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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립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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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곶 May 04. 2022

첫번째 독립, 나홀로 여행

독립일기02_여행


나의 첫 독립은 23살이었다. 이십 여년을 엄마 밥을 먹고 살다가 23살 처음으로 캐리어 하나 들고 유럽 땅을 밟았다. 


한국에서의 나는, 열심히 살았다. 너무나도 열심히 산 나머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지쳐버렸다. 정확히는 사람이 싫었고, 내가 싫었다. 환경을 바꾸고 나 자신을 바꾸자. 여행의 유일한 목적이었다.


유럽에서의 난 정말 달라져 있었다. 원래의 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난 훨훨 날아다녔다. 스무명이 넘는 사람이 잠든 곳에서 몸을 뉘이고, 침대 한켠에서 그날의 영수증을 정리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어디로 갈지 생각해보고, 거침없이 발길을 내딛었다. 모르는 사람과 반갑게 인사하고 여행도 함께 다녔다. 최대한 자유롭고 밝게 행동했다. 몸이 그토록 가벼울 수가 없었다.


그곳에서의 난 좌절을 잊었다. 전날 술을 먹고 두달 전 미리 예약한 열차를 놓쳐도 허허, 길을 잃고 남 모르는 곳에서 고립이 되더라도 허허. 


무엇보다 갈망하던 ‘외향형 인간’이 된 것이 좋았다. 한국에서의 나처럼 인연 하나하나에 연연하고 어두워지는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새로 태어난 것 같았다.


그런 내게 다가온 사람은 나의 티없이 맑은 모습에 관심을 가졌다. 나의 밝은 모습이 좋다고 했고, 어느 순간 내가 가는 곳을 함께하려 했다. 


역설적이게도 유럽에서나, 한국에서나 사람간의 관계는 지난하고도 복잡했다. 시간이 지나자 신뢰할 수 없는 그와의 관계를 이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나는 한국에 돌아가 모든 연락을 끊었다.


그렇게 돌아온 나는 원래의 모습 그대로였다. 여전히 사람을 무서워하고 또 애정해 마지 않았다. 40일간의 연극을 마친 기분이었다.


“앞으로 다시는 이렇게 자유로울 순 없을 거야.”

왜 이렇게 길고 힘든 여행을 하냐는 물음에 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23살의 난 답답한 이 사회로부터의 독립을 바라며 이국 땅을 밟았지만 그렇다고 나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결국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와 화해해야지만 진정한 독립을 이룰 수 있는 것이었다.


아직도 많이 어렵다. 독립을 했어도 아직은 엄마밥을 그리워하고, 나이가 먹어도 내 자신을 너그럽게 용서해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난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나와 이 사회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언제쯤 온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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