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etter B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성훈 Jan 06. 2021

vol. 70 - 약자에게 더 가혹한 것

코로나로 피해 입은 사람들을 생각해 봅니다. 병을 앓아 직접 피해를 본 사람들도 있을테고, 코로나의 영향으로 일상이 바뀐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합니다. 같은 아픔이어도 몸이 약한 사람이 더 큰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동네 도서관에 카페가 있습니다. 지적장애인을 바리스타로 채용해 운영하는 곳입니다. 기술을 배우고 직업 적응 훈련을 마친 장애인들이 한동안 맛있는 커피를 만들었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번씩 이용하곤 했는데요. 코로나로 도서관이 멈추면서 카페도 닫게 되었습니다. 바리스타들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복귀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골목에 경로당이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문을 닫은지 오래입니다. 거리두기 단계가 내려가도 이곳은 문을 열지 않습니다. 노인들은 고위험군일 확률이 높고, 경로당은 감염의 위협을 피해기 어려운 곳입니다. 운영하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일상적으로 경로당을 이용했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소준철의 <가난의 문법>에 의하면 서울에는 동마다 평균 8개의 경로당이 있다고 합니다. 집으로, 거리로 가버린 노인들. 잃어버린 노인의 공간과 공동체. 


재난은 약자에게 더 가혹합니다. 개인적인 피해와 공동체 상실, 새로운 시도를 못하는 상황. 악순환입니다. 코로나가 멈춰 이 악순환의 한 고리가 속히 끊어지길 바랍니다. 가난의 문법이 낳은 가난의 풍경이 조금은 옅어지길 바랍니다. 


letter.B 뉴스레터 구독하기 

월-금, 책 이야기를 전합니다.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62409

매거진의 이전글 vol. 69 - 그림자처럼 혹은 그늘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