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으로부터 시작된 홍콩에 대한 열망이 식지 않고 점점 커져만 가던 1월 어느 날, 올해 꼭 홍콩 여행을 가자고 결심하고 여행 전 홍콩에 대한 서적을 찾다가 고른 책이 '홍콩 단편; 어쩌면 익숙한 하루'이다. 미리 마음속으로 이미지를 그려보고, 실제로 가서 입혀보고자 했다. 먼저 부록으로 들어 있는 5장의 엽서가 쏙 마음에 들었다. 무심한듯한 흑백의 펜화 3장과 2장의 사진. 여행 가서 사진 많아 찍어야지 싶었다. 짧거나 혹은 오랜 시간을 홍콩에서 보낸 7명의 이야기가 옹기종기 모여 저마다의 색채를 발산한다.
홍콩에서의 삶은 짧았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는 카이 브룩스의 일화, 헬퍼가 줄곧 눈에 밟힌 최경숙 씨의 이야기, 여느 날과 다름없는 하루를 담담히 풀어낸 강수진 씨, 센트럴의 겨울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Scott Kwon의 이야기. 최경숙, 강수진 씨에게 홍콩의 삶에 대해 듣고 홍콩의 에스컬레이터를 마음에 담고 온 이주호 씨, 홍콩에서 트래킹은 꼭 해봐야지 생각이 들게 한 신태진 씨의 이야기, 등산은 죽기보다 싫지만 운치 있겠다는 느낌을 준 최경숙 씨의 또 다른 이야기, 마지막으로 렘브란트와 홍콩의 조합을 풀어낸 신태진 씨의 또 다른 이야기. 술술 넘기다 151쪽에서 눈길을 멈추게 한 구절이 있었다.
삶은 대체로 시시한 생각에 집착하고, 대수롭지 않은 말을 주고받으며 흘러간다.
언제나 그랬지만 잊기 쉬운 사실 하나. 홍콩의 야경을 렘브란트의 "야경, The Nighwatch"의 일화에 엮어 설명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그 야경, 교향곡 같다는 풍경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영화로 시작된 홍콩의 퍼즐 맞추기에, 이 책으로 여덟 조각을 차곡차곡 채웠다. 다만 한 달이라도 홍콩에서 생활해보고 싶다는 작은 욕망이 고개를 살며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