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r eXperience 관점에서..
정체기였던 전자책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밀리의 등장’
2007년 11월, 아마존이 전자책(e-book) 전용 플랫폼인 킨들과 전자책을 위한 전용 단말기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출판업계를 집어삼키고 종이책으로서의 도서 콘텐츠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예상에 부응하기라도 하는 듯, 킨들이 출시된 후 전자책 매출은 1,200% 상승하고 기존의 종이책 판매량은 감소하면서 오프라인 서점과 출판업계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심지어, 전자책의 등장은 기존 대형 출판업계만이 책을 출간할 수 있었던 구조에서 소규모, 자가 출판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출판업계가 아닌 다른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수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기에 기존 도서 시장에게는 큰 위협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전자책 시장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성장한 것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그만한 활기를 느끼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최근 통계자료를 살펴보더라도 지난 몇 년간 전자책 판매량이 빠르게 성장하기는 하였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장르문학으로 불리는 로맨스, 판타지, BL 등과 만화와 같은 스낵 컬쳐 분야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기존 종이책으로 소비하던 소설, 인문 등과 같은 일반 분야는 오히려 감소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 전자책 시장은 특정 장르에서만 활성화와 성장이 이루어져 왔고, 기존의 장르들은 종이책이 제작되면 부가적으로 전자책을 제작하고 판매되는 형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중 40%는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으며 책을 읽는 사람들의 독서량도 10권을 넘기지 못하는 수준으로 독서 자체에 대한 소요도 매우 적은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이처럼 독서에 대한 사용자들의 적은 소요와 특정 장르에서만 활성화되어 있는 전자책 시장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최근‘밀리의 서재’라는 서비스가 전자책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밀리의 서재’는 2017년 2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으로 2018년 7월부터 본격 무제한 서비스(독서 가능 권수의 제한을 삭제)로 변화하며 2018년 12월 10일 기준으로 독서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 독서 애플리케이션입니다. 또한, 정식 서비스 1년 새 70 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지금도 활발히 성장하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기존의 전자책 서비스와 가장 두드러지는 차별점은 구독 형태의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밀리의 서재의 사용자는 월 9,990원으로 3만 권에 달하는 책을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밀리의 서재’가 성공적으로 시장 진입함으로써 독서 스트리밍(정기 구독) 서비스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었고, 기존 전자책 서비스의 강자였던 ‘리디북스’도 2018년 7월 ‘리디셀렉트’ 서비스를 출시하고 대형 온라인 서점인 ‘예스24’가 같은 해 11월 ‘북클럽’을 잇달아 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위 서비스들의 월 구독료를 비교해보면 ‘리디셀렉트’ 월 6,500원, ‘북클럽’ 월 5,500원으로 ‘밀리의 서재’에 비해 저렴한 편입니다. 가격 경쟁에서는 타 서비스에 밀리는 ‘밀리의 서재’ 과연 어떻게 암울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었으며, 사용자들은 ‘밀리의 서재’의 어떤 매력에 이끌려 이용하고 있는지 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분석에 사용한 개념과 디자인 요소에 관해서 본문에서는 간략하게만 소개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김진우 교수님의 ‘경험 디자인’이라는 저서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센스있는 ‘밀리의 정도’
처음으로 분석을 시작할 사용자 경험의 실타래는 감성적 경험입니다. 그 중 생동감의 사용자 경험 요인이 되는 ‘구체성’이란 뚜렷한 실체나 내용을 갖춰 사용자가 직접 보거나 접촉해 지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실제’와 비교해 얼마나 세밀하게 표현되었는지로 평가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즉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의 구체성을 분석할 때 비교 대상이 되는 ‘실제’는 ‘독서’라는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종이책”과 사용자들이 ‘밀리의 서재’를 사용할 때 매체가 되는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과 같은 “디스플레이”,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종이책을 ‘실제’로 가정하고 ‘밀리의 서재’와 같은 전자책 플랫폼을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밀리의 서재 콘텐츠 화면은 앞으로도 저작권 보호를 위해 흐리게 처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종이책과 ‘밀리의 서재’의 독서 화면을 살펴보면 유일하게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하얀 배경에 검은색 활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따라서 매우 낮은 구체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부정적 사용자 경험 설계라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밀리의 서재’가 종이책과 낮은 구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전자책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었던 출발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전자책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에 전자책 제작자들은 사용자 경험을 종이책과 가장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초기 전자책은 종이책과의 구체성을 높이기 위한 마이크로 인터랙션 디자인으로 화면을 아래 사진과 같이 종이책을 위에서 촬영한 것 같은 화면으로 디자인하였으며, 심지어 책갈피, 책을 넘기는 소리, 진열된 선반에서 책을 고르는 행동 등 종이책에 가장 근접한 사용자 경험이 좋은 전자책 사용자 경험으로 여겨졌습니다.
