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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곶 Jan 02. 2020

나를 위로해주는 '또 다른 나'

"그 사람들을 미워해" 유일하게 내 편일 수 있는 사람, 엄마

나는 엄마를 닮았다. 그래서인지 엄마의 인생을 또 한 번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게 힘겨운 일이 생길 때면 엄마는 기가 막히게 나와 같은 경험을 털어놓는다. 그 상황 속에서 느끼는 감정의 결마저 같다.


"너를 미워할 필욘 없어" 엄마는 철저하게 내 편이다. 철없던 시절엔 엄마가 너무 모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내편임이 와 닿는다. 정글과도 같은 사회 속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닌 후 너덜너덜해져 돌아올 때면, 엄마는 그 상처 하나하나에 마데카솔을 발라준다. 그리곤 말해준다. "그 사람들을 미워해" 엄마는 분명 내편이다. 나와 똑 닮은 사람이 내게 나를 미워하지 말라고 말해준다. 내가 나에게 하는 말 같다.


(사진- 요즘 자주 찾는 엄마와의 달달한 티타임)


그리고 얼마 전, 엄마가 "난 음흉해"라고 고백했다. 친한 친구를 미워하는 나 자신이 혐오스럽다는 내게 한 말이었다. 엄마는 내 상황과 감정을 이해했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을 이해해주었다. 엄마의 얼굴엔 비로소 시원한 미소가 번졌다. 그 말을 듣는 내 얼굴에도 같은 미소가 스며들었다. 나도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조금은 더 음흉하게 살아도 돼, 라며.


"가치 있게 살아" 엄마의 뒤이은 말이 용기가 됐다. '넌 할 수 있으니까'라는 말로 들렸다. 오래전 나를 위해 가치 있는 삶을 포기했던 엄마에게 미안해졌다. 그녀의 얼굴로,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내가 조금 더 가치 있는 삶으로 보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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