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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나뮤나 Dec 31. 2024

층간소음은 물리적 불편을 넘어선다

가해자들 / 정소현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인구가 70%를 넘어서는 한국 사회에서, 층간소음은 작은 불편함으로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이 문제는 종종 사회적 갈등과 심리적 고통으로 확장되며, 폭력과 보복의 시나리오로 발전한다. 층간소음은 물리적 불편을 넘어서, 마음의 경계를 침범한다. 단순히 우리의 공간과 시간을 침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존재의 영역을 위협한다.


"가해자들"은 층간소음을 소재로 우리가 대면하는 갈등의 본질을 생각한다. 주인공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겪는 문제들을 안고 살아간다. 어느 순간 그들의 갈등은 층간소음이라는 보편적이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얽히게 된다. 처음에는 그 갈등이 명확한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독자는 이 이분법적 구도가 얼마나 불완전하고, 사실상 불가능한 구도인지를 알게 된다.


층간소음은 갈등의 표면을 드러내는 단편적 현상일 뿐이다. 그 이면에는 개인의 고독과 상처, 소외가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립과 절망을 서로에게 폭력적으로 발산하며, 그 결과 갈등은 심화되고 상처는 겹겹이 쌓인다. 이러한 상처들은 결국 치명적인 충돌로 이어지며, 서로를 향한 이해와 공감은 더 멀어져만 간다.


층간소음은 단순히 차단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벽과 천장을 타고 흐르는 소리의 진동은 단순한 공기의 떨림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고통과 외로움을 실어 나르는 메시지다. 우리는 그 소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웅웅 거리는 울림 속에, 탁탁거리는 소음 속에 숨겨진 감정의 떨림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 소리는 단순한 불쾌감이 아니라, 타인의 외로움과 내면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건네는 호소다.


결국 우리는 고독 속에서 발화하며, 그 발화가 서로에게 닿기를 소망한다. 층간소음이라는 진동 속에서 인간적 고통과 외로움을 마주하고, 그 안에 숨겨진 목소리를 듣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짧은 이야기. "가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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