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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곶 Jul 04. 2020

자전거를 타다 고꾸라졌다

나의 조급함 때문이었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다. 바닥을 짚은 왼쪽 손바닥은 얕게 파였고, 두 무릎엔 보랏빛 멍자국이 생겼다. 툭툭 털고 일어났지만 한쪽 무릎이 내내 시큰거렸다. 넘어진 건 내 탓이었지만, 왜인지 서러움이 밀려왔다. 친구들에게 '바보' 소리를 들으며 웃어넘기는 걸로 속상한 마음을 눌렀다.


 그날 내가 넘어진 건 조급함 때문이었다. 어두운 밤, 라이트도 없이 자전거 위에 올라타 조심스럽게 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목적지에 다다르기 직전, 괜히 자전거를 타서 나만 늦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조금만 더 페달을 빨리 밟으면 친구들이 모여있는 장소가 보일 것 같았다. 도로에서 공원으로 들어가는 경계에 얕은 턱 하나가 보였다. 속도를 올려 힘껏 달리면 가뿐히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안심했던 그 턱이 문제였다. 나는 목적지 바로 앞에서 고꾸라졌다.

자전거를 타다 고꾸라졌다. 그때 사진 찍을 여유는 없었는데, 이 사진은 뭐지?


 멍이 든 두 무릎을 바라보며 근래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평소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가도, 시험이 눈 앞에 보이면 괜히 지쳐 쓰러지는 나였다. 내내 공들여온 탑이 목적지 부근에서 무너져 내리고 마는 것이었다. 나는 열정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했다. 조급한 날에는 미친 듯이 폭주를 하다가도, 힘이 빠진 날에는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어 누워있어야 했다. 이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평정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두 손바닥의 상처에는 하루새 단단한 굳은살이 생겼다. 무릎의 멍은 어제보단 희미해져 있었다. 다음 주에 움직이지도 못하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생각보다 한두 번 넘어지는 것쯤은 별 게 아니었다. 또 넘어져도 내일 다시 굳은살은 생길 거고, 멍은 언젠간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 조금 덜 걱정해도 되지 않을까. 넘어지는 걸 걱정하느라 달리지 않으면,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의 시원한 공기와 올라가는 몸의 온도, 땀이 식을 때의 그 시원함을 느껴보지 못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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