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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성훈 Jan 06. 2021

vol. 66 - 가난의 문법



저는 가난하게 자랐습니다. 여유로운 순간은 얼마 안 되었고, 대부분 겨우 살았습니다. 어릴 때는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더 커서는 그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고 오히려 당당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제 이 나이가 되어서는 우리 아이들이 나처럼 겨우 살지 않도록 여러 삶의 자리들을 견고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가난이라는 말에 민감합니다. 누군가의 가난, 그것만큼 저를 흔드는 일은 없습니다. 그 피로를 알기에 함부로 재단할 수 없습니다. 가난이라는 상태만으로 하루는 두 배, 세 배 무겁습니다. 


어느 비 오는 날, 200원을 끌어 모아 자판기 커피를 마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게 꼭 먹고 싶었는데 허름한 자판기에서 나오는 따뜻한 종이컵을 조심스레 받아 들고 입에 대자 어떤 깨달음 같은 게 찾아왔습니다. '사람은 다 똑같구나. 나는 집이 있고, 돈을 끌어 모아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비를 맞는구나. 여기서 집을 빼면 사람은 다 똑같구나.’ 사람들이 다르게 보인 건 그날 이후입니다. 그날 이후 가난은 그저 ‘옷’이라 느껴집니다. 옷 아래 사람은 모두 똑같습니다. 


가난한 이와 오랫동안 함께하신 목사님을 오래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을 인터뷰 하며 혹은 그 분이 하시는 일을 따라 하며 가난에 대해 더 깊게 느낀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 더 깊이 들어가진 못했지만, 가난이라는 주제는 계속 파고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분야입니다. 


우연히 ‘가난의 문법’ 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책 표지에 쓰인 ‘기초생활수급자 아님, 부양해야 할 가족 있음, 질병 있음, 개인연금 없음, 소유 주택 없음, 전문기술 없음, 부양의무자 있지만 부양 능력 없음’ 이라는 말이 정말 실제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시대의 가난이란 단순하지 않습니다. 복잡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많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가난해집니다. 그 현상을 섬세하게 짚을 것 같은 책이라 새로 읽을 책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


가난의 문법’ 독서를 시작합니다. 이 책은 특별히 ‘여성 노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성경의 팔복에도 가난한 자에 대한 언급이 있지요. 이 책에는 과연 어떤 현실과 통찰이 있을까요. ‘가난의 문법’ 소준철이란 연구자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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