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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ie Nov 18. 2024

Why

고등학교에서 치던 연습곡을 들어 봐도

오늘 나의 육체는 목석 같이 굳어 있고

입은 녹슨 자물쇠로 잠긴 문처럼 잠겼으며

기분은 세상의 금을 다 합친 것보다 무겁다.

눈을 감으면 눈물이 날까봐 눈을 크게 뜨고

어느날보다 더 많은 감사를 적어야만 한다.

Young Essie plays the Rachmaninov - Etude

1. 왜 나의 손발은 영적으로 묶여 버렸나

2. 왜 고등학교 때보다 지금 더 치는가

3. 나는 세상살이에  왜 이렇게 무능한가

4. Wie lang, wie lange?


친구와 내 편곡 초견 / 코로나 시즌

친구는 서울대 실기 수석부터 시작하던 애라 잘 쳐서

이 정도는 초견이 얼마든 가능하니 놀자고 불렀던 짤.

친구와 칠 때 나는 무조건 오른쪽. 내 걸 쉽게 짓거든.

사운드 엔지니어 녹음 실습에 도움도 줄 겸 왔다간 후

다음에 다시 제대로 맞춰보자던 나의 의지는 어디로.


"내가 네 성에 차겠어?"


저 친구가 언젠가 하던 말에 조금은 의아했는데

가끔 생각이 난다. 나는, 내가 성에 차지 않는다.


"미국 갔다가 손목도 긋고."


"왜..요?"


"한국에선 내가 제일 잘하는 줄 알았는데

미국 와 보니까 잘하는 사람 너무 많아서.

죽어버리려고. 그러다 교회에 가게 됐지."


다른 서울대 출신 언니가 한 말도 생각나고.


"천재 아니야? 유명해지기 전에

싸인이라도 받아 놔야 할 것 같은데"


'유명은 무슨... 보통이나 하면 다행이지..'


손목을 그었다던 그 언니의 칭찬 혼자

속으로 대답하던 순간도 세트로 떠오른다.


태그에 바보 멍청이가 혀용되지 않는 것은 다행일까.



아무래도 오랜만에 제대로 아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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