초기 전자책 설계자들의 의도대로 사용자들은 종이책과 비슷한 구체성 높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지닌 문제점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전자책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디스플레이 화면을 장시간 바라보면서 눈의 피로감을 느꼈고, 종이책과 비슷하지만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전자책 사용을 기피하게 되고 피로감을 주지 않는 종이책에 다시 매력을 느끼게 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경험 디자인 전략이 실패한 이유는 전자책의 매체 특성을 외면한 채로 종이책을 그대로 디지털화하여 옮겨 놓는 것이 좋은 사용자 디자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전자책의 구체성 비교 대상을 ‘종이책’으로 잘못 선정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미디어와 사용자가 커뮤니케이션을 만드는 과정 즉,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때, 어떠한 매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용 동기를 가지며 다른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생성된다는 연구(인터넷에서 추구하는 충족과 획득된 충족 및 이용 행동 간의 관계, 2002, 은혜정 외) 결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독서라는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도, 물리적인 형태의 ‘종이책’과 디지털 형태의 ‘전자책’은 서로 다른 커뮤니케이션 과정과 이용 동기를 가지게 되고, 개별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올바른 사용자 경험 디자인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종이책과 전자책 인터페이스를 비교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종이책과 전자책 출판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비교 연구, 2017, 조정미 외)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에 적합한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따라서 저는 전자책의 구체성을 높이기 위한 올바른 비교 대상은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의 매체가 되는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디스플레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기존 종이책의 경험을 디지털화하려고 노력했던 초기의 전자책 시장 역시 위와 같은 사실을 깨닫고, 2014년 애플의 아이북을 시작으로 전자책이 소비되는 태블릿, 스마트폰 환경에 맞춰 스크롤링이 가능한 인터페이스로 변화해왔습니다. 이런 변화를 구체성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도표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저는 ‘밀리의 서재’가 종이책을 닮으려 한 초기 전자책과는 달리 매체 특성을 고려하여 전자책에 적합한 방향으로 높은 구체성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이라는 사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풍요로운 ‘밀리의 감각’
앞서 분석한 구체성 외에도 생동감 있는 사용자 경험을 위한 경험 요인 중 하나는 바로 매체의 풍요성입니다. ‘밀리의 서재’가 사용자에게 차별화 요소로 주장하는 기능은 바로 ‘밀리의 서재’에서 매체의 풍요성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리딩 북’입니다. 리딩 북은 전자책을 눈으로 읽어야 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귀로 듣는 콘텐츠로 변화시켰습니다. 기존에도 음성 기술을 사용해 전자책을 오디오로 읽어주는 서비스는 존재하였고 ‘밀리의 서재’에서도 해당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딩 북은 단순히 음성합성기술과는 달리 해당 도서를 전문가가 요약하고 그 스크립트를 유명인의 목소리로 낭독해주는 차별화된 서비스입니다. 기존 음성 기술을 사용하여 전문을 읽는 것은 300~400페이지 책 한 권을 읽는데 11~12 시간이 소요 된다고 합니다. ‘밀리의 서재’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전문가가 책을 30분가량으로 요약하고 사용자에게 익숙한 목소리를 통해 읽어주어 독서에 대한 허들을 낮추고 손쉽게 독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위와 같이 리딩 북은 독서에 대한 허들을 낮추고 손쉽게 한 권의 책을 읽었다는 장점도 있지만, 전자책이 사용되는 매체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종이책이 종이에 종속되었던 것과 다르게 전자책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눈으로도 볼 수 있고 단말기의 스피커를 활용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리딩 북은 시각이 아닌 청각이라는 새로운 채널을 통해 사용자에게 독서라는 경험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채널의 변화는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경험의 기회가 된 리딩 북 기능은 ‘밀리의 서재’가 차별화 요소로 광고할 만큼 좋은 서비스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리딩 북 콘텐츠에서도 개선해야 할 점은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의 요약이라 하더라도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지 못하기 때문에 독자에게 그 한계를 설명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다루지 않는 리딩 북은 한 권의 책을 다 읽는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위 두 가지 개선점은 점차 콘텐츠의 질을 개선해 나아가는 과정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리딩 북을 지원하는 도서에 경우 리딩 북과 일반 전자책 도서를 분리하여 콘텐츠 리스트에 나열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도서 목록에 같은 책이 반복되어 제시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책을 선택할 때 우선시 되는 목표 혹은 의도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해결 할 수 있습니다.
