며,

노래도 불러주고, 얘기를 해주라고 했어요.

'아기가 어리지만 엄마의 감정을 다 느낀다.

해주는 얘기 다 알아듣는다.'라고 했지요.


저는 그게 안되는 거예요..

밤새 수유하느라 잠을 못 자서

수유하면서도 꿈뻑꿈뻑 졸았어요.


아침에는 '클래식'을 틀어주면 영재가 된다기에

클래식을 틀고

흘얼거리며 아이 눈을 쳐다보며 미소를 날려야 하는데...

썩소가 나오고..

아예 쳐다보기도 싫은 거예요......


그런데 그런 감정이 드는 제 자신이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 맞아?'

모성애 1도 없는 이 마음 누구에게 들킬까 조심스러웠죠.


밥을 먹다가도

아기 울음소리가 환청으로 들렸어요.

울음에 대해 대처하는 법을

'젖 물리기'밖에 몰라서

너무너무 스트레스였어요.

아기가 우는 이유는

모조리 '나'때문이라 생각 들어서

온 정신을 다 아이에게 쏟았어요.

그래도 애는 울고, 또 울었어요.


바운스에 눕히고,

모빌을 보여주고,

노래를 들려줘도,

안아줘도

울고

울었어요...

아이를 다루는 게

살얼음판을 걷는 것보다 더 조심스러웠어요.

아이의 샤우팅 같은 울음에

소름 돋았어요.

이미 아이 엄마인 친구들이 아기 보러 집에 잠깐씩 왔는데,

우리 애 까칠한 거 인정하더라고요...


뜬금없지만

저는 엄청난 대식가입니다.

계속 먹고 싶은 게 생각나고..

배부른 느낌을 잘 모르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출산을 하고,

모유수유를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도

배가 1도 안고팠어요.

그냥 살기 위해 먹는 느낌..

음식에 맛이 안 느껴지더라고요.


하루는 친정 부모님과 밥을 먹는데..

그냥 눈물이 넘쳐흘렀어요...

어렴풋이 하늘을 봤는데...

그렇게 슬프더라고요.


내가 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육아서대로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왜 제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건지..

노오력으 했는데

성과가 왜 1도 없는 건지...


모유수유에서는 아이를 위해 배부르게 먹이라는데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아이의 울음은 다양해서 울음으로만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건지,

배가 고픈 건지, 졸린 건지 알 수 있다는데

나는 그 울음이 다 똑같은 울음 같고..

안아서 재우면 손타서 안된다는데

안 안으면 잠을 자질 않고..

안아 재워서 눕히면 바로 깨고..

그 타이밍이 소름 끼치게 무서웠어요.



네...

이 단어 쓰는 게 너무 싫지만 '우울증'이었어요.

갑자기 병자가 된 기분...

여러분,

저만 이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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