‘밀리의 서재’에서 도서를 선택하는 순간 사용자의 의도는 “어떤(What) 책을 읽을까?”와 “어떻게(How) 책을 읽을까?”와 같이 두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책을 읽을지 결정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도서가 리딩 북이 가능한지 등의 정보보다 특정 도서를 찾기 위한 정보가 중요하게 되며 반대로 어떻게 책을 읽을까를 결정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다양한 음성 기능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게 됩니다. 그러나 현재 ‘밀리의 서재’를 살펴보면 두 유형의 사용자 모두에게 복잡함을 느끼게 되는 디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개선 방안으로 지금처럼 아이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색상을 통해 직관적인 구분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가 복잡함을 느끼는 디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밀리의 서재’의 도서 콘텐츠 정보구조를 도표화 하면 다음과 같이 표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른쪽과 같이 해당 도서 아래 어떤 기능이 제공되는지 알려주는 방식으로 개선된 정보구조 화면은 책을 선택하는 기준에서 어떤(What) 책을 선택할지 어떻게(How) 독서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사용자들을 모두 고려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해당 도서를 다시 읽으려고 하는 독자들은 기존에 선택했던 방식으로 바로 독서를 시작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면 한번 더 터치해야 하는 사용성 부분에서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확실한 또는, 숨어있는 ‘밀리의 동시성’
동시성이란 사용자의 조작에 따라 시스템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독서라는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동시성의 요소는 사용자가 해당 도서를 어느 정도 읽었는지 알 수 있는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밀리의 서재’에는 해당 정보를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인터페이스에서 중앙을 한번 터치하면 상태 진행을 알 수 있지만, 해당 기능을 항상 켜놓기에는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가 책의 어느 부분을 읽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 왜 중요하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읽고 있는 내용이 책의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은 내용의 이해도의 상당한 영향이 있다고 합니다. 종이책과 전자책(아마존 킨들)을 비교 분석한 연구에서는(Mangen, 2013) 종이책은 물리적인 형태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책의 두께를 촉감으로 느끼며 어느 부분을 읽고 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 정보가 책을 다 읽은 후 이야기를 재구성할 때 해당 정보가 도움이 되지만 전자책의 경우는 직관적으로 해당 정보를 획득할 수 없어서 내용의 이해도에서 차이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내용의 재구성, 이해도는 독서의 목적과 직결되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책을 읽는 독서는 단순히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재구성할 때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전자책에서도 진행 상태 알림 기능을 추가하여 독자가 어느 부분을 읽고 있는지 알려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면서 독서의 과정에서 가독성을 해치지 않는 디자인을 제안해보고 싶습니다. 아래의 브런치 화면 예시처럼 얇은 가로 선 하나를 추가한다면 독자는 책의 어디쯤을 읽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고, 가독성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화면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친해지기엔 너무 복잡한 관계... ‘밀리의 구성’
다음으로 분석해 볼 경험의 실타래는 구성적 경험입니다. 구성적 경험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밀도와 중심성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밀도는 한 집단 내의 전체 구성원들이 서로 얼마나 많은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의미하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한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의 서재를 통해 서적을 읽는 행동을 서재를 통해 사용자와 사용자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중심성은 한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나 기능과의 관계에서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성적 경험 관점에서 밀리의 서재는 어떤 밀도와 중심성을 가지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하기 위해 밀리의 서재 여러 가지 기능과 사용자 사이의 관계도를 그려 보았습니다.
관계도에서 검은색 선은 각 구성원이 직접 연결 돼 있거나 상하관계에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또한, 각기 다른 사용자들이 포스트 및 서재를 직접 구성하고 내용을 작성하지만, ‘밀리의 서재’가 없으면 상호작용이 불가능하며, ‘밀리의 서재’를 통해서 공유되는 간접적인 연결이라고 판단하여 하늘색 점선으로 나타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포스트/피드, 독서 콘텐츠, 서재를 회색 점선으로 연결한 것은 동일한 서적이라도 각각의 기능에 중복되어 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결성이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관계도가 의미하는 것을 살펴보면 밀리의 서재 안에서 제공되는 여러 기능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다른 독자들과 의견을 나누거나, 같은 서적을 여러 가지 형태의 콘텐츠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밀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반면 중심성 측면에서는 연결들이 사용자와 직접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밀리의 서재’라는 플랫폼 없이는 연결이 불가능하고 간접적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낮은 중심성을 가졌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처럼 한 구성원 집단과 다른 구성원 집단을 연결하는 ‘밀리의 서재’와 같은 플랫폼은 구조적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중심도가 낮은 서비스가 부정적이라거나,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해당 서비스의 특성을 나타내는 의미라는 것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판단한 ‘밀리의 서재’처럼 높은 밀도, 낮은 중심성을 특징인 서비스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사용자 경험 요인은 바로 ‘복잡성’입니다. 복잡성은 사용자가 특정 서비스를 사용할 때 여러 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그 요소들이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는 수준을 의미합니다.
첫 번째 복잡성은 ‘서비스 구성 요소의 다양성에 따른 복잡성’입니다. 이는 구성 요소에 대한 자료가 매우 밀집되어 있고 각각이 매우 상이할 때 복잡하다고 느낀다는 의미입니다. ‘밀리의 서재’와 같이 한 가지 분야의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해당 분야의 자료의 수가 매우 많으며 서로 장르, 저자 등으로 분류가 상이한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밀리의 서재의 경우 매달 1천 권의 책이 유입되고 있으며, 최근 새로이 시작한 밀리 오리지널 서비스까지 추가되면서 복잡성을 유발할 수 있는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습니다. 밀리의 서재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첫 화면 인터페이스에서 인기 순위, 키워드에 맞는 분류를 통해 자료를 구분하고 사용자에게 가능한 단순한 형태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전자책 플랫폼과는 다르게 리딩북, 피드, 서재 등의 기능을 담고 있는 ‘밀리의 서재’는 각각의 기능을 구분하기 위해 상하단 탭을 통해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기능과 콘텐츠를 나름의 기준에 따라 분류하여 제공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에게 익숙한 카테고리별 분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하단 검색 탭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 구조를 하고 있는 것은 사용자들이 익숙해져 있는 플랫폼 서비스의 구조와는 적합하지 않은 정보구조로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서를 카테고리별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능을 중심으로 독서를 유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을 수도 있겠으나 기존 사용자들의 멘탈 모델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은 ‘밀리의 서재’를 사용하기 위해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의 의미하며 이 과정에서 복잡성을 느낄 가능성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복잡성은 ‘구성 요소 간의 상호관계에 따른 복잡성’입니다. 이는 요소 간의 상호관계의 범위가 넓고 밀접할 수록 복잡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것처럼 ‘밀리의 서재 에서는 매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책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제한하지 않고 열어둔 것은 자유로운 사용을 통해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 ‘밀리의 서재’와 같이 많은 수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에서는 명확한 구분 없는 경로 유입은 사용자가 수많은 터치를 통해 기능들을 오가며 서비스를 탐험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으며 결국 복잡하다는 느낌을 주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한 가지 책을 찾는 과정을 살펴보면, 직접 검색을 통한 접근부터 첫 화면에서 제공되는 인기순위, 신간 도서 혹은 다른 사용자의 서재, 기업과 독자들의 포스트 단순히 나열하기에도 상당히 많은 경로가 존재하고 서로 명확한 구분 없이 연결되어 있어 한 권의 책을 통해서도 수많은 기능들을 오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능들의 구분을 조금 더 명확히 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목표를 최소한의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서비스 전체의 정보구조를 단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밀리의 서재’는 여타 다른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과 유사하게, 방대한 자료라는 복잡성을 유발하는 특성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키워드를 통한 분류와 상하단 탭을 통한 구분으로 복잡성을 해결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기존 플랫폼들과 다르게 독서에 대한 허들을 낮추고 독자들의 소셜 플랫폼을 지향하는 ‘밀리의 서재’는 리딩 북, 포스트, 서재 등의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사용자가 복잡성을 느끼는 것이 불가피한 정보 구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콘텐츠를 수많은 기능을 통해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은 자유롭고 사용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이 많은 플랫폼임과 동시에 사용자에게 많은 의문을 가지게 하는 복잡한 플랫폼입니다.
독자 스스로를 위한 ‘밀리의 기인점’
앞서 ‘밀리의 서재’의 복잡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정보 구조 구성을 통해 많은 기능과 자료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하고 단순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혁신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많은 기술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기능을 통해 제공하려는 사용자 가치에 대해서 우선 순위를 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서비스를 단순화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많은 가치를 전달할 수 있고 많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라도 사용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다면 사용자들의 이용 동기는 지속해서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가치의 우선 순위를 평가하는 것에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인점’ 입니다. 기인점은 절차적, 결과적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개념으로서, 절차적 기인점은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얼마나 제어할 수 있는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저는 ‘밀리의 서재’에서 도서를 고르고 책을 청각, 시각 어떤 방식으로 읽을지, 포스트를 작성할지 다른 독자의 서재를 둘러볼지 등 모든 기능이 사용자의 판단하에 가능하다는 점에서 ‘밀리의 서재’의 절차적 기인점을 내재적 기인점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결과적 기인점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목적과 결과의 중요성이 사용자에게 있는지 아니면 외부에 있는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사용자들이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는 목적이 마음의 양식이라고 불리는 독서를 하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결과적 기인점 또한 내재적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밀리의 서재’에서 내재적인 기인점과 어울리지 않는 서비스를 살펴보겠습니다.
‘밀리의 서재’는 독서 활동의 소셜 채널을 지향하며 다양한 기능을 준비하였습니다. 첫 번째, ‘밀리의 서재’에서 사용자들은 자신의 서재를 꾸밀 수 있고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사용자들의 서재를 구경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보편적인 소셜 서비스와 유사하게 다른 사용자들의 서재를 구독하고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재를 관리하는 사용자에게는 자신의 서재를 통해 도서 구매가 이루어진 경우 일정 금액을 보상으로 제공하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감성 태그는 책에 대한 인상 혹은 의견을 간단하게 태그 형식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감성 태그 순위를 통해 책을 열어보지 않고도 다른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책을 읽은 후에는 자신의 감정과 추천 의사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포스트는 해당 도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이나 지식을 블로그 게시글 형식으로 작성하여 공유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해당 포스트는 피드 탭에서 공유되며 포스트 기능은 현재 일반 사용자뿐만 아니라 출판사와 같은 기업이나 유투버와 같은 인플루엔서들도 자신들의 콘텐츠를 소개하기 위해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기능은 인용문 기능입니다. 인용문 기능은 독서 중 인상 깊은 구절을 인용문으로 지정하여 독서 노트에서 따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입니다. 인용문은 일반 메모와는 달리 실시간 공유되는 것이 특징이며 의견 교환이 일어날 수 있는 참여형 인터페이스의 전형적인 공유의 기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밀리의 서재는’ 사용자들이 서로 교류하며 새로운 의미를 창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참여형 인터페이스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서를 위한 플랫폼으로서 내재적인 기인점을 가지고 있는 ‘밀리의 서재’가 자신의 의견과 독서 활동을 외부로 공유해야하는 외재적인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 충돌이 일어날 수 있고 생각합니다. 단적인 예로 서재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가 읽고있거나 읽었던 도서들의 목록이 나타나게 되어 원하지 않아도 자신의 독서 활동을 공개하게 되며 인용문 기능 역시 사용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다른 사용자들에게 공유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위와 같은 기능들은 사용자가 자신의 의견이나 활동을 공유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사용하기 용이하다고 해석할 수 있으나 자신을 위해 독서하는 내재적인 사용 목적을 가진 사용자에게는 원하지 않는 기능들이며 부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즉, 내재적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외재적 가치를 위한 기능을 제공하면서 서비스 제공 목표가 충돌하게 되었고 오히려 다양한 기능으로 인해 복잡함을 느끼는 부정적 사용자 경험이 발생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현재 ‘밀리의 서재’에서는 독서 추천 알고리즘, 읽기 쉬운 독서 환경 등 사용자 개인을 위한 내재적 가치 제공에 집중하고, 소셜 채널 기능을 분리하여 외재적 가치를 얻고자 하는 사용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더 친해지는 ‘밀리의 서재’
앞서 언급한 내재적인 가치에 집중하는 ‘밀리의 서재’를 만들어가는 전략은 전체적인 시스템의 복잡성을 해소하는 장점과 더불어 서비스 경영 전략에도 이점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밀리의 서재’와 같이 미디어 콘텐츠를 위해 사용되는 서비스들은 사용자 개인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동일하게 책이라는 콘텐츠를 위한 서비스인 ‘북맥’은 사용자 개인의 데이터를 다른 사용자들의 데이터와 비교 분석을 통해 추천 상품을 결정하는 ‘협업 필터링’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도서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밀리의 서재’에서도 사용자 독서 DNA라는 이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직접 독서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사용자 개인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지만 그 활용에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저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사용자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이 내재적 가치를 제공하려고 하는 서비스에서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이자, 사용이 이루어 질수록 데이터가 축적된다는 점에서 다른 서비스로의 전환을 시도할 때 사용자가 느끼는 부담을 뜻하는 ‘전환비용’을 높이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밀리의 서재’에서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통해 추천을 진행한다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더욱더 정확도 높은 추천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선순환이 계속되면 ‘밀리의 서재’와 같은 구독형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충성도 높은 사용자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독자와 친해지는 밀리
구독형 플랫폼으로서 직접 콘텐츠 소비를 제공하고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가고 있는 성공사례로서 영화, 드라마 등의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왓챠’ 서비스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미디어 시장은 넷플릭스 혹은 기존 방송사 등 거대하고 다양한 경쟁자들이 존재하는 시장입니다. 이런 시장에서 왓챠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에이전트’의 활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왓챠에서는 콘텐츠 카테고리를 로맨스/코미디 등의 형식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키워드로 보는 왓챠, ‘OOO님이 좋아하실 만한 영화를 가지고 왔어요’ 등 사용자에게 직접 대화를 건네는 방식의 친화적인 문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왓챠’라는 서비스 자체가 제공자의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대상인 ‘에이전트’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왓챠에서는 추천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취향 분석을 수치로 제시하거나 그래프를 통해 시각적으로 제시하는 등 추천 근거를 사용자에게 직접 전달하고 있습니다. ‘밀리의 서재’ 역시 직접 상호작용하는 ‘에이전트’를 활용하여 사용자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추천의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 시나리오를 활용한다면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라는 밀리의 서재의 캐치프레이즈를 이룰 수 있을 것 입니다. 이때 활용될 수 있는 경험 디자인의 요소 중 하나인 ‘뜻밖의 즐거움’을 적용한 팝업 화면을 제안하는 것으로 이번 분석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사용자 경험의 이론들을 활용하여 개인적인 관점에서 ‘밀리의 서재’를 살펴보았습니다. 요약하자면 밀리의 서재는 기존 전자책 시장의 실패를 극복해나가고 있는 서비스이며, 책을 소비하는 ‘독서’라는 활동을 청각이라는 채널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참신한 서비스입니다. 그러나, ‘독서와 친해지리’와 ‘독서를 통한 소셜 채널’이라는 내재적, 외재적 가치가 충돌하게 되는 서비스 목표를 동시에 이루고자 하면서 복잡함을 느끼게 되는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이에 저는 과감하게 독서 추천과 소셜 플랫폼을 분리하는 정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또한, 추천 플랫폼으로서 왓챠와 북맥의 예시를 통해 ‘밀리의 서재’ 자체가 에이전트가 되어 추천을 진행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전환비용을 높여 충성 고객을 확보해 나아가는 경영 전략을 제안하였습니다.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제공하고자하는 가치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밀리의 서재’에서 사용자 분석을 통해 얻어낸 가치의 우선 순위는 어떻게 될지 기대하면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